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지/일상 속 생각76 유학 후 첫 한국 방문 유학 후 처음으로 한국에 다녀왔다. 4주가 채 안 되는 기간 중 집에서 가족과 평화롭게 보내는 시간이 가장 좋았고 일주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의 서울 방문은 나에게 상당히 고된 시간이었다. 친구들을 만나는 반가움도 당연히 컸지만 매일 평균 12-14시간을 밖에서 시간을 쪼개어 쉼 없이 일정을 소화하고 앵무새 처럼 지난 9개월의 유학 생활이 어땠는지 속사포로 쏟아내면서 점점 의욕도 체력도 빠르게 고갈되어 갔다. 급기야 모든 일정을 끝내고 본가로 돌아와서는 출국을 3일 앞두고 목감기 몸살에 걸려 약 먹고 계속 누워만 있었다. 아픈 모습으로 미국에 보내면 가슴이 미어질 것 같으니 약 제대로 챙겨먹고 건강하게 가라는 엄마의 속상한 단호함에 샤워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다음에 한국에 가게 되면 어느.. 2024. 6. 10. 힘겹게 얻어낸 아마존 반품장과 그 끝을 달콤히 장식한 내 첫 브런치 오늘 아마존 물건을 반품하러 UPS Store에 간 김에 바로 옆에 있는 Sprout 마트에 들렸다. 이 반품 사연은 참으로 구슬픈데, 작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블랙 프라이데이처럼 아마존 프라임 할인 행사를 했던 시기로 기억한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고 싶어 알아보던 중 인공지능 스피커가 가격 차가 얼마 안나길래 일타쌍피를 바라며 아마존 Echo Dot 5세대를 구매했다. 배송은 며칠 내로 바로 왔고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얼른 써보고 싶어서 안달이었을텐데, 나는 귀찮음도 많고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박스를 뜯지도 않고 거의 3-4주를 그대로 놔두었다 (그럼 왜 샀니??). 이윽고 땡스기빙 주간 즈음에야 언박싱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일주일 가을 방학이라 룸메도 여행을 갔겠다 룰루랄라.. 2024. 2. 5. 유학을 가게 되었다 학계의 배우자와 다름 없는 박사 과정 지도 교수님을 만나 미국에 가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1월에 나왔지만 고심 끝에 4월이 되어서야 소식을 나눕니다. 그간 실감이 잘 안 났는데 이번주에 여권도 재발급 받고 학교에서 열린 첫 웨비나를 참석하면서 비로소 떠난다는게 피부로 와 닿기 시작했어요. 다음주부터 3주 간 출장을 다녀오고 나면 서울 그리고 한국에서의 생활도 두 달 남짓 남아 생각보다 시간이 넉넉치 않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분이 참 멜랑꼴리 해요.. 그럼에도 5년 후의 제가 얼마나 더 멋진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까 기대가 돼 설렘 속에서 남은 시간들을 소화하는 중입니다. 무엇보다도 제게 운명적으로 찾아온 저의 예비 지도 교수님을 생각하면 재미난 일들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감히) 들어서 .. 2023. 4. 14. 청각과민증 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감각을 느끼는 면에 있어서 나는 평균 수준보다 민감도가 꽤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소리에 예민한데 마치 더듬이가 공간 저변에 촘촘히 뻗어있는 것 마냥 거리감이 있는 곳에서 들리는 소리에도 귀가 곧잘 세워지곤 한다. 선천적으로 민감한 귀를 타고 났을 수도 있고 혹은 생존을 위해 후천적으로 발달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굉장히 사람이 많아 어수선 한 곳에서 수많은 대역의 주파수가 고막에 꽂히면 금방 혼이 빠지고 귀와 머리가 아프기도 하다. 그럴 때 노이즈 캔슬링이나 헤드셋 착용으로 나만의 고요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이 때도 아무 음악을 들어서는 해결이 잘 안 되고 물 흐르는 소리나 장작 타는 소리처럼 고막을 부드럽게 울리는 진동이 필요하다. 그.. 2023. 2. 7. 2023년 새해 다짐 그리고 2022년 이모저모 어느덧 새해. 하루하루 참 열심히 보낸 2022년이 지나갔다. 작년엔 석사 학위과정 졸업이라는 삶에서 큰 이벤트가 있었고 또 다른 큰 전환점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한 5년 후에 돌아보면 지금의 나에게 도전해줘서 고마웠노라 말해주고 싶겠지. 물론 어제 서둘러 원서를 하나 해치우고 싶은 마음에 웃픈 실수를 하고 말았는데 덜렁이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하늘의 옐로카드라고 생각키로 했다.