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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96

100만원으로 얻은 것, 행복은 어디에 벌써 세 번째 토플 시험을 봤다.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시험 본 후배랑 끝나고 나오며 연락을 했는데 본인은 이번 시험 글른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좀 자고 일어나서 생각해 봐야겠다고 했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연달아 시험을 계속 본다고 뭐가 더 크게 달라질까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100만원을 들이고 얻은게 회의감과 좌절감 뿐인가 싶어 참 허탈했다. 고환율 시기에 이제는 이 큰 돈도 돈 같지 않게 느껴질 지경이다. 오늘은 유독 아침부터 집에 오는 내내 마가 낀 것 같았다. 샤워기 헤드 받침대가 떨어져 깨지고, 갓 구운 크로플을 가방에 잠시 넣어뒀다가 온 물건에 메이플 시럽이 다 묻어 닦느라 애먹었고, 자전거 타다가 주유소 앞에 자전거 바퀴 폭 너비의 긴 홈에 끼여서 옆으로 쓰러.. 2022. 11. 6.
[앤카드] 22/10/17(월) - 겨울 타는걸까 오랜 만에 앤카드를 꺼내 들었다. 마지막 포스팅 이후로도 종종 카드를 펼쳐 보긴 했지만 벌써 한 두 계절이 성큼 바뀌었다. 아직 가을이지만 오늘 첫 한파주의보가 내렸을 정도로 겨울 못지 않게 추운 날이었다. 학관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는 길에 맑고 짙은 밤 하늘 밑에서 시원한 찬 공기를 마시니 백양로 삼거리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생각났다. 매년 12월 초, 이따금씩 이런 날씨에 트리를 보며 밤 산책을 했었는데 코 끝에 스치는 바람이 딱 지금 트리가 환하게 켜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다. 괜시리 마음이 몽글거렸다. 연구실에 돌아와 크리스마스 플레이 리스트를 열었다. 10월 중순에 캐롤이라니. 난생 가장 이른 캐롤 개시다. 올타임 원픽인 아이유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를 틀었다. 하얀 눈이 내려올 때.. 2022. 10. 18.
마침내, 졸업할 결심 기분이 참 이상하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너무나 연속적인 존재인데 사회에서 규정되는 나는 어제와 오늘이 불연속적이란게 꽤나 생경하다. 당분간 이제는 학생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더 큰 책임감이 느껴진다. 분명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사람들과 똑같은 일을 이어갈텐데 말이다. 눈을 감았다 뜨니 2년이 흘러 있는 것만 같다. 누군가의 전역 소식들을 들으며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생각. '벌써 졸업이라고?'. 물론 결코 그 시간이 쉬웠던 것도 짧았던 것도 아니다. 매일 나 자신과 싸우면서 밀도 높은 하루를 보내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 곳에 도착해 있는 기분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거의 무(無)에서 시작해서 참으로 괄목한 성장을 했다. 특히 처음에는 마음이 크게 뭉그러지는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 때 마다 포기.. 2022. 9. 1.
[웰씽킹] 1부 - 타인을 위한 삶 오늘은 목표했던 논문 분량을 넘어 이번 연휴간 끝내고자 했던 부분까지 거진 마무리를 지었다. 덕분에 남은 열흘 동안 큰 무리 없이 최종 심사와 논문을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교적 마음에 여유가 생겨, 오래 전에 사두고 보지 못한 '웰씽킹' 책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다. 저자 캘리 최씨에 대해서는 유튜브와 여러 인터뷰 영상들을 통해서 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어린 시절이나 일본, 프랑스 유학담 등은 처음 접하거니와 눈물이 울컥 차오르기까지 할 정도로 그 굴곡이 전해졌다. (연구실 행정쌤도 이 책을 읽어 보셨으나 그다지 슬프지 않았다고 하시니 성장사에 대해선 개인차가 큰 것 같다. 쌤이 오히려 나의 순수함과 풍부한 감수성이 더 놀랍고 감동이라고 하심.. 그래 나 이제 MBTI T 아니고 .. 2022. 6. 5.
백신 미접종자의 코로나 후발 버스 탑승 좀 쉬어가면서 하라는 신의 계시인지, 코로나 후발 버스에 탑승했다. (사실 언제가 정말 막차인지 모르겠지만 매 시기마다 뒤늦은 유행이 오는 것 같다.) 지난 주말 내내 침대 밖을 벗어날 의욕이 없을 정도로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었다. 이게 코로나 전조 증상인줄은 꿈에도 모르고, 그저 피로가 너무 쌓여서 그런 줄로만 생각했다. 종일 누워서 '무기력증 해소 방법' 같은 영상만 찾아보다가 이내 그마저도 실증이 나서 자다 깨기만 반복하다 주말과 작별했다. 그리곤 월요일에 "나리는 주말에 좀 잘 쉬었어?" 라는 교수님의 안부가 '메일함이 잠잠 했던 것 보니 연구는 진행이 안 됐나보구나?'로 들렸고 '무기력해서 아무 것도 안하고 누워만 있었다'고 하니 '혹시 코로나 아니냐'는 유경험자의 이야기에 허걱-! 했다. 며칠.. 2022. 5. 24.
