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지96 크리스마스 기차 여행 모처럼 기차에 몸을 실었다. 버스를 제하고 탈 것을 오래 타는 걸 참 좋아하는 나. 몇 년 만에 한국에 온 언니와 가족들과 함께 외할머니를 뵙고 오는 길이다. 본가에 들르지 않고 혼자 서울에서 곧바로 오가긴 처음이었는데, 표면적으로는 길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서였고 더 근본적으로는 ‘혼자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근래 졸업 준비로 인한 심리 변화로 ‘잠시 쉬었다 뛰기’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기’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때마침 좋은 구실로 서울을 떠날 수 있는 주말을 맞았고 부모님께 “대구에서 보자”고 전하며 기차표를 끊었다. 칼바람이 스미는 크리스마스 아침, 열차를 타니 발 밑에서 뿜어 나오는 히터 열기를 따라 내 마음도 둥실둥실 떠오르는 것 같았다. 내가 가장 좋.. 2021. 12. 26. 주중에도 이어지는 주부 모드 feat. 알보칠 아직까진 생각보다 순탄한 방역 패스 기간을 보내고 있다. 점심 저녁 모두 연구실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는데 아침마다 도시락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건강하고 맛있는 두 끼를 위해서라면 이정도야 거뜬하다.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학과에서 근로를 시작했다. 동기는 잠시 유럽으로 떠났고 그동안 업무를 대신 맡기로 됐다. 인수인계 동안엔 간단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혼자하려니 은근히 긴장되더라. 거기다 인계 받을 때는 없었던 매뉴얼에만 적혀있는 업무를 하게 돼서 더욱 긴장했던 것 같다. 이래저래 학교 곳곳을 심부름 다니고 보니 2km를 가뿐히 넘겼다. 캠퍼스가 큰 것은 과연 장점일까 아닐까 학부 때부터 고민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분명한 건, 산책 할 땐 좋고 일 하거나 연강을 들.. 2021. 12. 21. 인스타그램 금단 현상 을 물어본다면 '없다'. 그리고 매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종의 사유로 근래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물론 평소에도 자주 앱을 지웠다 깔았다하긴 했지만 그건 대부분 시간관리를 위한 방도였고, 기억상 이렇게 오래 지워두고 다시 깔고 싶은 생각이 그리 안들기는 처음이다. 그래보았자 꼬박 닷새지만 인스타그램 속 평행세계의 시간으로는 한 달은 흐른 느낌이다 (+그리고 이후로 한 달 넘게 인스타그램 근처도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기도 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번주는 '인수인계 주간'이었다. 현재 랩실 팀장을 맡고 있는 친구가 졸업과 함께 연말까지만 연구실에 나오면서 예견보다 일찍 내게 팀장직이 주어졌다. 차근차근 할 일들을 인계 받은 후 나만의 체계를 구축해서 미리 세부 업무 .. 2021. 12. 17. [앤카드] 21/12/12 - 겨울, 공허 겨울이라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러닝을 하러 나가기에 너무 추운 것이다. 딱 오늘 같은 날 홍제천 따라 한강까지 내려갔다 오면 참 좋은데, 오늘 움직인 거라고는 학교 오가느라 걸은 10분이 전부다. 심신에 덕지덕지 붙은 지방이들을 떼어내기에 걷기만큼 좋은 것도 없는데 조금 아쉽다. 늦은 밤 집에 돌아오니 방 안에 흐르는 정적이 어색했다. 그래도 이 정적을 깨기 위해 습관처럼 유튜브를 켜고 싶지는 않았다. 책을 읽을까 하고 책장을 서성여 보았지만 그다지 눈에 들어오는 책도 없었다. '그래, 그럼 책 대신 내 마음을 읽어보자' 그렇게 처음으로 혼자 있는 시간에 앤카드를 꺼내 보았다. 