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나머지는 이제 던져진 주사위이니 그저 운이 함께 하기를 기도하자. 더 발전하는 새해를 보내기 위해서 지난 해에 잘 했던 점을 이어가고 그렇지 못한 점을 반면교사 삼아 보기로 했다. 1. 감정 일기 무엇보다도 2022년에는 매일매일 그 날의 감정을 스티커로 기록하고 일기도 .. 2023. 1. 1. We Never Know -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 것 세상의 앞이 다 꽉 막힌 것 같지만 오늘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또 다른 문이 열리는 게 인생이에요. 그러니 용기를 내고 자신을 믿으세요. 우리는 언제 어디서 그 문이 열릴지 모르잖아요? 제가 자주 쓰는 말이에요. We Never Know. 메일 정리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연세 소식지. 인터뷰 요약이 와 닿아서 클릭하게 되었다. 육아를 하며 미국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여성의 사회 진출에 크게 기여하신 선배님의 이야기였다. 삶에서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을지 가늠이 안 되지만 그 경험들이 내게 큰 위로와 울림이 되었다. 엄마와 외할머니가 생각나기도 하고 또 언니와 나를 다독여 주시는 것 같아 언니에게도 이 글을 공유해주었다. 그리고 예전에 언니가 내 방에 포스트잇에 .. 2022. 12. 3. 게으른 완벽주의자 한국 시간으로 12월 2일 금요일 새벽 3시 반. 유학 원서 접수 마감 시간을 착각하고 있었단 것을 알아채고는 정말 벌벌 떨리는 손으로 원서를 제출했다. 아찔한 순간 이었지만 마감 시간 내에 낼 수 있어서 또 한 번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압도적인 긴장감이 풀리지 않아 새벽 5시가 다 돼서야 잠을 청했다. 요즘 참, 잠도 몇 시간 못 자고 정신력으로 하루하루를 보낸 것 같다. 덕분에 금요일 하루는 조금 쉬어가는 마음으로 따뜻한 물에 한참 몸을 녹이고 인터뷰 프로세스들도 찾아보고 잠깐 눈도 붙이면서 스스로에게 휴식을 선물했다. 마침 그 날 저녁에 동기 MT가 예정 돼 있어서 합류 하기로 했고 참석한 16명 중에서 제일 신난 텐션으로 장을 보면서 아주 방방 뛰었다. 멀리 갈 것도.. 2022. 12. 3. 가족의 사랑에 젖은 마음 토요일 아침 일찍, 가족들이 청와대를 구경하러 서울에 올라 왔다. 자다가 자취방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깼는데 엄마, 아빠, 언니를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가족들은 곧바로 청와대에 가고 나는 집에 있다가 오후에 토플 시험을 보고 왔다. 시험을 마치고 엄마에게 전화를 거니 "맛있는 저녁 하고 있으니 얼른 와서 같이 식사하자"는 말씀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복도에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났다. 평소 시험날 같았으면 축 쳐진 어깨와 지친 몸으로 집에 와서 저녁은 대충 때웠을텐데 집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오늘 있었던 일, 서로의 하루를 물으며 저녁을 먹고 또 한창 수영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고. 마냥 좋았다. 아빠는 청와대의 정기를 받아온 것 같아 너무나 행복한.. 2022. 11. 20. 100만원으로 얻은 것, 행복은 어디에 벌써 세 번째 토플 시험을 봤다.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시험 본 후배랑 끝나고 나오며 연락을 했는데 본인은 이번 시험 글른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좀 자고 일어나서 생각해 봐야겠다고 했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연달아 시험을 계속 본다고 뭐가 더 크게 달라질까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100만원을 들이고 얻은게 회의감과 좌절감 뿐인가 싶어 참 허탈했다. 고환율 시기에 이제는 이 큰 돈도 돈 같지 않게 느껴질 지경이다. 오늘은 유독 아침부터 집에 오는 내내 마가 낀 것 같았다. 샤워기 헤드 받침대가 떨어져 깨지고, 갓 구운 크로플을 가방에 잠시 넣어뒀다가 온 물건에 메이플 시럽이 다 묻어 닦느라 애먹었고, 자전거 타다가 주유소 앞에 자전거 바퀴 폭 너비의 긴 홈에 끼여서 옆으로 쓰러.. 2022. 11. 6. 이전 1 2 3 4 ··· 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