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록지/일상 속 생각

안녕 나의 천사, 49재의 기도

by peregrina_ 2021. 7. 7.
728x90

하루 이틀이 쌓여 네가 천사가 된지 어느덧 49일째. 

 

오늘만큼은 조금 경건한 마음으로 너를 생각하고 싶은 마음에, 어젯밤 자정 전후로 밀린 집안일을 해냈다. 집안 곳곳이 정돈되니 마음이 무척 개운해지는 새벽이었다. 

 

참 신기하게 오늘도 비가 온다. 하늘도 차분히 우리 가족의 마음을 공감하듯 너와 관련 된 날들엔 항상 비가 내렸다. 네가 떠난 날은 비를 맞으면서 정인-장마를 듣다가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정말로 장마의 계절이 왔구나. 그 날 이후로는 가사의 의미가 사뭇 다르게 느껴져서 이제는 좀처럼 그 노래를 듣기가 쉽지 않네. 대신 오늘은 친구가 선물해준 무지개를 들으면서 너를 생각할게.

 

오늘은 아빠도, 나도 지장경을 2시간씩 독송했다. 170 페이지를 입으로 외면서 읽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너를 위해 못 할게 무엇일까.

 

이제 내일이면 네가 머물었던 공간들을 정리 할 예정이야. 그동안은 나도 모르게 집에 갈 때 마다, 차에서 내리면 너가 달려 나올 것만 같고 난 네 이름을 부르면서 배를 만져주러 뛰어가려 했는데 말이지... 현관문을 열고 나설 때도 가장 먼저 네 집에 시선이 닿아 마음이 많이 닳았었단다. 이젠 텅 빈 윗마당이 꽤나 허전 하겠지만 천상에 다시 태어났을 너를 떠올리면 기쁜 마음이 더 클 것 같아.

 

 

https://www.youtube.com/watch?v=xT-QGsOxMCQ 

 

오늘 마침 내가 좋아하는 강신주님 강의를 보게 됐어. 그 분이 말씀하시기를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내고 아파하는 건 살아있는 이의 오만과도 같대. 나도 영원히 살 생명이 아닌데, 그저 너가 조금 일찍 갔을 뿐인데, 이 세계의 다리 너머에서 다시 만날거라고 생각하니까 되려 설레는 마음도 조금 들어. 그 곳에선 우리가 언어로서 나누지 못한 대화들을 더 많이 나눌 수 있겠지?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어느 철학자가 사랑이란 '너'와 함께할 때의 기쁨이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래서 '너'의 부재로 인해 고통을 느낀다면 그만큼 너를 사랑했다는 의미래. 그렇기에 이 세상의 3가지 죽음 중에서 '너'의 죽음에 우리가 아파하는거구... 순돌아, 난 우리가 그저 반려견과 견주의 관계가 아닌 한 생명과 생명으로서 서로를 서로의 삶에 깊이 품었다고 생각해. 많이 보고 싶고 많이 사랑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다가 보자 우리. 안녕~

 

 

5월 20일, 천사 된 날
7월 7일, 49재
7월 17일, 네가 우리에게 온 날

어쩜 이렇게 날도 기억하기 좋은 예쁜 날짜에 발걸음을 했을까? 간단한 곱으로 이어지는 숫자들이 너무 신기할 따름이다.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