peregrina_ 2021. 9. 2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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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싸서 자전거 타고 피크닉 가자는 아빠의 바람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지만, 연휴 동안 김밥 속만큼이나 다채롭고 꽉찬 시간들을 쌓았다.



달콤하기까지 했던 덕유산 자락의 내음을 맡으면서 ‘무주’란 주인이 없는 자연을 뜻하는게 아닐까 했다. 서쪽 하늘의 노을을 안주 삼아 저녁을 먹다 보니 뒤편에서 청명한 보름달이 떠올랐다. 탄성을 지르고 해맑게 구경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이 시간이 곁에 계속 머물렀으면 좋겠다고도 바랐다. 보일 듯 말 듯 한 북극성과 반쪽짜리 북두칠성도 말동무가 되었던 날들.

꿈 같던 현실에 푹- 잠겨있다가 이제 다시 수면으로 올라가기 위해 힘을 푸는 중에 있다.


아파트에서 어떻게 사냐며 마당에서 뒹굴 거리다가, 도어락 세 개를 열어야 나오는 자취방에 자연스레 몸 접어 넣기.
역시 부모님 집이 최고라며 집 밥 먹고 늦잠 자길 즐기다가도, 내 규칙대로 정리돼 있는 내 공간에서 사뭇 다른 편안함 느끼기.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차가 곧 내 두 다리인냥 지내다가도, 빌딩 숲 내음에 묘한 안정감을 느끼고 금새 뚜벅이 생활에 적응해 버리기.

그럼, 이제 정신 없을 한 달 잘 수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