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감각을 느끼는 면에 있어서 나는 평균 수준보다 민감도가 꽤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소리에 예민한데 마치 더듬이가 공간 저변에 촘촘히 뻗어있는 것 마냥 거리감이 있는 곳에서 들리는 소리에도 귀가 곧잘 세워지곤 한다. 선천적으로 민감한 귀를 타고 났을 수도 있고 혹은 생존을 위해 후천적으로 발달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굉장히 사람이 많아 어수선 한 곳에서 수많은 대역의 주파수가 고막에 꽂히면 금방 혼이 빠지고 귀와 머리가 아프기도 하다. 그럴 때 노이즈 캔슬링이나 헤드셋 착용으로 나만의 고요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이 때도 아무 음악을 들어서는 해결이 잘 안 되고 물 흐르는 소리나 장작 타는 소리처럼 고막을 부드럽게 울리는 진동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 변이 지하철을 탈 때 마다 헤드셋을 끼고 다닌 이유가 공감이 많이 됐다. 물론 나는 이어폰이나 헤드셋으로 일정 시간 이상 음악을 듣게 되면 또다른 탈출 욕구가 생겨나 아무런 인위적 소음이 없는 공간이 필요해 진다. 참 피곤한 노릇이지만 난들 어떡하리.. (그렇게 하루 종일 소음의 홍수에 빠져 있다가 저녁이 되면, 시각에라도 긴장을 풀어주려고 책상에 따뜻한 무드등을 비추곤 한다.)
감각에 무던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나도 모르게 반응하는 생활 소음은 피해 가기가 참 쉽지 않다. 혹여나 나도 누군가에게 소음을 주는 사람이 될까 싶어서 최대한 발소리를 안나게 걷고 (내가 너무 조용히 걸어오니 친구들이 내가 온 줄도 모르고 화들짝 놀랄 때가 여럿 있었다) 타자도 손가락에 힘을 덜고 치고 대중 교통에서는 목소리를 낮추게 된다. 소리로서는 존재감이 적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랄까.
이런 점에서 깨닫게 된 건, 내가 수영을 참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소리에 있었다. 물에서 호흡을 할 때면 마치 태아가 양수 안에 있는 것 마냥 웅웅웅- 하는 백색 소음이 마음을 무척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반면 복싱을 다닐 땐 3분 마다 떙~!!! 하고 깨져라 울리는 경종에 상당히 피로도가 높아졌었는데 수영은 명상을 하는 느낌을 주니 나에게 참 안성맞춤 운동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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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금 이례적으로 예민한 귀를 경험하고 피로감에 고찰적 글을 쓰게 됐다. 이비인후과에 가보아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아직 학계에서도 청각과민증에 대한 뾰족한 원인이나 치료법이 없는 것 같다. 아마 요즘 여러 모로 신경 쓸 일도 많고 할 일이 많은 2월이라 더 민감한 걸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조금씩 무던해지려나. 그랬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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