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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마음 읽기

[앤카드] 24/02/19(월) - 집착을 놓으니 찾아온 평온함: 레벨업

by peregrina_ 2024.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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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나와서 첫 6개월 간은 친구 관계나 유대감, 그리고 차를 사고 말겠다는 경제적 집착으로 마음이 가득찼던 것 같다. 연말 연시에는 이런 마음이 더 증폭 되면서 관계에 트러블도 생기고, 그다지 친한 classmate가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되는 수업에서 오는 불안감 등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개강 초를 보냈다.
 
그러다 개강하고 한 2-3주가 지났을 무렵 이 집착의 궁극적인 원인이 되는 내 안의 결핍을 파고 들어보았고,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을 인정했다. 잊고 지냈던 내면의 어린아이를 이해하는 순간들이 잦아졌고, 내가 경험하고 있는 표면적인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자연스레 해결이 될 것을 알았기에 조급해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자고 생각했다. 그러자 classmate들과도 함께 과제를 헤쳐 나가며 점점 가까워졌고 내가 주도한 그룹 과제 스터디가 형성 되기도 했다 (장족의 발전!). 그리고 지난 학기에 인종 차별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행동들로 나 혼자 상처를 받으며 꽤나 불편한 관계에 있던 친구와도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면서 관계 발전의 여지를 엿보았다 (장족의 발전2!!). 아파트를 쉐어하고 있는 그에게도 큰 용기를 내어 속내를 나누는 대화를 시도했고 개선을 요구하는 부분도 명확히 전달해 보았다 (장족의 발전3!!!). 물론 여전히 예측 불허한 행동들로 인해 이해가 안 가는 점들도 분명 있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내가 눈치를 보며 지내는 입장이었다면 요즘은 쏘왓 마인드를 일부 장착해 마음이 한결 편하다. 
 
그리고 또다른 이슈였던 경제적 안정에 대해 말하자면, 사실 박사 월급으로 먹고 사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지만 차를 사려고 하니 목돈이 필요해서 계속 돈에 집착을 하며 지냈었다. 다행히 내일이면 한국 통장에 2년 간 들어두었던 적금이 만기가 되기도 하고, 한 달 정도 친구와 요일제 출근 카풀을 하면서 겨울 추위를 어느 정도 지나보내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지난 한 달 사이엔 너무 추운 날이 많았어서 혼자 차를 보러 처음으로 Subaru와 Honda 딜러십에 다녀오기도 했는데, 테스트 드라이브를 하면서 어떤 차가 나에게 맞을지 취향을 찾아가다 보니 차를 구매하는 것 자체에 대한 강박은 조금 놓아지고 '오래 탈 차, 내 마음에 드는 걸로 사자'는 생각이 더 커졌다. 내 또래인 S사 딜러와는 "야 솔직히 Toyota가 차 젤 잘 만들지 않냐"하며 문자로 농담 까먹기를 할 정도로 차에 대해 궁금한게 있으면 편하게 물어본다. 딜러도 카풀이 돈을 가장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나보고 잘 하고 있다고 격려해주고 "No rush!"라면서 내 상황을 십분 공감해주니 차를 조금 더 잘 알아본 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콜로라도주 에너지청에서 전기 자전거 바우처 추첨을 매달 진행하고 있어서 어제 신청 했고, 잘 되면 당분간 출퇴근은 전기 자전거로 해도 될 것 같다! 우리 과에도 이 바우처에 당첨돼서 전기 자전거를 타는 친구들이 꽤 된다. Cross my fingers!
 

감정: 담담한 편안한 / 신경 쓰이는 불편한 / 자유로운 / 용기 나는 재미있는 / 보람찬 충만한
욕구: 치유 안정 / 예측 가능성 이해 / 자기표현 / 존재적 인정 도움 / 유대감 기여

 
 
지난 주말에는 학교에서 World Unity Fair를 열어서, 한인 학생회와 코리안 클럽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한국관 운영을 도왔는데 작은 기여일 수도 있지만 한국관을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한글로 이름 쓰는 법을 알려주고 책갈피에 이름을 적어 선물하는 것이 정말 뿌듯했다. 한글을 너무나 사랑스럽게 바라보면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했던 이들에게 작지만 큰 감동을 선물한 것 같아서 스스로가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사실 한동안은 영어 등에 대한 또다른 집착으로 '유학와서 한인들과의 교류는 최대한 자제해야지' 생각했었는데, 한인 학생들과 합심해서 부스 운영을 잘 끝내고 뒷풀이에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니 유학 생활의 공감대도 비슷하고 적절히 잘 알고 지내면 괜찮겠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어짜피 다들 대학원 생활하느라 바쁜 사람들인지라 종종 만난다고 나의 영어 실력 향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도 없다..ㅋㅋ
 
그리고 마침 그 Fair에서 한인 풍물패 분들도 뵙고 강습 선생님을 만나 나의 풍물 사랑에 대해 어필 할 기회도 있었는데, 신입은 안 뽑지만 경력은 특채 한다면서 당장 다음 연습부터 나와도 좋다고 하셨다. 아- 설레어라. 작년 10월에 다운타운에서 풍물패 공연하는 것을 보고 초등학교 시절 추억도 생생하게 떠오르고 여전히 몸이 기억하고 있는 장단으로 감동이 단전에서 부터 올라왔었는데 드디어 사물을 다시 잡아볼 기회를 얻다니 꿈만 같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연습을 하면 바쁜 시기도 있겠지만 내 박사과정의 '낙'을 한 큰 스푼 더해주는 취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두근두근.
 
 
모쪼록 나의 집착을 이해하고 놓아주는 훈련을 하다보니 삶이 조금 더 술술 잘 풀리는 것 같다. 나의 그릇을 넓혀주는 이 유학 생활에 항상 감사하다. 

재택 후 운동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갑게 신선한 밤 공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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