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지/일상 속 생각76 마침내, 졸업할 결심 기분이 참 이상하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너무나 연속적인 존재인데 사회에서 규정되는 나는 어제와 오늘이 불연속적이란게 꽤나 생경하다. 당분간 이제는 학생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더 큰 책임감이 느껴진다. 분명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사람들과 똑같은 일을 이어갈텐데 말이다. 눈을 감았다 뜨니 2년이 흘러 있는 것만 같다. 누군가의 전역 소식들을 들으며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생각. '벌써 졸업이라고?'. 물론 결코 그 시간이 쉬웠던 것도 짧았던 것도 아니다. 매일 나 자신과 싸우면서 밀도 높은 하루를 보내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 곳에 도착해 있는 기분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거의 무(無)에서 시작해서 참으로 괄목한 성장을 했다. 특히 처음에는 마음이 크게 뭉그러지는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 때 마다 포기.. 2022. 9. 1. 백신 미접종자의 코로나 후발 버스 탑승 좀 쉬어가면서 하라는 신의 계시인지, 코로나 후발 버스에 탑승했다. (사실 언제가 정말 막차인지 모르겠지만 매 시기마다 뒤늦은 유행이 오는 것 같다.) 지난 주말 내내 침대 밖을 벗어날 의욕이 없을 정도로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었다. 이게 코로나 전조 증상인줄은 꿈에도 모르고, 그저 피로가 너무 쌓여서 그런 줄로만 생각했다. 종일 누워서 '무기력증 해소 방법' 같은 영상만 찾아보다가 이내 그마저도 실증이 나서 자다 깨기만 반복하다 주말과 작별했다. 그리곤 월요일에 "나리는 주말에 좀 잘 쉬었어?" 라는 교수님의 안부가 '메일함이 잠잠 했던 것 보니 연구는 진행이 안 됐나보구나?'로 들렸고 '무기력해서 아무 것도 안하고 누워만 있었다'고 하니 '혹시 코로나 아니냐'는 유경험자의 이야기에 허걱-! 했다. 며칠.. 2022. 5. 24. 매일 1%씩 성장하는 삶 - 석사 예심을 앞두고 세 달 같은 3주가 지났다. 매일 잠을 자는 8시간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16시간을 연구실에서 살았으니 세 달 치의 시간을 보냈기도 했겠다.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싶지만 석사 졸업논문 예비심사를 한 달 반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으니 별 수 없었다. 특별히 그동안 연구하던 주제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고 교수님과 나의 더 높은 목표가 아름답게 합을 이룬 결과 (^^;) 또다른 꼭지를 추가하게 됐다. 이를 결정하게 된 날도 기억에 선명한데, 그날 비로소 옥상에서 한 모금 빠는 담배의 맛이란 이런걸까 느꼈다. "잠깐 바람 좀 쐬고 오자" 교수님과 마라톤 디스커션을 하다가 도무지 뾰족한 해답이 나오지 않자 교수님이 나를 옥상으로 데려가셨다. 그리곤 내 손에 칙촉 하나를 쥐어주셨다. 쿠키 한 조각을 입.. 2022. 4. 6.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여성에 대하여 제목에 특정 성을 언급하는 것이 다소 조심스럽지만 여성으로서 (매달) 겪는 불편함에서 비롯된 생각을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 구름 한 점 없던 청푸른 어제와 달리 오늘은 회색빛 하늘에서 보슬비가 내린다. 기온도 약간 떨어져 으슬거리기까지 하다. 서울의 날씨와 비슷하게 내 컨디션에도 저기압이 머무는 하루이다. 며칠 전 아이폰 건강앱이 알려준 시기에 맞춰 어김없이 주기가 시작 되었다. 아랫배와 허리에 통증이 자욱이 찾아오고 손발과 종아리가 붓기 시작했다. 통증을 덜어내기 위해서 잘 때는 보온 물주머니를 배에 올려두고, 출근 할 때도 물주머니를 챙겨다니는 편인데 오늘은 깜빡하고 집에 두고 왔지 뭐람. 촉촉하게 비는 내리고 몸은 무겁고 배는 아픈데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마음이 시들해진 콩나물 시루가 되었다... 2022. 3. 30.