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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일상 속 생각

백신 미접종자의 코로나 후발 버스 탑승

by peregrina_ 2022.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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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쉬어가면서 하라는 신의 계시인지, 코로나 후발 버스에 탑승했다. (사실 언제가 정말 막차인지 모르겠지만 매 시기마다 뒤늦은 유행이 오는 것 같다.)

지난 주말 내내 침대 밖을 벗어날 의욕이 없을 정도로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었다. 이게 코로나 전조 증상인줄은 꿈에도 모르고, 그저 피로가 너무 쌓여서 그런 줄로만 생각했다. 종일 누워서 '무기력증 해소 방법' 같은 영상만 찾아보다가 이내 그마저도 실증이 나서 자다 깨기만 반복하다 주말과 작별했다.

그리곤 월요일에 "나리는 주말에 좀 잘 쉬었어?" 라는 교수님의 안부가 '메일함이 잠잠 했던 것 보니 연구는 진행이 안 됐나보구나?'로 들렸고 '무기력해서 아무 것도 안하고 누워만 있었다'고 하니 '혹시 코로나 아니냐'는 유경험자의 이야기에 허걱-! 했다.

며칠 전 함께 식사했던 친구들의 연이은 확진 소식과, 꽤나 무거워진 몸에 혹시나 병원에 갔더니 대수롭지 않은 톤의 "임나리님, 확진이시구요~"를 들을 수 있었다 (자가키트로는 음성이었는데...). 확진 판정 보다 놀랐던건 '신속' 항원검사라지만 3분 카레 데우듯 빨리 나오는 결과와 목에서도 검체를 채취 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친구들이 자가키트로 목에서 채취 할 때는 양성인데 코로 검사하면 음성이라고 애태웠던 기억이 있는데 그간 검사 방침도 바뀌었나보다. 그리고 처방 받은 약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하니 신기했다. 하긴 그동안엔 자택 치료비랑 물품도 지원해줬었지. 나의 코로나 소식에 가족과 친구들은 가장 먼저 '백신을 안 맞았는데 괜찮을지'를 우려했다. 예나 지금이나 백신 접종 여부랑 관계없이 잘 이겨내리란 믿음이 있었고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아 그 믿음을 이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 태어나서 제일 아픈 날이었다거나 목을 믹서기 칼로 가는 듯한 고통은 없고 많이들 그러했듯 첫 날 밤새 고열로 잠을 못 잔게 가장 힘들었다. 지금은 꽤 좋아졌다.

확진 첫 날 저녁부터 6시간 간격으로 측정한 체온 변화(Z 순). 여전히 1도 높다.


38도를 넘는 고열에 괴로워 하는 와중에도 사람 체온이 1.5도만 올라가도 힘든데 지구라고 별 다를게 있나 생각한 나는 찐.. 기후덕후일까? 약 먹고 잠시 0.5도가 떨어진 것만으로도 살 것 같단 느낌이 드는 걸 보고 온난화 1.5도랑 2도 시나리오가 이렇게 다를 수 있겠구나를 실감했다. 나름 진지했음. 그리곤 이 의식의 흐름은 나를 논문으로 안내 했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후에 두 세배 더 열심히 일 해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잠시 근로, 과외, 학원, 독서모임 등등 모든 일에서도 해방될 수 있어서 (정말x2) 좋다.

지난 달까지는 예심을 앞두고 필사적으로 코로나를 피하기 위해 몇 달을 거의 혼밥 인생으로 지냈는데 결국 후발주자가 되어 속상함을 비추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 그래도 난 이 모든 과정에 아쉬움은 전혀 없고 어짜피 걸리게 될거라면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자연 백신을 맞았으니 이제 가슴 앓이 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비행기를 탈 수 있고 또 잠시간은 원 없이 쉴 수 있으니까.. :)

가능하면 안 걸리는게 상책이지만 걸리게 된다면 그 또한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의 최선을 찾아야겠지. 나도 별다른 이상 없이 나았으면 좋겠고 모쪼록 다들 건강하기를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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