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앤카드를 꺼내 들었다. 마지막 포스팅 이후로도 종종 카드를 펼쳐 보긴 했지만 벌써 한 두 계절이 성큼 바뀌었다. 아직 가을이지만 오늘 첫 한파주의보가 내렸을 정도로 겨울 못지 않게 추운 날이었다. 학관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는 길에 맑고 짙은 밤 하늘 밑에서 시원한 찬 공기를 마시니 백양로 삼거리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생각났다. 매년 12월 초, 이따금씩 이런 날씨에 트리를 보며 밤 산책을 했었는데 코 끝에 스치는 바람이 딱 지금 트리가 환하게 켜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다.
괜시리 마음이 몽글거렸다.
연구실에 돌아와 크리스마스 플레이 리스트를 열었다. 10월 중순에 캐롤이라니. 난생 가장 이른 캐롤 개시다. 올타임 원픽인 아이유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를 틀었다. 하얀 눈이 내려올 때면~ 온 세상이 물들을 때면~ 인트로를 들으면 별 빛이 샤르르 쏟아지고 눈 결정이 톡톡톡 맺어지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 오르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보람된 한 해를 만들어준 다양한 일들이 떠오르고 한 편으로는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어 멋쩍기도 하다. 그리고 가슴이 살랑이는 기분도 빼놓을 수 없다. 근래 친구들이 연애, 결혼, 육아 하는 모습을 많이 봐서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나도 올 겨울은 짝꿍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캐롤을 들으며 마음은 간지러웠지만 그렇다고 또 마냥 설레이거나 기분이 들뜨지 만은 않았다. 그래서 모처럼 나와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앤카드를 꺼냈다. 이런 아리송한 마음을 읽어내기에 참 좋은 도구이다.
현재 감정 : 긴장되는, 초연한, 걱정스러운, 끌리는, 설레는
관련 욕구 : 도전, 창조성/창작, 예측가능성, 상호성/교류, 친밀함
어느 덧 10월 중순을 지나가고 있는 지금, 내 마음은 잔잔한 불안 위에 될대로 되라 싶은 초연함이 깔려있다. 모든 면에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아도 머릿속에는 늘 여러 걱정으로 가득 차있다. '지금이 9월 초만 되었어도...' 하고 시간을 붙잡고 싶은 생각을 매일 하지만 시간은 꼭 축지법을 써서 흐르는 것 같다. 다가오는 화요일 밤에 학회 출장을 내려가고 주말에 가족 모임까지 다녀오면 금새 10월도 후순을 향해 달려가겠구나.
이번 겨울은 특히나 연말에 가까워질 수록 입시 준비로 바쁠텐데, 마음 관리를 잘 하면서 잔잔한 행복들을 느꼈으면 좋겠다.
'기록지 > 마음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앤카드] 23/08/20(일) - 미국 박사유학 개강을 앞두고 (0) | 2023.08.28 |
---|---|
[앤카드] 23/01/07(토) - 박사 유학 입시 1막의 끝 그리고 덕통사고 (0) | 2023.01.07 |
[앤카드] 22/04/21(목) - 졸업 예비심사 준비 (0) | 2022.04.21 |
[앤카드] 22/03/03(목) - 졸업 준비 (0) | 2022.03.04 |
[앤카드] 21/12/12 - 겨울, 공허 (2) | 2021.12.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