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의 드럼 세탁기, 노동에 관하여 자취방에 통돌이 세탁기를 대신해 드럼 세탁기가 생겼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삶의 질이 최소 한 단계는 상승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섬유유연제 넣을 타이밍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거나 세탁을 위한 동선이 매우매우 줄어들은 것, 이전 세입자들이 쓰던 세탁기가 아닌 내가 처음 사용하는 것이라는 위생적 이점은 물론, 온수관이 새로 연결된 것도 정말 좋다! 베란다에 있던 수납장을 하나 들어내고 김치냉장고와 나란히 세탁기를 배치하니 공간이 전반적으로 화이트 톤에 규칙감이 더해져 훨씬 깔끔해졌다. 딱 내 스타일. 비록 관리비가 덩달아 올랐지만 이 정도의 쾌적함을 위해서라면 만족스러운 편이다. 신/구형 세탁기를 반출입 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깨달음이 있었다. 현재 나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4.5층에 거주 중이.. 2022. 3. 27. 뒷심이 강한 사람이 승자? 아마도 반은 맞고 반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삶은 쇼트트랙 계주가 아니라 1인 주자의 마라톤에 가까우니까... 뛰다가 종아리에 쥐가 나든, 전날 잘 못 먹은 음식에 배탈이 나든, 대회에 기권하지 않는 한 걸어서라도 완주를 해야 한다. 대신 뛰어줄 사람이 없단 것을 기억하면서 선수 본인의 컨디션을 잘 관리하는 수밖에. 지난 2주 간 매일 같이 전력을 다해서 뛰다 보니, 먼 발치에 피니시 라인이 보이는 곳에서부터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번 주말에 막판 스퍼트를 내서 라인을 통과하려고 마음 먹었으나 때이른 생리통과 피로 누적으로 효율이 기대치의 반 정도에 달했다. 요즘 거의 10시간씩 기절하듯 자는데 일어나도 개운치가 않다. 그래도 주말에 기어코 최소 4-5시간은 일에 쓰고 있으니 느리더.. 2022. 2. 27. 비 오는 날 장작불 보며 피아노 감상 하면서 코딩하기.. :) 아래 세 영상을 적절한 밸런스로 조절하면 매우 훌륭한 힐링 백색소음이 완성된다. 표준 속도로 들으면 다소 늘어질 수 있기 때문에 1.25 배속으로 들으면 적당한 속도감이 생긴다. 이렇게라도 오늘의 마음을 스스로 격려하기.. 이번 주말도 힘내자, 다 와간다 나리야. https://www.youtube.com/watch?v=NvoTKgSWRq8 https://www.youtube.com/watch?v=DMUqeJDvJF4 https://www.youtube.com/watch?v=b4q1q0DawYg + 오늘 나를 괴롭힌 것 중 하나는 백신패스 였는데,, 반갑게도 대구에서 60세 이하 대상으로 식당과 카페에서의 방역패스가 폐지 됐다고 한다 (고향 만세). 이에 경북에서도 발빠르게 대응.. 2022. 2. 26. 22/2/22의 특별한 기록 깜빡하고 연구실에 다이어리를 두고 오는 바람에 블로그에 남기는 오늘 하루. 1. 아침에 Chris와 삶과 죽음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장 내일 죽게 되더라도 괜찮다는 그와 달리 나는 죽음에 있어서 두려움이 참 많다. 막상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대체 죽음의 어떤 점이 두려운걸까. 고통과 함께 생을 마무리 하게 될까봐? 아무런 작별 인사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게 슬퍼서? 아직 이 곳에서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이 많은데 이대로 손을 놓아야만 한다는게 속상해서? 막상 그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려고 하니 입 안에서 단어들이 뒤엉켰다. 결국, 나도 잘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려야 했다. 우리 언니도 그처럼 언제 죽든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자유로운 영혼 중 한 명이다. 본인이 이 세상에 온 이유가.. 2022. 2. 23.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이 주말의 시간이 매우 귀하다. 저물어가는 일요일 오후가 사뭇 큰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곧 같은 시간과 공간에 고요한 이 적막이 깨지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온 몸에 긴장을 안고 있어야 하는 평일 낮, 피로하지 않을 수 없다. 수시로 울리는 메세지와 메일에 무신경해도 유일하게 괜찮은 주말이 있어 다행이다. 2022. 2. 20. 이전 1 2 3 4 5 ··· 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