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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일상 속 생각

상처에도 마스크를 씌울 수 있다면

by peregrina_ 2021.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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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아픔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크기와 깊이만 다를 뿐, 모두가 자신의 상처 혹은 흉터를 안고 살아간다.

 

최근 사랑하는 누군가가, 다 여물었으리라 감히 넘겨 짚은 딱지가 떨어지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어라 위로를 해야 할지, 나의 섣부른 위로가 더 화를 입히는 것은 아닐까 걱정 되어 별다른 손길을 내밀지 못했다. 어쩌면 내게 종종 스스로 지혈을 할 시간이 필요하듯, 그에게도 본인 만의 시간이 필요하리라 변명을 삼켰다. 

 

스스로가 겁쟁이 같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토로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마음이 개이긴 하지만 내 손에는 눈물을 닦아줄 손수건이 없었다. 나는 따끔하고 아픈 빨간약이었을 지언정, 연고같은 부드러운 텍스쳐는 품지 못했다. 그 사실에 더 큰 아픔을 느끼다가 마주할 용기가 부족해 내 일상들로 그것을 덮어버렸다.

 

주말이 되고, 다소 평온한 일요일을 맞이하며 일상이 차츰 정리되자 덮어뒀던 그것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안돼. 안된다고... 내 의지와는 달리 마음엔 가시가 빠르게 돋아났고 그 가시덤불을 그대로 토해내고 말았다. 아직 얼얼하다.

 

 

세상에는 독립적인 상처는 없다. 누군가로부터 누구에게, 그 고리들이 연결되어 말과 시선 등을 통해 전이 된다. 우리 모두가 마음의 마스크를 끼고 다닌다면 상처의 고리를 끊어볼 수 있을까. 마음마저 적당한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면 정말 퍽퍽한 삶이 되겠지. 그리고 웃고 있는 입모양 마스크를 끼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정말 웃고 있는게 아니란걸 알아보기 어렵겠지.

 

 

가끔은 우리 모두가 상처없는 유토피아에 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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