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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96

유학 후 첫 한국 방문 유학 후 처음으로 한국에 다녀왔다. 4주가 채 안 되는 기간 중 집에서 가족과 평화롭게 보내는 시간이 가장 좋았고 일주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의 서울 방문은 나에게 상당히 고된 시간이었다. 친구들을 만나는 반가움도 당연히 컸지만 매일 평균 12-14시간을 밖에서 시간을 쪼개어 쉼 없이 일정을 소화하고 앵무새 처럼 지난 9개월의 유학 생활이 어땠는지 속사포로 쏟아내면서 점점 의욕도 체력도 빠르게 고갈되어 갔다. 급기야 모든 일정을 끝내고 본가로 돌아와서는 출국을 3일 앞두고 목감기 몸살에 걸려 약 먹고 계속 누워만 있었다. 아픈 모습으로 미국에 보내면 가슴이 미어질 것 같으니 약 제대로 챙겨먹고 건강하게 가라는 엄마의 속상한 단호함에 샤워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다음에 한국에 가게 되면 어느.. 2024. 6. 10.
[식물일지] 24/03/02(토)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 분갈이 한 지 한 달 차! 그동안 골든 포토스는 벌써 여러 새싹들이 돋아나서 잎을 몇 개 더 따다가 수중에서 뿌리를 길러주고 있다. 참 무럭무럭 잘 자라는 모습을 보니 기특하고 예쁘다. 분갈이 이후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spider plant의 성장이었는데 예전엔 조그마한 starter cube에서 지내느냐고 크게 자라지 못하다가 조금 더 넓은 cube로 이사한 후에는 잎이 벌써 한 뼘 이상 쑥 자랐다. 그에 반해 연구실에 두고 여전히 starter cube에서 간신히 살아내고 있던 아이는 확실히 성장이 뎌딘 모습을 보였다 (미안하다 아가야ㅠㅠ). 연구실 창틀에서 물받이도 없이 몇 달을 살아온 녀석이 안쓰러워 이번 주말에 혹시 분갈이라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집으로 데려왔다. 모종삽이 없는 대신.. 2024. 3. 3.
[앤카드] 24/02/19(월) - 집착을 놓으니 찾아온 평온함: 레벨업 유학을 나와서 첫 6개월 간은 친구 관계나 유대감, 그리고 차를 사고 말겠다는 경제적 집착으로 마음이 가득찼던 것 같다. 연말 연시에는 이런 마음이 더 증폭 되면서 관계에 트러블도 생기고, 그다지 친한 classmate가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되는 수업에서 오는 불안감 등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개강 초를 보냈다. 그러다 개강하고 한 2-3주가 지났을 무렵 이 집착의 궁극적인 원인이 되는 내 안의 결핍을 파고 들어보았고,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을 인정했다. 잊고 지냈던 내면의 어린아이를 이해하는 순간들이 잦아졌고, 내가 경험하고 있는 표면적인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자연스레 해결이 될 것을 알았기에 조급해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자고 생각했다. 그러자 classmate들과도 함께 과제를.. 2024. 2. 20.
[앤카드] 24/02/06(화) 우리 모두 혼자 편하게 삽세 미국 와서 평일에 감정카드를 들여다 보긴 처음이다. 일상에서 크게 좋은 것도, 크게 나쁜 것도 없지만 집에서 제대로 쉬는 느낌이 들지 않고 평균치보다 낮은 감정이 지속되어 카드를 꺼내보게 되었다. '혼자 살고 싶다'는 감정은 작년 10월 말부터 줄곧 느껴온 거지만 이를 마주하는 날들이 근래 꽤 잦아져서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었다. 현재 감정: (1) 불편한, 신경쓰이는 (2) 불안한, 두려운 (3) 지겨운, 귀찮은 (4) 당혹스러운, 어이없는 (5) 될대로 되라는 원인 욕구: (1) 자유로운 움직임, 혼자만의 시간 (2) 예측 가능성, 자기표현, 치유 (3) 일관성, 관계맺음 (4) 소통, 배려, 존중 (5) 평온, 무탈함 약 세 달 넘게 크고 작게 쌓여온 것들이 많아 여기에 다 읊을 수는 없지만 근래 .. 2024. 2. 7.
