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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일상 속 생각

물에 발 담그기를 좋아하는 마음, 똑 닮아있는 내 삶

by peregrina_ 2020.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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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물에 발을 담그는 것을 좋아한다. 바다도, 온천도, 냇가도 모두.

문득, 이러한 마음이 내 삶의 발자취랑 무척 닮아있다고 느꼈다.

 

 

수온을 전혀 가늠치 못하고 발을 담갔을 때, 그 놀라움에 대한 기억이 또렷하다.

금새 적응을 하는가 하면, 반사적으로 화들짝 빼고는 한동안 얼얼함을 느끼기도 한다.

다시 발을 담그기 위해선 마음의 준비가 크게 필요한 편이다.

 

신중하고, 천천히, 스며들어야 한다. 

 

 

설령 수건이 없다 한들 개의치 않는다. 

살랑이는 바람이 산뜻하게 말려주기도 하고 모래나 바위에 툭툭 털어내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물에 닿는 촉감으로 얻는 행복이 나에겐 더 소중하기 때문에.

 

 

20여 년을 살아온 나의 방식도 그러했다.

 

담그고 싶은 물을 보면 거리낌 없이 양말과 신을 벗어던졌다.

저마다의 체감 온도는 많이 달랐고 때로는 동상을, 가끔은 화상을 입었다.

그러면서 더 두꺼운 살갗을 만들어 내어 다시 담그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물의 깊이도, 수온도, 수건의 존재도 모른채 마주한 이 상황이 왜인지 낯설기만 하다.

열심히 전등을 찾고, 온도계를 구하려 하고, 마른 수건을 빌리려 하고 있다.

 

근 2년을 유보해왔던 물길이라 그런 것일까?

 

어쩌면 그동안은 단 한번도 굽이치는 물길엔 발을 담그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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