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록지/일상 속 생각

주중에도 이어지는 주부 모드 feat. 알보칠

by peregrina_ 2021. 12. 21.
728x90


아직까진 생각보다 순탄한 방역 패스 기간을 보내고 있다. 점심 저녁 모두 연구실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는데 아침마다 도시락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건강하고 맛있는 두 끼를 위해서라면 이정도야 거뜬하다.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학과에서 근로를 시작했다. 동기는 잠시 유럽으로 떠났고 그동안 업무를 대신 맡기로 됐다. 인수인계 동안엔 간단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혼자하려니 은근히 긴장되더라. 거기다 인계 받을 때는 없었던 매뉴얼에만 적혀있는 업무를 하게 돼서 더욱 긴장했던 것 같다. 이래저래 학교 곳곳을 심부름 다니고 보니 2km를 가뿐히 넘겼다. 캠퍼스가 큰 것은 과연 장점일까 아닐까 학부 때부터 고민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분명한 건, 산책 할 땐 좋고 일 하거나 연강을 들으러 멀리 이동할 땐 고역이다. 그리고 비슷한 업무를 행정 선생님들은 왜이냥 제각각 다른 건물들에 계시는지… 학교에 대해선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참 많다. :0


아침 일찍 일어나 오전 동안 근로를 마치고 연구실로 복귀하니 벌써 퇴근하고 싶을 정도로 피곤했다. 피할 수 없는 월요병.. 그래도 맛있는 도시락 먹으면서 힘내고 저녁도 늦지 않게 챙겨 먹었다.

나란 사람 먹방 보다 요리 유튜브 보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 밥 먹으면서 지글지글 프라이팬 소리가 나는 걸 보고 들으면 즐겁다. 다음 번엔 무슨 도시락을 쌀지 아이디어를 얻기에 참 좋기도 하고, 깔끔하고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하는 유튜버들을 보면 존경심까지 든다.

생각해보니 연구실에서 모니터 풀 스크린으로 영상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꽤 좋다..?


아무튼, 어제는 월요병을 탈피하고자 일찍 잠에 들고 싶었다만 야근 직후 빅웨이브 회의가 길어져 자정까지는 꼼짝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했다. 그렇게 오늘 아침을 맞으니 일어나기가 너무 힘이 들더라. 다행히 오늘은 오전에 근로가 없어서 늦잠을 더 잘 수도 있었는데 간단히 도시락 준비를 하려고 일어났더니 잠도 깨고 시간도 좀 흘러서 출근을 지체하기가 어려웠다. 재밌는건 오늘 학교에 일찍 간 편은 아니었는데 내가 제일 먼저 출근한거였어서 묘한 승리감을 느꼈다. 호호.

오늘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연구를 들고 P 박사님과 벙개 디스커션을 했다. 언제나 두 팔 벌려 디스커션을 반겨주는 선배… 오늘도 기대 이상으로(아니 애초에 생각도 못했던) 졸업 준비 팁까지 전수 받았다. 내일부터 매일 10시간씩만 일하면 1월에도 졸업할 수 있을 정도라고 얘기해주셨는데 선배의 시간과 내가 생각하는 시간은 다르게 흐르나보다. 아직도 해도 해도 더 분석 할 것과 정리 할 것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는데 현 상황에서 예심까지 4개월 남은거면 시간이 정~말 많은거라고 한다. 그래. 선배 믿고서 1월까지는 추가 연구 마무리랑 서론, 방법론, 참고문헌 파트까지는 초안 완성해둬야지!!


그리고 업무에도 루틴을 만들어두면 좋다는 조언이 참 와닿았다. 일상에서는 루틴 만들기에 관심도 많고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연구실에서는 코드에서 에러가 나면 그걸 해결할 때까지 다른 걸 손대지 않는 편이라 루틴이랄게 특별히 없었다. 그래도 이제 시간 제한을 두고 A는 2시간, B는 3시간, C는 2시간 이런 식으로 매일 조금씩 할 일을 나눠봐야지. 몰입도 필요하지만 ‘매일매일’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도 잘 알기에!

박사님과 기나 긴 디스커션을 마치고 자리에 돌아오니 어느덧 해는 저물고 피로감이 급격히 몰려왔다. 주말부터 이어진 주부 모드로 구내염까지 생겨난지라 오늘은 정말 일찍 자야지 생각했는데 마침 S 선배가 알보칠을 내밀었다.

알보칠?? 이거 진짜 아프다며;; 그냥 며칠 더 아프고 말래…

잠깐의 고통만 참으면 내일부터 괜찮아질텐데 가늘고 긴 고통을 느낄래 짧고 굵은 고통을 느낄래?ㅋㅋㅋ

으음… (고심 후) 한 번 줘봐바


마음 가짐을 단단히 하고 환부에 알보칠 바른 면봉을 꾹 찍어 눌렀는데 잉? 하나도 안 아팠다. 나 잘못 바른거 아니냐며 ㅋㅋㅋ 의구심을 가졌지만 환부가 하얗게 변했으면 잘 된거라고 했다. 뭐 일단 경과를 지켜봐야지. 아무튼 이른 취침을 다짐하고 오랜 만에 정상적인 퇴근을 했는데 집에 오니 엄마가 보내주신 반찬 거리 택배가 와있었다. 적은 양이 아닌지라 하나씩 꺼내면서, 냉장고랑 김치냉장고까지 대거 정리했더니 오늘도 타임플라이즈….

 

엄마가 보내주신 반찬과 과일들ㅠㅠㅠ 그리고 몇 주 만에 손질하는 단호박. 늘 물에 끓여서 익혔는데 에어프라이기를 쓰니까 훨씬 간편했다.

이참에 묵혀둔 단호박까지 손질하자 → 설거지도 하자  베란다 바닥 청소하자  그럼 화장실도 청소하자 로 흐르는 나의 알 수 없는 나의 사고회로…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MBTI에선 항상 J가 나오지만 P 못지 않은 즉흥파인 듯.

아무튼 그렇게 열주부로 변신하고 나니 시간은 밤 9시 반이 훌쩍 넘었다. 포스팅까지 쓰다 보니 잠이 깨는 듯 마는 듯 멍-하다. 이제 진짜 자러 가야지. 내일도 하루가 길 예정이다. 임 주부 화이링.

내일 챙겨갈 단호박 샐러드!

 

 

'기록지 > 일상 속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역 패스 그만하자 이제  (2) 2022.01.13
크리스마스 기차 여행  (2) 2021.12.26
인스타그램 금단 현상  (0) 2021.12.17
좋아하는 계절, 사계절  (0) 2021.12.12
연흔  (2) 2021.12.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