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7일, 우리 가족에게 역사적인 날
엄마가 일평생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게 된 날이다.
그간 나는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배워야 하는거라며 엄마 나이엔 넘어지면 큰일난다고 방방뛰었다.
모처럼 근 두 달 만에 본가에 내려왔는데, 터미널에 마중 나온 엄마는 첫 인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점심 먹고 자전거 사러 가자"
엄마가 자전거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지 알았기에 그러자고 했고 한 시간 가량 고민 끝에 산악자전거를 골랐다. 앞에 바구니 달린 예쁘장한 자전거가 아니라고 겁이 잔뜩 난 엄마를 한참을 달랜 것 같다. 이와중에 아빠는 배시시 웃으며 싸이클 자전거를 사겠다고 계산대로 가져오면서, 그렇게 역사의 일막이 시작됐다.
아빠엄마나, 세 가족이 해질녘 자전거를 끌고 강변으로 향했다. 엄마가 자전거랑 친해질 시간을 가질 동안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는데 웬걸, 몇 번을 연습하더니 금방 올라타시는게 아닌가.. 아빠랑 깜짝 놀라서 대박이다를 연거푸 외쳤다.
우리 엄마, 할 수 있다고 마음만 먹으면 꼭 해내는 사람인 걸 알았지만 이렇게 의지력으로 자전거도 단숨에 탈 줄은 몰랐다. 배움에 대한 열망, 열망을 넘어 오기로 가득찬 그 마음이 엄마를 일으켜 세운 듯 했다.
온 가족이 함께 새로운 취미 생활을 발견하게 되어 정말 감사하고 기쁜 순간이었다. 한편으론, 왜 진작 알려드리려 하지 않았을까, 내가 임의로 엄마의 한계를 만들었던 지난 날에 정말로 죄송할 따름이었다.
엄마, 나 너무 행복해요!! 그리고 자랑스러워!!!!
우리 아빠랑 오빠랑 언니랑 자주자주 자전거 타고 바람 쐬러 나갑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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