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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일상 속 생각

연흔

by peregrina_ 2021.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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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도 오랜 만이다. 먼지 쌓인 방을 닦고 잠시간 향초도 켜두어야겠다.

그동안 종강이 아닌 것 같은 종강을 하고 조교 수업도 잘 마무리를 지었다. 이로서 석사과정 코스웤이 생각보다는 끝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게 끝이 났다. 이제 정말 졸업 준비만 남았는데 아직은 실감이 잘 나지 않고 그래서 더욱 마음에 여유가 남아있는 것 같다.

사실 지난 한 달 간은 마음이 다른 것들로 많이 차있었고, 티스토리 뿐만 아니라 일기장, 감정 달력, 인스타 부계정 등 다원화 된 대부분의 기록지에 소홀했다. 내 안을 들여다보기 보다는 나의 겉을 드러내는 데에 더 힘썼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그만큼 감정이 많이 일렁였고 차분히 내실을 다지기 어려웠다.

종강과 함께 나의 백사장에 바닷물이 수차례 밀려 올라왔다. 비슷한 검푸른 색 바다로 보였지만 밀려 오고 다시 빠져나가는 파도의 속도나 수온들이 이전과는 달랐다. 처음엔 낯선 기색을 감추기 어려웠지만, 해를 거듭할 수록 조금씩 넓어져 온 완충지대는 이런 파도들도 곧잘 흡수하려 했다. 결국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을 알고 있고 이 백사장의 가치를 이해하는 바다라면 돌고 돌아 언젠간 다시 닿을 것을 믿는다. 그저 원래 그 물결이 흐르고 있던 방향, 어디서 모인 물들로 이루어졌는지, 앞으로 어느 곳을 향해 나아갈 것인지를 알지 못하니 뻘에 남은 연흔을 보고 허할 뿐이다. 내 자신에게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여기에 매몰되어 내 감정을 깊은 상태로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백사장의 모래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내실을 쌓는 겨울을 보내야지. 여름이 되어 이곳에 들르는 이들에게 오래토록 머물 수 있는 해변이 되어야지.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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