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에서 플라비오를 만났을 때 처음 느꼈다.
분명 유창한 영어가 아니었음에도 서로의 언어가 너무나 잘 들렸고 다른 언어로 대화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인식되지 않았다. 그저 대화의 본질, 메세지에만 집중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를 만나러 이탈리아에 놀러갔을 때도 손짓발짓 모든 바디랭귀지를 동원해 이탈리아어를 써보려 했던 모든 순간들이 즐거웠다. 왜? 나는 외국인인데 이탈리아어로 인사도 할 수 있고 1,2,3,4,5 심지어는 15까지 셀 줄 알잖아! 내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러웠고 그들이 하는 말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그 어느 때보다 내 시선은 이탈리아의 풍경, 누군가의 입모양, 손 끝의 제스쳐, 온기들로 넘쳐났다.
그 때 처음으로 언어가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라는 것을 가슴으로 느꼈다.
하지만 한국에선, 영어는 언제나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필요한 것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그래서 난 영어가 싫었다. 특히 외국인과의 대화가 아닌 한국인 사이에서는 문법을 틀리면 안된다는 강박감, 비교 당할 것 같다는 생각에 휩싸여서 말 한 마디 내뱉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요 근래 잉그올을 하면서 생긴 변화는, 진짜 마음이 통하는 튜터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플라비오에게서 느낀 기분을 유사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도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마침 오늘 우연히 본 유튜브에서 내가 외국어를 습득하고 있는 과정을 상당히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가져와 보았다.
불안감 없는 환경에서 이해 가능한 수준의 인풋을 통해 언어를 습득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I3McuLTlsbc
내가 생각한 바로 이것.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놀이터가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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