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지/일상 속 생각76 연휴 김밥 싸서 자전거 타고 피크닉 가자는 아빠의 바람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지만, 연휴 동안 김밥 속만큼이나 다채롭고 꽉찬 시간들을 쌓았다. 달콤하기까지 했던 덕유산 자락의 내음을 맡으면서 ‘무주’란 주인이 없는 자연을 뜻하는게 아닐까 했다. 서쪽 하늘의 노을을 안주 삼아 저녁을 먹다 보니 뒤편에서 청명한 보름달이 떠올랐다. 탄성을 지르고 해맑게 구경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이 시간이 곁에 계속 머물렀으면 좋겠다고도 바랐다. 보일 듯 말 듯 한 북극성과 반쪽짜리 북두칠성도 말동무가 되었던 날들. 꿈 같던 현실에 푹- 잠겨있다가 이제 다시 수면으로 올라가기 위해 힘을 푸는 중에 있다. 아파트에서 어떻게 사냐며 마당에서 뒹굴 거리다가, 도어락 세 개를 열어야 나오는 자취방에 자연스레 몸 접어 넣기. 역시 부모님 집이.. 2021. 9. 21. 아무 말 아무 근황 요즘 약간 두뇌가 뽁짝뽁짝한 상태인데 왜 그런지 객관적으로 파악해보고 싶어서 술술 써내려 가는 글. 1) 학회 초록 제출을 앞두고 있다. 처음 쓰다보니 잘 안 써지기도 하고 주절주절 말이 길어져서 벌써 분량이 한 페이지 정도 된다. 선배들이 반 페이지 정도 쓴다고 생각하고 진짜 핵심만 추려보라고 하는데 아직 가지치기가 어렵다. 저널 투고 연습겸 영어로 쓰고 있었는데 국내 학회는 영어로 쓰면 잘 안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어서 살짝 고민도 된다. 교수님도 한/영 무관하게 쓰라셨는데 정작 본인은 학부 인턴 초록을 영어로 지도해주심. 하하. 그리고 작년에 포스터상 받은 연구실 친구도 줄곧 영어로 초록을 썼기 때문에, 어쩌면 초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추론됨. 심지어 교수님도 별로 안 중요하다고 .. 2021. 8. 25. 연구실 컴백 1주년, 소소한 근황 퇴사하고 연구실에 컴백 한지 딱 일 년 됐네. 소소하게 석사생활 1주년을 기념하면서 요즘 근황을 적어보자면 나름대로 미라클모닝을 다시 2주째 이어가는 중이다. 물론 시간대는 예전처럼 6시에 기상하긴 무리라는 걸 너무 잘 알아버려서 7시 45분쯤 일어난다. 8시부터 친구와 영자 신문 읽기류의 스터디를 한 시간 정도 하고 별 일이 없는 한 9시부터는 회화 연습을 한다. 눈 뜨자마자 부지런히 두 시간을 공부해도 겨우 10시. 그 때 출근해도 남은 하루가 꽤 길고 저녁~밤 시간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 시간을 운동에 쓰려고 한다. 복싱을 안 가는 날에는 홍제천으로 달려가 조깅을 한다. 이런 루틴있는 삶 너무 좋다. 조금 더 개선하고 싶은 점은 점심 전까지의 오전 시간이 참.. 2021. 8. 18. 야생의 위로, 걷기의 힘 2021. 8. 4. 무료한 날들 곧 있으면 입추라서 그런가, 밤공기가 제법 선선 해졌다. 요 근래 학교를 몇 번 오간 것 말고는 도통 외출을 하지 않아서 저녁에도 이렇게 시원한 바람이 부는지 몰랐다. 어제밤에서야 만 이틀 만에 문 밖을 나가기도 했다. 날이 더워서 그런가- 하고 둘러대기 좋은 날의 연속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것도 특별히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다. 아.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근이완제랑 소염진통제를 먹으면서 운동도 쉬고 있어서 움직이는 거라곤 간간이 요리하는게 전부다. 입에 거미줄 칠만큼 무료하기 짝이 없네. 차가 있었으면 드라이브 정도는 갔겠는데.. 그래도 이 싱거운 시간들을 올림픽 덕에 잘 넘겨내고 있는 것 같다. 올림픽 개회 때까지도 마음 속으로는 개최를 반대했고 단 한 경기도 생방송을 챙.. 2021. 8. 3. 