힘겹게 얻어낸 아마존 반품장과 그 끝을 달콤히 장식한 내 첫 브런치 오늘 아마존 물건을 반품하러 UPS Store에 간 김에 바로 옆에 있는 Sprout 마트에 들렸다. 이 반품 사연은 참으로 구슬픈데, 작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블랙 프라이데이처럼 아마존 프라임 할인 행사를 했던 시기로 기억한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고 싶어 알아보던 중 인공지능 스피커가 가격 차가 얼마 안나길래 일타쌍피를 바라며 아마존 Echo Dot 5세대를 구매했다. 배송은 며칠 내로 바로 왔고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얼른 써보고 싶어서 안달이었을텐데, 나는 귀찮음도 많고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박스를 뜯지도 않고 거의 3-4주를 그대로 놔두었다 (그럼 왜 샀니??). 이윽고 땡스기빙 주간 즈음에야 언박싱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일주일 가을 방학이라 룸메도 여행을 갔겠다 룰루랄라.. 2024. 2. 5.
[앤카드] 24/01/26(금) - 유학 두 번째 학기 개강, 시간이 약 그동안 꽤나 즐거운 학기 초를 보내고 있었지만 여러 친구 관계들 속에서 여전히 소수 인종 유학생으로서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들이 찾아와 정말 오래간 만에 카드를 찾게 됐다.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이 시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그간 무엇이 그리 바빠 마음 돌보기에 세 달이 걸렸는지. 감정: 허전한&불안한 / 쓸쓸함 / 신경 쓰이는 / 무기력한&위축되는 / 담담한 욕구: 의지 / 관계맺음&친밀함 / 존재감 /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안정 / 새로움 이번 학기에는 조교를 맡고 있는 학부 수업을 제외 하고는 한 과목을 듣고 있다. 그리고 그 수업의 수강생 대다수는 내 동기들이다. 얼핏 들으면 동기들이랑 같이 공부하고 좋겠네! 싶지만 사실 내가 입학한 해에 괴상한 우리 과 신입생 구성으로 인해 몇 명을 제외하곤 아직.. 2024. 1. 28.
[식물일지] 24/01/27(토) 식집사 세 달 차에 드디어 분갈이 *이웃 블로거 M님의 식물일지에 영감을 받아 쓰게 된 포스팅* 개강 2주차 주말.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모처럼 늘어지고 싶은 토요일 아침이었다. 정확히 2주 전에만 해도 영하 30도에 강풍 주의보가 내려 정말 오들오들 떨었는데 이번주에는 최저/최고 기온이 -2/12도를 유지하면서 봄 기운이 내내 감 돌고 있다. 작년 10월 달에 우리과 한국인 박사님이 다른 주로 이사를 가시면서 그 분이 기르던 식물 두 개를 입양 받아 태어나 처음으로 식집사가 되었다. 산세베리아랑 넝쿨 식물이라 비교적 기르기 쉬웠고, 같은 달에 학교에서 열린 TEDx 강연에서 식물 모종을 나눠줘서 세 개를 더 업어 왔다. 안타깝게도 그 중 하나는 나의 관리 부실로 시름시름 앓아 일찍 보내주었고 하나는 연구실에, 나머지 하나는 집에 두고.. 2024. 1. 28.
[앤카드] 23/10/22(일) -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social person 마지막으로 감정을 돌아본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에 있던 가장 큰 변화는 학교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는 것. 좋은 룸메를 만나서 잘 적응하고 지내고 있다. 벌써 이사 온 지도 딱 3주가 되었고 마침 거처를 옮긴 후 일주일 만에 생일을 맞아 같은 아파트, 이웃 아파트에 사는 학과 친구들을 불러 생일 파티도 열었다. 미국에서 처음 맞이 하는 생일이 이렇게 많은 축하 속에서 행복할 지 상상도 못했는데 참 기쁜 주말을 보냈다. 그리고 미루고 미루었던 콜로라도 운전 면허증을 신청하러 갔고 (줄곧 날씨 좋다가 마침 그날만 영하권 날씨에 칼바람이 불어 자전거를 타는데 애를 먹었다) 음대에서 석사하는 친구에게 초대를 받아 오케스트라 공연도 보러 다녀왔다. 다행히(?) 한 이틀 정도 지나고서 다시 일교차가 20도.. 2023. 10. 23.
[앤카드] 23/09/24(일) - 개강 한 달, 처음으로 겪은 혼란 지난 금요일에 미국에 온 지 처음으로 마음이 복잡했던 하루를 경험했다. 친구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비해 유난히 언어 장벽이 크게 느껴진 시간을 보내고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속상했다. 오후 3시, 연구실을 벗어나 바깥 산책을 좀 하고 한적한 그늘가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눈물이 나는 슬픔은 아닌데 그냥 내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에 더해 스스로가 조금 미워지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그 날은 마침 또 동기지만 아직 친해지지 않은 미국 친구들과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내가 발화를 하면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청자의 역할을 열심히 수행했다. 머릿 속에는 대화에 끼어들 이야기 거리가 있었는데 문법 생각, 단어 생각을 하다가 혼자서만 상상 속의 대화를 이뤄나가고 말았다.. 2023.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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