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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일상 속 생각

유학을 가게 되었다

by peregrina_ 2023.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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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의 배우자와 다름 없는 박사 과정 지도 교수님을 만나 미국에 가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1월에 나왔지만 고심 끝에 4월이 되어서야 소식을 나눕니다. 그간 실감이 잘 안 났는데 이번주에 여권도 재발급 받고 학교에서 열린 첫 웨비나를 참석하면서 비로소 떠난다는게 피부로 와 닿기 시작했어요. 다음주부터 3주 간 출장을 다녀오고 나면 서울 그리고 한국에서의 생활도 두 달 남짓 남아 생각보다 시간이 넉넉치 않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분이 참 멜랑꼴리 해요..

그럼에도 5년 후의 제가 얼마나 더 멋진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까 기대가 돼 설렘 속에서 남은 시간들을 소화하는 중입니다. 무엇보다도 제게 운명적으로 찾아온 저의 예비 지도 교수님을 생각하면 재미난 일들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감히) 들어서 가슴이 벅차 오르기도 해요. 제가 처음에 학계에 발을 들였을 때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이 '이방인'스러운 제 독특한 발자취였는데 교수님도 놀랍도록 저와 비슷한 궤적을 걸어 오신 분이에요. 배우자는 하늘이 맺어주는 인연이라던데 학계의 배우자를 이렇게 만나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것도 대기과학자들에겐 성지와 같은 콜로라도에서!).

석사 과정 동안엔 존경하는 학계의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들을 만났다면, 이제는 아버지의 품을 떠나 독립적인 박사 과정의 삶을 꾸려가 보려고요. 지도 교수님의 아내분도 같은 학교 & 같은 과 교수님이셔서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가족을 얻은 기분이랍니다. 공부 하면서 고독하고 힘든 시간도 많을테지만 이 여정의 끝에서 웃으며 기다리고 있을 제가 그려지고 또 기다려지기도 해요. 5년 뒤의 저는 분명 지금의 나리에게 제일 먼저 "도전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을 것 같아요.

보통은 1-2년씩 준비하는 유학을 2-3개월 만에 끝낸다는게 상당히 도전적인 일이었는데 이 과정 만으로도 정말 넓은 세상을 경험하면서 '해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매일 들었습니다. 비록 매끼를 서브웨이 샌드위치로 연명 하면서 살이 쏙쏙 빠지기도 하고, 가스비가 폭등 했던 이번 겨울에 자취방 난방비가 고작 8천원이 나올 만큼 집에 있는 시간이 없었고, 힘에 부쳐 항복하고 싶은 순간엔 눈물이 주륵주륵 흘렀지만 언제 또 이렇게 온 열정을 다할 때가 있겠나 싶더라고요. (아, 디펜스는 제외..) 교수님들과 1시간씩 인터뷰 하고 방전 됐던 것도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고 영상으로도 틈틈이 이 시간들을 기록하며 나름 즐기면서 입시를 마쳤습니다. 다시 하라면... (이하 생략). 대신 혹시 도움이 필요한 분이 계시다면 두 팔 걷고 도와드릴게요.

최근에 만난 이모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나리야, 이제야 비로소 네 얼굴에 평안이 깃들었구나." 그동안엔 꿈과 목표를 향해 부단히 뛰어가는 저에게 겉으론 내색하지 않는 힘듦이 얼굴에 비쳐서 늘 마음이 쓰이셨다는데 이제는 안심하고 보낼 수 있겠다 하시네요. 제 스스로도 졸업과 입시가 있던 2022년을 기점으로 많은 허물을 벗고 일어난 기분인데 이런 시간의 축적은 결국 타인에게도 기운을 발하나 봅니다. 새로운 터전에서도 에너지를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들 보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길게 운을 띄웠답니다. 5-7월에 #나리몽추억쌓기프로젝트 에 함께 하실 분들,, 연락주시면 감사히 달려가겠습니다! 도움 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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