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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96

임포스터 신드롬 요즘 마음이 복잡하고 밤마다 머리가 터질 듯이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도 이 감정을 혼자 이겨내 보겠다고 한 2-3주 동안 나를 지켜보다가, 때론 눈도 감았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다 7월 들어선 달력의 숫자가 자체가 주는 심적 부담이 너무 커졌고, 과거의 내가 기대했던 내 모습과 괴리있는 현재에 번번이 실망하는 나날을 보냈다. 일상의 안정감은 방학을 맞은 지금보다 되려 학기 중에 더 컸는데 이번주 부로 상담도 종결되고 나니 마음이 약간 더 헤매는 걸지 모르겠다. 이 시간을 혼자 감내 하려 노력했지만 그 이면에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는 바람이 묻어 있었던 것 같다. 지난주, 선생님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과제를 내주셨다. '두 사람과 포옹하기'. 처음엔 당당히 외쳤다. "두 명이요? 에이~ 그 정도는 할 수.. 2021. 7. 10.
안녕 나의 천사, 49재의 기도 하루 이틀이 쌓여 네가 천사가 된지 어느덧 49일째. 오늘만큼은 조금 경건한 마음으로 너를 생각하고 싶은 마음에, 어젯밤 자정 전후로 밀린 집안일을 해냈다. 집안 곳곳이 정돈되니 마음이 무척 개운해지는 새벽이었다. 참 신기하게 오늘도 비가 온다. 하늘도 차분히 우리 가족의 마음을 공감하듯 너와 관련 된 날들엔 항상 비가 내렸다. 네가 떠난 날은 비를 맞으면서 정인-장마를 듣다가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정말로 장마의 계절이 왔구나. 그 날 이후로는 가사의 의미가 사뭇 다르게 느껴져서 이제는 좀처럼 그 노래를 듣기가 쉽지 않네. 대신 오늘은 친구가 선물해준 무지개를 들으면서 너를 생각할게. 오늘은 아빠도, 나도 지장경을 2시간씩 독송했다. 170 페이지를 입으로 외면서 읽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 2021. 7. 7.
내 생에 가장 험난 했던 운전대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나 보다. 부모님 결혼 기념일을 맞아 가족들과 서해로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비가 한 두 방울 똑똑 떨어졌는데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더니 하늘에 구멍이 뚫린 냥 폭우가 쏟아졌다. 가장 빠르게 와이퍼를 움직여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뿌얬고, 앞뒤로 오가는 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아서 상당히 위험함을 느꼈다. ‘이거 안되겠다’ 싶어서 몇 번을 고민하다가 비상등을 켰다. 그러자 동심원이 퍼져나가듯 삽시간에 새만금 방조제 위에 점멸등의 행렬이 이어졌다.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무언의 질서가 빗길 위에 삼엄히 깔렸고, 더듬더듬 서로의 존재를 파악하려는 모습에 순간 감동이 밀려 올라왔다. 다행히 십 수 km의 방조제를 벗어나니 거센 비가 조금 잠잠해졌다... 2021. 7. 3.
두 번째 종강: 석사 1년을 돌아보며 [오늘의 브금] 들으면서 읽기 :) 모바일 앱에서는 좌측 상단에 영상 최소화 버튼 누르기! 벌써 석사 1년 차가 끝났다. 작년 요맘 때는 진로 고민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렸는데, 지금에서야 돌아보니 치열하게 고민하던 내 모습이 귀엽게 느껴진다. 별거 아닌데 참, 그 땐 몰랐지. 알 수가 없었지… 생각해보면 이렇게 조금씩 깨닫고 성숙해가는게 인생의 묘미인 것 같다. 지난해 그 늪에서 빠져 나오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대학원에 입학하면 바로 벗어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늪에선 내 발자취도 안보이고 표지판도 보이다 말다, 지나가는 행인도 드물었다. 뭍으로 나오는 데에 한 학기를 다 보냈다. 더보기 2020.12.23 드디어 첫 학기가 끝났다. 유ᄃ.. 2021. 6. 24.