거친 조약돌 난 눈치가 빠른 편이다. 대화의 맥락을 캐치하는 류의 상황 보다도 사람과 공간에서 풍겨오는 아우라를 쉽게 감지하는 편이다. 민감성이 매우 높달까. 초등학생 때부터도 단짝 친구의 뒷모습만 보고도 기분을 알아차렸다. '아 지금 약간 뾰루퉁해 있구나' 예전에 선생님이랑도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마치 생존 본능처럼 점점 자라면서 더듬이가 이런 방향으로 발달했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변인에게 둔한 것 보다야 섬세한게 좋은 면들이 더 많다고는 생각하지만 가끔은 적당히 둔감해지고 싶을 때가 있다. 온전히 나를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표정, 안색, 행동들이 내 레이더에 바로 포착되다 보니 여력이 되는 한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서 행동하곤 한다. 자연히 '나'보다 '남'을 더 많.. 2021. 7. 31. 7월 정리, 그리고 내 마음 속 작은 숲 가꾸기 1주차 “어떤 7월을 보내고 싶어?” “난.. 정리하는? 달이 됐으면 좋겠어” 7월의 첫 날 친구와 점심을 먹으면서 어떤 한 달을 보낼지 그려봤었는데 벌써 월간 정리의 시기가 왔다. 7월을 요약 하자면 -sine 함수 (0 < x < 3/4pi)가 정확할 것 같다. (이과 잠시 실례..) 월 초엔 내심 기대했던 석사 1년차 모습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상당히 우울했다. 그 때 먼저 이 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의 위로와 운동, 그리고 논문을 몰아 읽는 시간을 통해서 깊었던 감정을 점차 수면으로 회복시켰다. 그 즈음 약속 없는 주말을 연거푸 보냈다. 적적함이 다소 깃들긴 했지만 본가에 가거나 친구들에게 연락하기 보단 내 모습을 가만 바라보기로 했다. ‘지금 네 기분이 어때?’ ‘왜 공허함을 느끼는 것 같아?’ ‘.. 2021. 7. 30. 말말말 심심했던 주말이 지나고 생기 넘치는 월요일을 맞아서 좋다. 비도 예쁘게 내리고 더위도 한 풀 꺾였다. 친구 H와 점심을 먹었다. 충정로에서 연희동까지 점심 먹으러 와준 그에게 감동했다. 재작년 내 생일에 연영회 동기들이 다 같이 모인 이후로는 H의 변시가 끝나고 거의 2년 만에 처음 봤다. 그 사이에 H는 어엿한 변호사가 되고 가정을 이루었다. 합격, 취업, 결혼 이 3가지 목표를 모두 상반기에 이루고 나니 별다른 동기부여가 안된다는 그. 나를 만나면 항상 활력을 얻어간다며 기뻐했다. 보여지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나로 하여금 긍정의 기운을 받아가는 사람이 있단 건 내게도 큰 축복이다. 내 삶을 열심히 가꾸고 있을 뿐인데 타인에게 귀감이 된다니, 나역시 행복하다. 오후엔 연구실 인턴 후배가 휴가를 다녀오.. 2021. 7. 19. 일상에 사소한 변화 주기, 도서관 얼마 만이야. 책을 빌리거나 카페를 이용할 때 외에 ‘공부하러’ 도서관에 오긴 자그마치 2년 만이다. 학부 4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연구실에 내 자리가 생기고 나서는 도서관에 올 일이 현저히 줄었다. 캠퍼스 전체에서 도서관이랑 가장 가까운 건물에서 지냈지만..ㅎㅎㅎ 방학인데도 신중도 4층 대열람실은 꽉차 있었다. 방역수칙 때문에 한 칸씩 띄어 앉아야 하긴 했지만 바깥의 더위만큼이나 도서관의 열기가 느껴졌다. 늘상 연구실에만 있다보니 종종 몸이 늘어질 때도 있는데 모처럼 열람실에 오니 주위 환기가 된다. 칸막이 없는 오픈 된 공간은 이미 만석인지라, 일반열람실에 자리를 잡았다. 학부생 때 즐겨 앉던 자리에 오니 새삼 그당시 시험 기간이 떠올랐다. 무려 전공도 아니고 환경경제학 공부하던 때가 새록새록 기억이 .. 2021. 7. 14.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