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지/일상 속 생각76 부모님의 자취방 방문 연휴 초부터 상당히 아픈 후 (기력이 바닥이었다고 하면 딱 적절하겠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계획없이 본가에 내려갔다. 몸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해서 부모님도 뵐 겸 출발했는데 이동하면서 컨디션 난조를 느끼고, 집에 도착해서도 꼬리 흔들며 달려오는 순돌이를 반갑게 맞이하지 못했다. 그래도 따뜻한 떡국을 먹고 쉬니 차츰 괜찮아졌다. 식사 후 부모님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빠의 고장 난 핸드폰, 대안을 마련 해야겠다 싶어서 갑작스레 만장일치로 서울행이 결정됐다. 집에 도착한지 불과 3시간 만이었다. 불편한 고속버스 말고 우리차 타고 편안히 서울에 올라갈 수 있겠다는 기쁨과 동시에 응? 나 집에 뭐하러 왔지?ㅋㅋㅋ 싶은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산책 한 번 못 나가고 나와 작별을 해야 했던 순돌이의 .. 2021. 2. 14. 예정에 없던 단발 화요일 자정, 그러니까 수요일이 되는 밤부터 앓아 누워 꼬박 1박 2일을 보내고 일어났다. 지난 금요일 랩미팅 발표를 시작으로 화요일까지 가히 열 손가락을 몇 번 접었다 펴야 할 정도의 일정을 소화하고 체를 하고 만 것. 그냥 피곤해서 그런거야 라고 넘겨짚은 것이 화근이었다. 오한과 몸살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설 연휴, 집에 내려가려고 예매했던 버스를 미루고 미루다 모조리 취소해버렸다. 컨디션이 회복되기 전에 움직이면 일상을 쉽게 영위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 사이 자취방은 나의 허물들로 정신이 사나워진지 오래였다. 같이 기숙사를 써본 친구들은 너무나 잘 알겠지만, 나는 내 공간을 항상 깔끔하게 유지해야 내적 건강함을 느끼는 타입인데 그 공간이 어지럽단 것은 정신없는 내 삶을 반증한다. 입었던 옷.. 2021. 2. 12. 상처에도 마스크를 씌울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아픔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크기와 깊이만 다를 뿐, 모두가 자신의 상처 혹은 흉터를 안고 살아간다. 최근 사랑하는 누군가가, 다 여물었으리라 감히 넘겨 짚은 딱지가 떨어지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어라 위로를 해야 할지, 나의 섣부른 위로가 더 화를 입히는 것은 아닐까 걱정 되어 별다른 손길을 내밀지 못했다. 어쩌면 내게 종종 스스로 지혈을 할 시간이 필요하듯, 그에게도 본인 만의 시간이 필요하리라 변명을 삼켰다. 스스로가 겁쟁이 같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토로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마음이 개이긴 하지만 내 손에는 눈물을 닦아줄 손수건이 없었다. 나는 따끔하고 아픈 빨간약이었을 지언정, 연고같은 부드러운 텍스쳐는 품지 못했다. 그 사실에 더 큰 아픔을 느끼다가 .. 2021. 1. 31.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놀이터 까미노에서 플라비오를 만났을 때 처음 느꼈다. 분명 유창한 영어가 아니었음에도 서로의 언어가 너무나 잘 들렸고 다른 언어로 대화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인식되지 않았다. 그저 대화의 본질, 메세지에만 집중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를 만나러 이탈리아에 놀러갔을 때도 손짓발짓 모든 바디랭귀지를 동원해 이탈리아어를 써보려 했던 모든 순간들이 즐거웠다. 왜? 나는 외국인인데 이탈리아어로 인사도 할 수 있고 1,2,3,4,5 심지어는 15까지 셀 줄 알잖아! 내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러웠고 그들이 하는 말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그 어느 때보다 내 시선은 이탈리아의 풍경, 누군가의 입모양, 손 끝의 제스쳐, 온기들로 넘쳐났다. 그 때 처음으로 언어가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라는 것을 가슴으로 느꼈다. 하지만 한국.. 2021. 1. 28. 나와의 연애, 무너진 거짓 사랑 그간 단단히 부여잡고 있던 마음을 내려놓고, 엉엉 쏟아내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벌거숭이 같은 모습을 들킬까 두려워 헝겊으로 몸을 칭칭 감고는 그걸 옷이라 불렀다. 그렇게 하면 평범하게 옷을 입은 것으로 보일 줄 알았다. 오늘도 남몰래 헤진 봉제선을 돌돌 말아올리다가, 누군가의 시선에 붙잡히고 말았다. 헤헤- 멋쩍게 웃었다. 