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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일상 속 생각

언택트 시대, 시각은 촉각을 대체 할 수 있을까

by peregrina_ 2020.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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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애정하는 친구로부터 갑자기 미국으로 떠난다는 연락을 받았다. 출국이 예정된 것은 알고 있었으나 급히 나간다고 하니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남은 한 달 동안 당분간 떨어져있을 마음의 준비를 하려던 참이었거늘... 엊그제 곧 만날 것처럼 헤어진 것이 마지막 인사가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륙을 기다리며 기내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그가 한국에 머물던 지난 4개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자가격리에서 해제된 날부터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우리 사이엔 수많은 감정들이 켜켜이 쌓였고 하나의 구슬이 되어있었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아마도 그건 슬픔이의 파란 구슬이었나 보다. 가만히 마음으로 그 구슬을 어루만지니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이내 목을 놓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이별은, 일평생 처음이었다.

하늘의 별이 된 것도 아니고, 언제든 온라인에서 볼 수 있음에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에 마음이 깊이 아팠다.

 

 

 

왜 그랬을까.

 

철학자 강신주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불교에서 '가깝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 접촉한다'는 것이다
살아있음을 느낄 때는 내가 만지는 것이 참인 것을 느낄 때이다

 

우리의 감각은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순으로 발달한다고 한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관계에선 촉각을 느끼고 싶어하기에, 그리운 사람의 사진을 보고 쓰다듬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사진이나 스마트폰처럼, 시각을 통해 이루어지는 관계는 원초적인 감각, 시각의 세계에 갇혀있을 뿐이다.

 

 

다행히, 친구가 출국 소식은 이벤트였지만, 목 놓아 슬퍼하던 시간 동안 관계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었다.

 

코로나로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 수록 가장 거리를 유지하는 새로운 사랑의 방식이 생겨났다.

시공간의 제약없이 언제든 온라인으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음에도, 마음 한 곳이 허전한 까닭은 바로 '촉각의 부재'에 있지 않을까. 가상현실, 증강현실이 제 아무리 발달한다 하여도 실제로 체온을 나누는 것만큼 촉각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을 것이다.

 

 

오늘도 건강히 살아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하며, 건강한 접촉으로 이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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