앤카드는 소통 문화를 만드는 앤파씨라는 회사에서 만든 공감카드인데 지난 여름 '내 마음 속 작은 숲 가꾸기'라는 청년 지원 사업.. 2021. 12. 13. 좋아하는 계절, 사계절 작년 정도까지만 해도 좋아하는 계절에는 겨울이 없었는데, 이젠 사계절이 다 좋다. 봄은 화창하게 피어나는 꽃을 즐길 수 있어서 좋고, 여름엔 더우면 더운대로 예쁜 옷을 입을 수 있어서 좋고, 가을은 맑은 하늘에 형형색색 물든 단풍을 음미할 수 있어서 좋고, 겨울은 겹겹이 포개어 입은 옷과 거리마다 즐비한 노란 전구에서 전해오는 따스함이 좋다. 하지가 지나고 해가 눈에 띄게 짧아지는 11월의 어느 날들만 잘 보내면 금새 짙은 어둠 속 포근함, 캐롤,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진다. 거리의 이 분위기가 좋아 가끔은 매일이 연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끝이 있음에 더 애뜻한거겠지. 동지가 지나고 크리스마스도 막이 내리면서 서서히 길었던 어둠도 걷힌다. 그리고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기까지 그 며칠의 시간이 내겐 공연.. 2021. 12. 12. 연흔 이곳도 오랜 만이다. 먼지 쌓인 방을 닦고 잠시간 향초도 켜두어야겠다. 그동안 종강이 아닌 것 같은 종강을 하고 조교 수업도 잘 마무리를 지었다. 이로서 석사과정 코스웤이 생각보다는 끝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게 끝이 났다. 이제 정말 졸업 준비만 남았는데 아직은 실감이 잘 나지 않고 그래서 더욱 마음에 여유가 남아있는 것 같다. 사실 지난 한 달 간은 마음이 다른 것들로 많이 차있었고, 티스토리 뿐만 아니라 일기장, 감정 달력, 인스타 부계정 등 다원화 된 대부분의 기록지에 소홀했다. 내 안을 들여다보기 보다는 나의 겉을 드러내는 데에 더 힘썼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그만큼 감정이 많이 일렁였고 차분히 내실을 다지기 어려웠다. 종강과 함께 나의 백사장에 바닷물이 수차례 밀려 올라왔다. 비슷한 검푸른 색 바다.. 2021. 12. 12. [마음 일지] 21/11/29(월)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1. 11. 29. 영양제 한 아름 호르몬 때문이라기엔 피로가 심해도 너무 심한거 아니냐구,, 일주일 내내 손발이랑 얼굴이 팅팅 붓고 요즘 아침에 일어나기가 크나큰 산을 넘는 것만 같다.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가 5분만 더 쉬어야지,, 하곤 회화 수업에 늦어버려서 이 참에 컨디션 관리를 위해 영양제를 왕창 구입했다. 예전에 밀크씨슬 두 알씩 먹고 잤을 때 아침에 상당히 가뿐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걸 먼저 장바구니에 담고, 마침 다 떨어진 비타민 D와 B를 함께 구매했다. 운동을 못 가니 먹는 거라도 잘 챙겨 먹어야지 💪🏻 2021. 11. 18. 쉼표, 엊그제 마음에 지펴진 작은 성냥불 하나가 내 몸 구석구석을 튕겨 다니고 있던 차에 오늘은 또다른 불씨 하나가 날아왔다. 평정을 찾으려 명상도 해보고 점심시간에 햇빛을 쬐면서 멍도 때려 보았으나 일과 중에는 이 고요를 유지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일광욕에 잠긴 나를 가만 내버려두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서너 번 이어폰을 뺐다 꼈다 하게 만드는 상황도 있으니 말이다. 이래서 직장인들이 쉴 공간을 찾아 화장실에 가나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생각을 정화할 수 있는 가까운 공간이 화장실 칸일 수도 있겠다. 엊그제 일기에도 '방해금지 모드'에 대한 언급을 했었는데 내가 유난히 예민한걸까 싶다가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그게 일터가 될 수도 있고 집이나 다른 어떠한 공동체도 될 .. 2021. 11. 11. 이전 1 2 3 4 5 6 7 8 ··· 1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