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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일상 속 생각

인스타그램 금단 현상

by peregrina_ 2021.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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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물어본다면 '없다'. 그리고 매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종의 사유로 근래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물론 평소에도 자주 앱을 지웠다 깔았다하긴 했지만 그건 대부분 시간관리를 위한 방도였고, 기억상 이렇게 오래 지워두고 다시 깔고 싶은 생각이 그리 안들기는 처음이다. 그래보았자 꼬박 닷새지만 인스타그램 속 평행세계의 시간으로는 한 달은 흐른 느낌이다 (+그리고 이후로 한 달 넘게 인스타그램 근처도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기도 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번주는 '인수인계 주간'이었다. 현재 랩실 팀장을 맡고 있는 친구가 졸업과 함께 연말까지만 연구실에 나오면서 예견보다 일찍 내게 팀장직이 주어졌다. 차근차근 할 일들을 인계 받은 후 나만의 체계를 구축해서 미리 세부 업무 폴더들까지 다 만들어 두었다(분석, 체계 강점이 이렇게 또 발휘 되는군ㅋㅋㅋ). 옛날보다 팀장일이 많이 줄었다고는 들었는데 생각보다는 자잘자잘 번거로울 법한 일들 말고는 크게 부담이 되는 건 없어보였다. 사실 자잘한 것들에서 시간이랑 에너지 소모가 더 클 수 있지만.. ^^ 아무튼 팀장일 자체는 기대되는 부분도 조금 있고, 졸업 심사랑 맞물려서 나를 시험에 빠지게 하는 일들만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인수인계는 방학 동안 잠시 외국에 다녀오는 동기를 대신하여 학과 근로를 맡기로 했다. 왕년에 여러 단과대 행정실에서 탄탄한 근로 경력을 쌓아온 바... 학교 행정 시스템을 잘 숙지하고 있기도 했고 사무실이 연구실 바로 옆에 있기도 해서 여러 모로 근무 환경이 좋을 것 같았다. 팀장 일이랑 병행하면 연구에 행정 업무까지 마스터하는거 아닌가 몰라! ^^ㅋㅋㅋ 잘 하면 다음 학기에 동기로부터 아예 근로를 넘겨 받을 수도 있는데 그럼 학비 반액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자 대학원생이 되고 싶다.

생각해보니 일종의 인수인계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조교업무다. 내일부로 최종 성적을 마감 할 예정이라 교수님께 그간의 과제 채점, 평가 항목들을 모두 넘겨드렸다. 올해 새로 개편된 사이버 캠퍼스 상의 유용한 기능들도 상세하게 알려드리고 싶었지만 오늘 교수님 미팅에서 괜시리 얼음 모드가 되어... '좋은 기능들이 많더라' 정도만 말씀드리고 끝났다. 다음 조교를 맡을 후배한테 대신 다 알려줘야지.

인수인계 말고도 평소의 나였다면 인스타에 올렸을 법한 컨텐츠들이 많았지만, 아직 어느 범주까지 나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지가 정리되지 않기도 했고 그 공간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내가 받게 될지 모를 상처에 대한 회피심이 컸다. 이런 마음들이 내 일상을 타인과 밀접하게 공유하고 싶은 욕구를 꽤 크게 절제시키는 듯 하다. 덕분에 지난 다짐에서처럼 가상 공간에서가 아닌 현실에서의 나와 주변에 충실한 시간들을 잘 보내고 있다. 하루하루가 상당히 평온하다.

가능하면 연말 정도까지 이 습관을 유지해 볼까 한다. 앞서 말한 상황을 받아들일 용기가 생길 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도 같고, 뒤숭숭한 연말을 조금이나마 더 건강하게 보내기에 이 친구가 한 몫 하리라 생각해서다.

사실 한창 송년회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감도는 차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갑작스레 강화 되면서 나는 코를 찌르지 않으면 혼밥 신세를 면하기 어려운 오리알이 됐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이트한 9시 통금의 부활로 줄줄이 송년 모임을 파토 혹은 연기하는 상황이지만, 당장의 점심 한 끼도 누군가와 같이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되니 뒤숭숭 한 마음 반, 무덤덤 한 마음이 반이다. 이럴 때 차창 너머로 바깥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으면 스스로 고립감을 더 크게 만들 것 같아서 가능하면 마음을 동요시키는 일은 최소화 하려고 한다. 와인잔에 케익 넘쳐나는 모습 견딜 수 없어ㅓㅓㅠㅠ

와인 대신 칵테일에 케익 뭐 이런 느낌…? 만으로 빼박 서른인 친구의 생일과 결혼 축하 파티🥳 4년 전 오늘 우리는 야간 스키를 타고 있었더라지.. 5년 전 요맘 때 우리는 신촌에서 술 마시다 새해 제주행 티켓을 끊어버렸다지.. 재밌었다 친구들아


그래도 달리 바라보면 격리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또 음성 확인증만 있으면 얼마든지 외부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약간의 불편만 감수하면 16일이 금방 지나갈 것 같다(연장만 제발 흐즈므르). 처음 겪어보는 독특한 연말이라 그렇지 생각보다 별거 아닐지 모른다. 이참에 집에서 요리도 많이 하고 외식비도 줄이고, 한 해를 돌아보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맛있는거 많이 사다가 마블 영화도 하나 정주행 해보고, 스스로와도 많이 대화하면서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게 뭔지 생각해 봐야지.

아마 내일 이후로 16일 간은 블로그를 자주 찾아올 것 같다.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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