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지/읽고 보는 것들

순례길에서의 깨달음을 재현한 영화 소울

peregrina_ 2021. 1. 23.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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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위에서 34일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만 바라보며 걸었다.

길 곳곳에는 가리비 모양의 이정표가 언제나 산티아고만을 향해 있었고 그 곳까지의 거리가 소수점 자리까지 적혀있곤 했다. 799km, 300km, 100km,… 그리고 마침내 산티아고에 도착했을 땐 기대했던 성취감이나 벅찬 감동은 사실 없었다.

그때 깨달은 것 같다. 인생에서 목적지만 바라보고 달리는 것은 꽤 허망하단 것을. 중요한 것은 목적의 달성 여부가 아니라 내가 추구하는 방향을 위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었다. 걷는 동안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도, 속도 보단 방향에 집중하며 나의 모든 걸음들을 음미하고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긴 내 자신에 참 감사하다.



두 달을 기다려 보러간 영화 소울은 까미노를 걸으면서 느낀 모든 것을 재현해주는 영화였다. 나의 하루가, 설령 내 모습이 특별하지 않고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그렇지 않단걸. 평범한 하루 중에도 하늘을 날아가는 단풍나무 씨앗을 보고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을.

우리가 삶을 살아감에 있어, 대단한 이유는 필요하지 않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감촉을 느끼고 감사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