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예비심사가 정말 목전으로 다가왔다. 연구실에서 예행 연습을 진행하고 진이 다 빠져서는 집에 돌아왔다. 연습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그 이후까지 오늘은 참 여러모로 낯선 감정들의 연속이었다.
사실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내 스스로 이 시간들을 소화하기엔 그 기간이 너무나 짧았다. 슬퍼할 시간 조차 아껴 일 하는 데에 써야 했으니 내 자신을 돌볼 여유는 당연히 부족했다. 그래도 큰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요 며칠은 마음이 좀 평온했는데 역시나 끝나기 전까진 끝난게 아니었다. 기계도 아닌 인간이 어찌 이 차갑고 딱딱한 시간을 삐걱대지 않고 이겨내리. 그간 꾹꾹 눌러담았던 마음에 조금 탈이 났다.
'고생했다고, 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 힘듦을 다 이해한다고.'
진심어린 위로가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혼자 견뎌내는 이 시간이 버거울 때마다 사람들을 찾았다. 누군가가 보고 싶어도 직접 만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니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가상 공간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 때마다 항상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았고 그를 양분 삼아 그만큼 더 걸어나갔다. 그런데 이게 참.. 현실로 돌아올 땐 양분의 허상만 들고올 수 있을 뿐 그 실체는 여전히 가상 공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피부로 스치는 것들을 기대하기엔 어딘지 모를 허전함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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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그간의 나는 열심히는 했지만 잘 했는지는 모르겠다. 열심히 한 것으로 잘한 것처럼 포장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실체는 여실히 드러나고 마는 법.
오늘 예행 연습을 하면서 느낀 감정은 무어랄까.. 잘 꾸민 나의 아리따운 포장을 들고 갔는데 리본과 속지가 풀어 헤쳐지며 중구난방 된(되어 있던) 내용물을 마주한 느낌? 정돈 된 선물을 위해서는 언젠가 필요한 마주침이었지만 어쩌면 준비가 덜 되었던 것 같다. 고마움, 속상함, 의아함, 위축, 혼란 등등 다양한 마음이 들었다.
감정을 분리 해내고자, 그리고 순식간에 밀려온 긴장과 압박감을 털어내고자 가장 편안한 공간인 집으로 왔다. 아무 생각 없이 재미난 것 보면서 기분 전환을 하자고 켠 유튜브에서 요즘 좋아하는 '서울체크인' 예능 클립이 떴다.
"언니는 언니 없이 어떻게 버텼어요?"
".... 몰..라 (웃음)"
엄정화와 이효리의 아주 짧은 대화 장면이었는데 서로가 서로의 지난 시간들을 안아주는 모습을 보고 펑펑 울었다. 뭔가 남 일 같지 않고 또 대리 포옹을 받는 느낌이었달까. 그동안 내가 나 자신을 너무 살피지 못했단 걸 깨달았다. 사실 이런 적이 처음도 아닌데 매번 나는 나에게 서툴고 이 부족함은 매번 반복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어서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를 보았는데 오늘은 유독 내담자의 일화에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 공감하면서 오랜 만에 주륵주륵 눈물을 쏟아본 것 같다.
치유의 힘이 있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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