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참 이상하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너무나 연속적인 존재인데 사회에서 규정되는 나는 어제와 오늘이 불연속적이란게 꽤나 생경하다. 당분간 이제는 학생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더 큰 책임감이 느껴진다. 분명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사람들과 똑같은 일을 이어갈텐데 말이다.
눈을 감았다 뜨니 2년이 흘러 있는 것만 같다. 누군가의 전역 소식들을 들으며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생각. '벌써 졸업이라고?'. 물론 결코 그 시간이 쉬웠던 것도 짧았던 것도 아니다. 매일 나 자신과 싸우면서 밀도 높은 하루를 보내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 곳에 도착해 있는 기분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거의 무(無)에서 시작해서 참으로 괄목한 성장을 했다. 특히 처음에는 마음이 크게 뭉그러지는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 때 마다 포기 보다는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고민했다. 덕분에 그 과정에서 철학 공부, 심리 상담을 병행하며 내면을 많이 탐색할 수 있었고 꾸준한 글쓰기와 시간 관리 노하우 같은, 평생에 두고두고 보람 될 좋은 습관들도 얻었다. 2년 전 내가 작은 물살에도 흔들리는 나룻배였다면 지금은 조금 더 부력이 커진 배가 된 것이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겠지. 이 모든 땀과 눈물이 담겨있는 학위기가 참으로 값지다. 가까이서 함께 해준 인연들도 어느 때 보다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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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기념으로 긴 휴가 계획은 없느냐는 물음을 많이 들었다. 마음에 바람은 품고 있었지만 현실은 여름 휴가도 제대로 다녀오지 못한 채 일만 하다 여름이 끝이 났다. 요즘 24시간이 왜이리 짧을까 했는데 오늘 지난 3개월치 연구노트를 제출하면서 깨달았다. 내가 이 일들을 다 소화하며 건재하게 지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면 다행이구나. 올해 1월 1일부터 매일 써온 일기를, 지난 2주 간은 일기장을 펼쳐 보지도 못한채 보냈으니 말이다.
이제 9월을 새로 시작하는 만큼 스스로와 더 자주 대화하면서 따뜻한 연말을 날 채비를 해야겠다. 그럼 석사과정 진짜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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