잡아 당겨진 헝겊 자락에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생각보다 맨몸으로 마주한 세상은 차갑지 않았고, 상대의 따스한 체온을 곧잘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이 그대로 흘러 녹았다. 고독하지 않다고 세뇌했던 한 달(그 이상 동안),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존재 앞에서 사랑이라 포장했던 거짓들이 무너져 내렸다. 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참 사랑을.. 2020. 9. 27. 논문을 읽다 떠오른 단상 논문을 읽다가 문득 든 생각. 그동안 알게 모르게 객원기자 활동, 뉴스레터 발행 등을 해오면서 글을 요약하는 연습을 계속 해왔구나. 다독을 게을리 하지 않고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글쓰기를 꾸준히 해야겠다. (과거에 글쓰는 업은 절대 갖지 않겠다는 어리석은 다짐을 했지만 글이란 소통의 핵심은 물론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애증의 대상임을 깨닫고 있다) 국문, 영문 텍스트를 모두 많이많이 (input을 많이!!) 읽고 잘 쓰는 사람(output)이 되자 코딩도 배우고, 전공지식도 쌓아야 하고 (+에너지 스터디도) 할게 정말 많은 지금. 이렇게 공부하고 연구하다보면 석사과정 2년이 금방 지나갈 것 같다. 비록 매일매일의 성과는 보이지 않아 힘든 날들도 있겠지만 2년 뒤에 더욱 성장해있을 스.. 2020. 9. 11. 미라클모닝을 매일 하기엔 다소 벅찼던 9월 개강 첫 주 대학원 개강 첫 주가 지났다. 나름대로 긴장도 많이하고 부담이 컸던터인지 이전처럼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대게 10시 수업들이 있어서 그 전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었는데, 아침일기와 독서는 나름 열심히 했지만 보통 8시 반~9시 경 일어났다. 피로가 쌓여서인지, 요즘 도통 음주도 잘 하지 않았는데 간만에 맥주 한 캔 정도 마시고는 다음날 온몸이 붓기도 했다. 아마 이번 주엔 잉그올(EngAll)로 화상영어를 네 차례를 해서, 더더욱 몸이 긴장을 한 것도 같다. 그래서 이번 주말은 내리 10시간 가까이씩 잤다. 회사를 다닐 때에 비해서 첫 주의 부담감이 꽤나 크다. 24시간이 모자란 느낌이라 일찍 잠드는게 쉽지 않고, 그러다보니 일찍 일어나는게 잘 안된다 ㅜ_ㅜ 2주차는 또 어떻게 .. 2020. 9. 6. 언택트 시대, 시각은 촉각을 대체 할 수 있을까 지난주, 애정하는 친구로부터 갑자기 미국으로 떠난다는 연락을 받았다. 출국이 예정된 것은 알고 있었으나 급히 나간다고 하니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남은 한 달 동안 당분간 떨어져있을 마음의 준비를 하려던 참이었거늘... 엊그제 곧 만날 것처럼 헤어진 것이 마지막 인사가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륙을 기다리며 기내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그가 한국에 머물던 지난 4개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자가격리에서 해제된 날부터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우리 사이엔 수많은 감정들이 켜켜이 쌓였고 하나의 구슬이 되어있었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아마도 그건 슬픔이의 파란 구슬이었나 보다. 가만히 마음으로 그 구슬을 어루만지니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이내 목을 놓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이별은, 일평생 처음이었다.. 2020. 8. 23. I'm 25 난 수수께끼 이십대의 정 가운데에 서있다. 큰 나무 줄기에 함께 있던 친구들은 제각각 저 마다의 가지로 갈라지고 잔가지를 뻗칠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떠한 꽃과 열매가 맺힐지는 그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해 영양분을 흡수할 뿐이다. 그런 우리의 나뭇가지에 바람이 많이 스친다. 관성인지 고집인지 신중함인지 모를 '무거운' 무엇인가가 나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단단해서 부러지는 소나무보단 휘어지는 대나무가 되어가는 과정일까?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모르겠는 자아를 발견했다. 모든 것이 수수께끼 같고 수많은 판도라의 상자가 놓여있는 것만 같다. 너무나 혼란스럽고 내면에는 격변의 파도가 거세게 부서진다. 25살이 그런 시기일까? 아니면 이제 시작인걸까.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청춘의 시기라고 생각했.. 2020. 8. 10. 이전 1 ··· 5 6 7 8 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