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말 프로젝트 발표들을 모두 끝마치고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 겸 산책을 나섰다. 계획대로라면 저녁엔 밀린 강의를 들으려 했으나, 엊그제부터 전자기기에만 둘러싸여 있었던지라 머리를 좀 쉬어주고 싶었다. 뒤죽박죽이 된 수면시간도 돌리고 싶었고.
연희동만 잠깐 한 바퀴 돌 생각으로 나섰는데, 궁동 공원을 지나 홍제천에 이르니 한강까지 가고 싶었다. 아쉬움이 들지 않을 때까지 걷고 또 걷다 보니 금새 10km가 되었다. 아, 이제 좀 걸은 기분이 났다. 까미노에서도 늘 10km는 몸풀기를 하는 느낌이었는데,,, 역시 난 걷기가 체질인가. 마침 부모님도 8km 가량을 산책하고 들어왔다고 하시니 따로 또 같이 운동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어젯밤 꿀 같은 잠에 들었다.

AM 4:40 기상
다섯 시간도 안돼서 눈이 떠지다니. 다시 자야할까 말까 한동안 생각했다. 아이폰이 업데이트를 시켜달라고 해서 핸드폰을 잠시 만졌더니 블루라이트 영향인지 애매하게 잠에서 깼다.
AM 5:00 명상
이럴 때 명상을 하면 몽롱하게 멍 때리 듯 조는 듯 명상을 하게 된다. 오늘은 생각이 올라오면 '생각'이라고 딱지를 붙여보란 말씀에, 스멀스멀 기지개를 켜는 잡념들에게 포스트잇을 하나씩 붙여주었다.
가끔은 명상 할 때 생각을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기술이 생겨나면 좋겠다는 기괴한 생각도 한다. (그런걸 훈련하는게 명상인데..)
AM 5:15 청소
난 참, 스스로 생동감을 느끼기 위한 방법으로 내 공간을 가꾸는 걸 좋아한다. 그것이 청소든, 요리든 내 안을 구석구석 살피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땐 의식적으로라도 이들을 행함으로써 나를 제자리에 되놓으려 노력한다.
AM 5:45 감사일기
손에 난 (엄밀히는 내가 만든...) 상처가 거진 아물어간다. 며칠 동안 진물과 통증에 조금 불편했는데, 그냥 건강하고 무탈하게 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오늘은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변화의 열쇠는 당신의 모든 에너지를 지나간 것과 사투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짓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 뭔가를 딱히 변화시키려 하진 않지만 당분간은 다가올 시험에만 집중하자. 결국 또 허무함과 함께 끝이 찾아올테니까…
AM 6:15 독서
이번에도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은 학교에 두고 와서 『진리의 발견』 읽기. 지난 번에 이어 미국의 첫 여성운동가 마거릿 풀러에 대한 두 번째 챕터를 읽었다. 그녀의 가슴 절절했던 사랑(에 실패한) 이야기가 주로 다뤄져서 마음이 꽤 저렸다. 역시나 주옥같은 구절들이 정말 많았지만 몇 개만 남겨야겠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야 해. ... 우리 둘을 묶는 것이 내 사랑 하나여서는 안 돼." p.205
"나는 과거의 교제와 애정 표현을 이유 삼아 어떤 사람의 마음에 소유권을 주장하지는 않을 거야. 애정 표현이란 여름에만 볼 수 있는 꽃과 과실이니까. 가을이 오면 다시 차가운 바람도 불고 비도 오라고 하라지." p.211
감정은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곳에 고여 있던 지하수에서 새어나온 증기가 융합하여 만들어지는 것으로 다른 사람과의 빛과 접촉하여 한순간 어떤 무지개를 흩뿌리지만, 이는 나타날 때처럼 순식간에 불가해한 방식으로 흩어지고 사라져버린다. p.211
"매일 감사 기도를 할 때마다 네 삶을 생각하기를 잊지 않을게. ... 신성한 시간에 널 맡기고 현재 널 비추고 있는 천상의 빛 안에서 살아가길. 네가 진정한 삶을 살아갈 때 난 기쁨의 눈물을 흘릴 거야." p.212
사랑이란, 서로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걷는 과정에서 단순한 감정을 넘어 많은 의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순간의 무지개는 사라질지언정, 어딘가에 머물고 있을 증기와 햇빛은 또다른 아름다움을 띠도록 서로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몇 차례이고 영원을 약속하며 마음을 연 상대들에게 겹겹이 입은 그의 상처를 상상하니 참으로 속이 상했다. 그녀의 세계는 아득히 깊고도 넓어서, 어느 한 세계만으로는 그것을 채우기 어려웠던 것이 아니었을지… 짧고도 강렬하게 빛났던 그녀의 삶에 애도를 전한다.
AM 7:00 새벽공부방
굉장히 오랜 만에 뵙는 윤아님과의 공부방. 근황을 나누다보니 대화가 천문학까지 뻗어갔다. 마무리는 결국 ‘우리는 먼지에 불과하죠’, ‘먼지와 먼지가 만났네요’ 하고 웃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새벽시간은 참 평온했으나 글쎄, 오늘은 전반적으로 스트레스가 은근히 스며들었던 하루다. 불청객스럽게 전화를 물고 늘어지는 카드사 연락부터, 생각보다 진도가 잘 안 나가는 강의 등등... 이런 사소함들이 쌓여 어깨를 눌렀다.
이럴 땐 역시 매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 집에선 좀처럼 배달을 잘 시키지 않지만 오늘은 수업을 듣다 말고 마라탕을 주문해 먹었다. 더 매운거 시킬껄,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밤공기에 빗소리를 들으니 한결 낫다.
책 모임도 끝이 났고, 이만 마저 강의 들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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