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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일상 속 생각

건강함이 묻어 나오는 사람 - 내면의 채움

by peregrina_ 2020.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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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님, 건강해보여서 좋네요. 언제 커피 한 잔 하러 와요."

 

2년 전 크루즈에서 만난 그(녀)로 부터 메세지가 왔다.

의례적인 인삿말이 된 "언제 밥 한 번 먹어요"가 아니라 근처에 지나갈 일이 있으면 커피 한 잔 하러 잠시 들리라고.

 

부담이 없었다. 모처럼 쉬는 날이기도 했고 그가 풍기는 건강한 아우라를 받고 싶었다.

그에게 잘 어울릴 듯한 꽃다발을 준비해서 작업실로 향했다.

대신 꽃 줄기는 철사로 묶지 않고 불필요한 포장은 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그는 철사 아티스트지만, 버려질 철사를 선물하고 싶지 않았다.

 

버려지는 철사로 환경보호의 메세지를 전하는 좋아은경님의 작품들

 

작업실에 들어섰을 때 꽤나 놀라웠다.

그간 환경문제를 예술로 풀어내는 작가들을 보긴 했지만, 작업 공간에 방문한 적은 처음이었는데 공간 전체에서 그의 세계관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 했다.

 

미니멀리즘 그 자체, 제로웨이스트와 에너지전환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먼지 쌓이는 게 싫어서' 가구를 들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빈 공간이 전혀 허전하지 않고 되려 에너지로 가득 채워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 휴지 대신 손수건이 차곡차곡 쌓여있고, 창가엔 태양광 충전기를 꽂아놓은 핸드폰이 있었다.

 

똑같이 10여 년을 환경에 관심을 갖고 살아온 나의 삶과 대비되는 시간이었다.

제로웨이스트를 외치며 플라스틱 기사를 쓰고, 에너지전환을 외치며 에너지전환 회사를 다니고 있으면서도 정작 나의 프라이빗한 공간에는 휴지와 물티슈를 쌓아두고, 비우기보단 늘 채우기 바빴다.

 

화장도 전혀 하지 않는 그가, 내가 만난 사람 중 누구보다 아름답고 빛나보이는 이유를 깨달았다.

 

물리적인 것들로 공간을 채우거나 소비하지 않고, 비워냄으로써 내면을 단단히 채우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건강함이 흘러 넘치는 사람. 

 

진정으로 나를 채워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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