[앤카드] 22/04/21(목) - 졸업 예비심사 준비 졸업 예비심사가 정말 목전으로 다가왔다. 연구실에서 예행 연습을 진행하고 진이 다 빠져서는 집에 돌아왔다. 연습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그 이후까지 오늘은 참 여러모로 낯선 감정들의 연속이었다. 사실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내 스스로 이 시간들을 소화하기엔 그 기간이 너무나 짧았다. 슬퍼할 시간 조차 아껴 일 하는 데에 써야 했으니 내 자신을 돌볼 여유는 당연히 부족했다. 그래도 큰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요 며칠은 마음이 좀 평온했는데 역시나 끝나기 전까진 끝난게 아니었다. 기계도 아닌 인간이 어찌 이 차갑고 딱딱한 시간을 삐걱대지 않고 이겨내리. 그간 꾹꾹 눌러담았던 마음에 조금 탈이 났다. '고생했다고, 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 힘듦을 다 이해한다고.' 진심어린 위로가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그.. 2022. 4. 21.
매일 1%씩 성장하는 삶 - 석사 예심을 앞두고 세 달 같은 3주가 지났다. 매일 잠을 자는 8시간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16시간을 연구실에서 살았으니 세 달 치의 시간을 보냈기도 했겠다.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싶지만 석사 졸업논문 예비심사를 한 달 반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으니 별 수 없었다. 특별히 그동안 연구하던 주제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고 교수님과 나의 더 높은 목표가 아름답게 합을 이룬 결과 (^^;) 또다른 꼭지를 추가하게 됐다. 이를 결정하게 된 날도 기억에 선명한데, 그날 비로소 옥상에서 한 모금 빠는 담배의 맛이란 이런걸까 느꼈다. "잠깐 바람 좀 쐬고 오자" 교수님과 마라톤 디스커션을 하다가 도무지 뾰족한 해답이 나오지 않자 교수님이 나를 옥상으로 데려가셨다. 그리곤 내 손에 칙촉 하나를 쥐어주셨다. 쿠키 한 조각을 입.. 2022. 4. 6.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여성에 대하여 제목에 특정 성을 언급하는 것이 다소 조심스럽지만 여성으로서 (매달) 겪는 불편함에서 비롯된 생각을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 구름 한 점 없던 청푸른 어제와 달리 오늘은 회색빛 하늘에서 보슬비가 내린다. 기온도 약간 떨어져 으슬거리기까지 하다. 서울의 날씨와 비슷하게 내 컨디션에도 저기압이 머무는 하루이다. 며칠 전 아이폰 건강앱이 알려준 시기에 맞춰 어김없이 주기가 시작 되었다. 아랫배와 허리에 통증이 자욱이 찾아오고 손발과 종아리가 붓기 시작했다. 통증을 덜어내기 위해서 잘 때는 보온 물주머니를 배에 올려두고, 출근 할 때도 물주머니를 챙겨다니는 편인데 오늘은 깜빡하고 집에 두고 왔지 뭐람. 촉촉하게 비는 내리고 몸은 무겁고 배는 아픈데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마음이 시들해진 콩나물 시루가 되었다... 2022. 3. 30.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의 드럼 세탁기, 노동에 관하여 자취방에 통돌이 세탁기를 대신해 드럼 세탁기가 생겼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삶의 질이 최소 한 단계는 상승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섬유유연제 넣을 타이밍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거나 세탁을 위한 동선이 매우매우 줄어들은 것, 이전 세입자들이 쓰던 세탁기가 아닌 내가 처음 사용하는 것이라는 위생적 이점은 물론, 온수관이 새로 연결된 것도 정말 좋다! 베란다에 있던 수납장을 하나 들어내고 김치냉장고와 나란히 세탁기를 배치하니 공간이 전반적으로 화이트 톤에 규칙감이 더해져 훨씬 깔끔해졌다. 딱 내 스타일. 비록 관리비가 덩달아 올랐지만 이 정도의 쾌적함을 위해서라면 만족스러운 편이다. 신/구형 세탁기를 반출입 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깨달음이 있었다. 현재 나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4.5층에 거주 중이.. 2022.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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