망막에 구멍이요? 망막박리 레이저 치료 @신촌 세브란스 약 15년 간 안경을 껴오면서 어려서부터 했던 다짐이 있다. “눈에는 손 안댈거야!” 그 이유는 바로 우주여행 때문. ㅋㅋㅋㅋ 어린 시절엔 내 한 평생에 우주 여행을 가는 날이 오리라고 굳게 믿어왔다. (물론 지금도 유효한 생각이지만 이제는 기회가 생기더라도 선뜻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좋아하던 비행기 마저 요즘은 이착륙 시 상당히 겁 먹는 나..) 그리고 우주선을 타려면 안압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시력교정술을 받으면 결격사유가 된다는 말을 듣고는 눈에는 손대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언니가, 시력교정술을 최초로 집도한 교수님께 수술을 받고는 “신세계를 경험했다”고 하는게 아닌가. 조종사를 준비하던 친구도 비슷한 시기에 수술을 받고는 똑같은 말을 하길래 이게 대체 무엇인고 싶었.. 2021. 6. 23.
무지개 벌써 세 번 연속 글감으로 오른 무지개.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결에서 다룰 예정이다. 처음으로 곡 선물을 받아 보았다. 누군가의 소중한 작품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다. 내게 '작곡'에 대한 첫 인상은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 당시 미디어봉사동아리를 하면서 네이버 해피빈에 올릴 모금 영상을 제작하고 있었다. 작품 시나리오 기획부터 촬영, 편집, 작곡까지 모든 요소가 동아리원들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구조였다. 나의 역할은 피후원자의 스토리를 다각도로 렌즈에 녹여온 뒤 꼼꼼히 타임라인을 마킹해서 편집자에게 전해주는 것이었다. 떨리는 첫 촬영 당시, 현장을 방문해서는 렌즈 속에 편집되어 보이는 세상과 내 눈으로 바라보는 현실은 온도차가 꽤 있단 걸 느꼈다. 그래서 카메라에 시선을 잘 담아가야 하는 임무.. 2021. 6. 3.
무지개 다리 너머2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는 5단계가 있다고 한다.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 그가 떠난 직후 며칠은 부정과 우울의 단계를 길게 느꼈지만, 그래도 매일 밤 책을 읽고 기도를 하면서 꽤 빠르게 수용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 어제 아빠의 연락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평온한 일요일 오후, 일상을 정비 하던 중 아빠에게 문자가 왔다. 순돌이 산소 사진과 함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의미심장한 메세지가 있었다. 사진 속에는 그가 누워있을 자리에 큰 바스켓이 씌워져 있었고, 땅에 묻어 세워 뒀던 장난감 하나가 사라져있었다. 직감이 좋지 않았다. "사진 뭐예요 아빠" 잠시금 아빠와 연락이 닿지 않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혼자 벌초를 하러 가신 지라 엄마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계셨다. 사.. 2021. 6. 1.
무지개 다리 너머 어느 새 열흘이 흘렀다. 그 사이 요즘 연애 하냐는 연락도 종종 받았다. 연애? 아니.. 아니긴, 카톡 프로필에 하트가 가득하던데. ...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일일이 설명하거나 오해받고 싶지 않아서 프로필에 꾸며 놓은 설정을 다 지울까도 싶었다. 그치만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이 이렇게 큰 걸 어쩌겠어. 보고픈 마음이 호수만하면 눈을 감고 생각할 거고, 49일 간은 너를 위해 기도할 건데. 지난 한 주는 신이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것 마냥, 몸은 내 몸 같지 않았고 마음도 내 마음 같지 못했다. 눈물샘이 조금만 자극 받아도 머리가 지끈거렸고 호르몬까지 가세해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이런 와중에 바쁘다고 말하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시간을 보내야.. 2021. 5. 30.
좋은 일이 일어나려나 보다 너무나 크게 다가왔던 이 슬픔을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 그릇을 넓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조금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면, 이 충격을 흡수할 완충재가 내 안에 더 많아지리라 믿었다. 지난 사흘 간, 뺨을 따라 흐른 눈물 자국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숨을 끅끅 내쉬며 서럽게 울기도 했고, 울다 지쳐 넋을 놓고 있다가도 눈물이 주륵주륵 흘렀다. 눈물샘은 내 것이 아닌 냥, 내가 컨트롤 하기 어려웠다. 아, 더 이상은 이렇게 지내선 안 될 것 같았다. 혼자 깊음에 잠기지 않기 위해서 어젯밤 지장경을 꺼내 1독을 했다. 너를 위함이라고 말하지만, 더 솔직히는 혼자 잠들기가 겁이 났던 것이 더 컸다.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을 입으로 외니 마음이 안정됐다. 아빠랑 장작불을 피면서 나누었던 .. 2021.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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