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러닝을 하러 나가기에 너무 추운 것이다. 딱 오늘 같은 날 홍제천 따라 한강까지 내려갔다 오면 참 좋은데, 오늘 움직인 거라고는 학교 오가느라 걸은 10분이 전부다. 심신에 덕지덕지 붙은 지방이들을 떼어내기에 걷기만큼 좋은 것도 없는데 조금 아쉽다.
늦은 밤 집에 돌아오니 방 안에 흐르는 정적이 어색했다. 그래도 이 정적을 깨기 위해 습관처럼 유튜브를 켜고 싶지는 않았다. 책을 읽을까 하고 책장을 서성여 보았지만 그다지 눈에 들어오는 책도 없었다. '그래, 그럼 책 대신 내 마음을 읽어보자'
그렇게 처음으로 혼자 있는 시간에 앤카드를 꺼내 보았다. 앤카드는 소통 문화를 만드는 앤파씨라는 회사에서 만든 공감카드인데 지난 여름 '내 마음 속 작은 숲 가꾸기'라는 청년 지원 사업에서 알게 되었다. 지난 달에 연구실 선후배들이랑 이 카드로 깊은 대화를 풀어나간 적은 있는데 정작 나와의 대화에서 써보긴 처음이다. 앤카드 활용 방법 등은 앤파씨의 앤언니 유튜브 채널에도 잘 나와있다.
70개의 느낌 카드와 65개의 욕구 카드를 가지고 현재 내 감정을 말해주는 것들을 추려냈다.
느낌 : 공허한 / 시원섭섭한 / 신경 쓰이는 / 외로운 / 섭섭한
욕구 : 소통 이해 / 솔직함 / 상호성 교류 / 친밀함 / 배려
각각 최종적으로 선별한 5개의 카드들이다. 느낌은 욕구가 충족 되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마음이 보내는 신호라고 한다. 추린 느낌의 원인이 되는 욕구가 무엇인지 골라보니 내겐 솔직한 소통을 바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나 보다. 그렇지만 이 마음이 닿는 과정에서 겉보기 색이 조금 바래고 상대적인 무게가 달라졌던 것 같다. 최대한 본연의 색을 전달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엔 마침표를 찍어야 했고 예기치 못한 상황들로 인해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됐다. 시간이 지나며 감정은 옅어지겠지만 아래 다섯 가지 욕구들은 시간이 흘러도 제자리에 멈춰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무얼해야 할까. 당분간은 정신을 어지럽혔던 가상 공간을 떠나 현실에서의 나에 집중 해봐야겠다. 남이 보기에 좋아보이는 내 모습 말고 내가 보기에 만족스러운 내 내면을 담아두어야지. 글을 쓰고, 명상을 하고, 오늘처럼 감정카드를 가지고 나와 대화를 나누고... 정적이 더이상 허전함이 아닌 비움의 충만으로 느껴지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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