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마존 물건을 반품하러 UPS Store에 간 김에 바로 옆에 있는 Sprout 마트에 들렸다.
이 반품 사연은 참으로 구슬픈데, 작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블랙 프라이데이처럼 아마존 프라임 할인 행사를 했던 시기로 기억한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고 싶어 알아보던 중 인공지능 스피커가 가격 차가 얼마 안나길래 일타쌍피를 바라며 아마존 Echo Dot 5세대를 구매했다.
배송은 며칠 내로 바로 왔고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얼른 써보고 싶어서 안달이었을텐데, 나는 귀찮음도 많고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박스를 뜯지도 않고 거의 3-4주를 그대로 놔두었다 (그럼 왜 샀니??).
이윽고 땡스기빙 주간 즈음에야 언박싱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일주일 가을 방학이라 룸메도 여행을 갔겠다 룰루랄라 집에서 신나게 노래를 틀어볼까 했는데 이 친구가 네트워크 연결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갖 메뉴얼과 구글링을 참고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는 다 해봤는데 안 되길래 오늘은 이만키로 했다.
땡스기빙 날, 이전에 하숙했던 박사님 댁에 초대를 받아 저녁 식사를 갔고, 거기 모인 지인들에게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여쭤봤다.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고, 아마존 반품은 한 6개월 정도까지도 될 테니 정 안 되면 반품을 해보라고 했다. 내 기억 상으론 한 달 내에 반품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고 벌써 그 한 달이 다 되었다고 했지만, 아닐거라는 지인의 말에 ‘나중에 반품하지 뭐’ 하고 그 스피커는 또 다시 내 관심 밖에서 사라졌다.
그러다 학생 할인으로 사용하던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이 조만간 만료 된다는 연락에, 오래 묵혀둔 스피커가 생각나 반품 신청을 해보려고 아마존에 다시 들어갔다. 그렇다. 내가 알고 있던 정보가 맞았다. 이미 반품 기한은 작년 11월에 끝났고 겨우겨우 Alexa 앱을 통해 아마존 고객 센터와의 상담에 닿았다 (아니 메일이나 전화번호 정보가 왜 직관적으로 노출이 안 돼 있고 앱에 채팅창이 숨어있는건지).
상담 동안 고객 센터 상담사가 한 10번 가까이 바뀌었고, 이전 채팅 기록은 저장되어 있지만 매번 상황을 설명해줘야 했다 (첫 번째로 나를 괴롭인 요소). 두 번째로는 매번 대동소이한 솔루션과 메뉴얼을 알려줬고 나는 이미 그것들을 오래 전부터 다 해보았는데 안 된다고 설명해야만 했다 (그럼 또 다시 상담사가 바뀌며 첫 번째 요소와 무한 반복). 그러다 마지막 상담사로부터 결정적인 정보를 알게 됐는데 내가 학교 네트워크를 쓰고 있기 때문에 연결에 제한이 걸려 있다고 학교 담당처로부터 엑세스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아니 이걸 다른 상담사들은 몰랐는건지 왜 이제 알려주는건데..?) 오늘은 토요일이라 학교와 당장 연결 가능한 수단이 없다고 말하니 그 상담사는 핸드폰 핫스팟을 통해서 연결하는 방법을 알려줬는데 핫스팟을 켜니 인공지능 스피커가 이를 찾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오전 9시 즈음 부터 해결하려고 시작 한 것이 중간에 외출했던 3시간 가량을 제외하고 저녁 6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진전이 없으니, 정말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답답해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고객 상담센터와는 Alexa 앱을 통해서 채팅을 했고, 네트워크 연결 시도도 똑같은 앱 상에서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채팅창에서 퇴장했다가 네트워크 연결을 시도했다가, 에러가 나면 다시 채팅창에 입장하고 그러면 네트워크 연결 시도는 초기화 되는 무한 굴레 속에 갇혀 있으니 정말 정신이 돌아버리기 직전이었다.
“나 할 만큼 다 했고 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여기에 더이상 투자하고 싶지 않다고, 혹시 환불이 되면 그 방법을 알려주면 고맙겠고 안된다면 그냥 안 써도 괜찮다고 그만 하고 싶다”고 말하니 상담원이 기다려 달라며 원칙상 불가능하지만 예외 처리로 환불을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보통 아마존 환불은 홀푸드 매장에 가서 하면 됐는데 이번 경우엔 홀푸드에서 받을 수 없어서 UPS라는 택배사에 가야 한다고 했다. 지도를 찾아보니 가장 가까운 곳이 편도로 4 마일이었고, 마침 토요일 내리 내린 폭설에 일요일엔 이용 가능한 대중교통 마저 일절 없어서 택시나 자전거를 타야만 했다 (버스가 운행 했어도 환승 2-3번에 도보 20분 이상 가야 하는 루트였음). 택시비는 왕복 30불은 그냥 나올 거리였고 자전거로는 왕복 50분인데 23불 짜리 스피커 환불을 위해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 생각하니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냥 off campus에 사는 친구한테 선물을 줄까 한창 고민을 하다가 잠에 들었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눈은 거진 말끔히 녹아있고 햇살이 좋아 외출하기 괜찮아 보였다. 주말에 헬스를 못 간 대신 자전거로 운동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그렇게 환불 여정에 나섰다. 도로는 제설 작업으로 대체로 깔끔했지만 간혹 그늘진 곳은 자전거 도로가 얼어서 몇 번 미끄러짐을 경험하곤 좀더 주의 깊게 페달을 밟았다. 그리하야 약 30분 만에 택배사에 도착을 했고 1분도 안 돼서 환불 처리가 끝이 났다.
처음에 지도로 봤을 땐 처음 오는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와보니 예전에 하숙할 때 몇 번 룸메 박사님들이랑 장보러 왔던 곳이었다. 그리웠던 Sprouts가 UPS Store 바로 옆에 있었다니!! 반가움을 금치 못하고 환불 접수 후 간단히 장을 보러 마트에 들어왔다. 아- 반가워라.
샐러드와 드레싱 등만 간단히 사서 집에 돌아와 브런치를 만들었다. 지난 연말에 경민 언니네 놀러 갔을 때 언니가 아침마다 만들어준 진짜 맛있는 브런치가 생각나서 시늉이라도 내보았다. 맛은 달랐지만 그래도 든든하니 맛있게 잘 먹었다! (미국와서 아님 내 인생에서?) 처음 만들어본 브런치 나름 성공적!
고진감래와 같던 주말. 뭔가 제대로 쉰 느낌 없이 주말이 지나간 느낌이다. 아마존이 아니라 쿠팡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었지만 어찌저찌 잘 해결하고 맛난 브런치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한다. 안녕 알렉사!! 당분간은 볼 일 없을거야..!!
환불 처리는 총알처럼 완료 됐는데 왜 23불짜리를 20불만 환불을 해주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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