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틀이 쌓여 네가 천사가 된지 어느덧 49일째.
오늘만큼은 조금 경건한 마음으로 너를 생각하고 싶은 마음에, 어젯밤 자정 전후로 밀린 집안일을 해냈다. 집안 곳곳이 정돈되니 마음이 무척 개운해지는 새벽이었다.
참 신기하게 오늘도 비가 온다. 하늘도 차분히 우리 가족의 마음을 공감하듯 너와 관련 된 날들엔 항상 비가 내렸다. 네가 떠난 날은 비를 맞으면서 정인-장마를 듣다가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정말로 장마의 계절이 왔구나. 그 날 이후로는 가사의 의미가 사뭇 다르게 느껴져서 이제는 좀처럼 그 노래를 듣기가 쉽지 않네. 대신 오늘은 친구가 선물해준 무지개를 들으면서 너를 생각할게.
오늘은 아빠도, 나도 지장경을 2시간씩 독송했다. 170 페이지를 입으로 외면서 읽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너를 위해 못 할게 무엇일까.
이제 내일이면 네가 머물었던 공간들을 정리 할 예정이야. 그동안은 나도 모르게 집에 갈 때 마다, 차에서 내리면 너가 달려 나올 것만 같고 난 네 이름을 부르면서 배를 만져주러 뛰어가려 했는데 말이지... 현관문을 열고 나설 때도 가장 먼저 네 집에 시선이 닿아 마음이 많이 닳았었단다. 이젠 텅 빈 윗마당이 꽤나 허전 하겠지만 천상에 다시 태어났을 너를 떠올리면 기쁜 마음이 더 클 것 같아.
https://www.youtube.com/watch?v=xT-QGsOxMCQ
오늘 마침 내가 좋아하는 강신주님 강의를 보게 됐어. 그 분이 말씀하시기를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내고 아파하는 건 살아있는 이의 오만과도 같대. 나도 영원히 살 생명이 아닌데, 그저 너가 조금 일찍 갔을 뿐인데, 이 세계의 다리 너머에서 다시 만날거라고 생각하니까 되려 설레는 마음도 조금 들어. 그 곳에선 우리가 언어로서 나누지 못한 대화들을 더 많이 나눌 수 있겠지?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어느 철학자가 사랑이란 '너'와 함께할 때의 기쁨이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래서 '너'의 부재로 인해 고통을 느낀다면 그만큼 너를 사랑했다는 의미래. 그렇기에 이 세상의 3가지 죽음 중에서 '너'의 죽음에 우리가 아파하는거구... 순돌아, 난 우리가 그저 반려견과 견주의 관계가 아닌 한 생명과 생명으로서 서로를 서로의 삶에 깊이 품었다고 생각해. 많이 보고 싶고 많이 사랑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다가 보자 우리. 안녕~
5월 20일, 천사 된 날
7월 7일, 49재
7월 17일, 네가 우리에게 온 날
어쩜 이렇게 날도 기억하기 좋은 예쁜 날짜에 발걸음을 했을까? 간단한 곱으로 이어지는 숫자들이 너무 신기할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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