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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일상 속 생각

아무 말 아무 근황

by peregrina_ 2021.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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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약간 두뇌가 뽁짝뽁짝한 상태인데 왜 그런지 객관적으로 파악해보고 싶어서 술술 써내려 가는 글.

1) 학회 초록 제출을 앞두고 있다. 처음 쓰다보니 잘 안 써지기도 하고 주절주절 말이 길어져서 벌써 분량이 한 페이지 정도 된다. 선배들이 반 페이지 정도 쓴다고 생각하고 진짜 핵심만 추려보라고 하는데 아직 가지치기가 어렵다. 저널 투고 연습겸 영어로 쓰고 있었는데 국내 학회는 영어로 쓰면 잘 안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어서 살짝 고민도 된다. 교수님도 한/영 무관하게 쓰라셨는데 정작 본인은 학부 인턴 초록을 영어로 지도해주심. 하하. 그리고 작년에 포스터상 받은 연구실 친구도 줄곧 영어로 초록을 썼기 때문에, 어쩌면 초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추론됨. 심지어 교수님도 별로 안 중요하다고 하심.ㅋㅋㅋ 그치만 난 열과 성을 다해 시간을 들여 쓰고 있기 때문에 약간 내면에서 인지부조화가 일어나는 중. Aㅏ..

2) 다음 달 랩미팅 수요조사 중에 있는데 웬만큼 발표할 분들은 근래 다 하셨고, 마른 걸레 쥐어 짜듯 발표할 사람들을 컨텍해야 한다. 내 차례도 슬슬 다가오긴 하지만 다음달까지 새로운 내용들을 얼마나 더 추가할 수 있을지 조금 확신이 안선다. 비교적 업데이트가 더 필요한 연구원들께 따로 연락해서 스케줄을 채울 생각하니 은근 부담감이 크다. 원래 수요조사는 내 몫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역할이 바뀌어 매 월말 '아이고 두야'를 외치게 된다. 팀 규모가 커지니 랩미팅이 점점 학회 발표장 같은 자리가 되어서 미팅을 진행하기 다소 부담스럽긴 하다. 그것도 영어로 :D ...

3) 별거 아니지만 이번달 말까지 세 달치 연구노트도 정리해서 올려야 한다. 그리 중요한 문서가 아닌데도 성격 상 대충 쓰는게 잘 안돼서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가 가슴 한 켠에 머무는 중이다.

4) 이번주까지 연구실 예산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리저리 안되는 항목이 많다. 선배들이랑 일주일 째 논의 중이지만 아직 마땅한 품목을 찾지 못했다. 이래서 연말에 보도블럭을 많이 뒤집었나보다.. 맨날 욕했는데 아주 쬐끔 용인이 된다. 그래도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단 것 자체에 큰 감사를 느낀다.

5) 8월 말 9월 초, 졸업하는 친구들도 많고 생일인 친구들도 여럿 있어서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 머릿속이 분주하다. + 곧 다른 연구 센터로 가시는 박사님께 드릴 송별 선물도 고르는 중이다. 불확실한 일정 속에서 약속들도 잡아야 하니 to do list가 늘어가는 느낌이 든다.

6) 어수선한 상황들이 조금 정리가 되면 이제 9월 개강이다. 다음 학기도 역시 조교를 맡았는데 이번엔 과제 채점이나 시험 대비 강의들도 해야 할 예정이라 다소 긴장이 된다. 심지어 내가 학부 때 안 들은 과목이라 더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석사 1학기 때 청강으로 공부하려 했지만 당시 15학점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리얼 무리수였다. 18학점이라니 학부생인줄...) 제발 수강생이 적었으면 좋겠다 제발,,

7) 그리고 사실 초록 제출한 뒤에 정말 넘어야 할 산은 포스터든 오럴이든 발표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인데. 학회가 중간고사 직전 주에 있어서 여러 모로 분주해질 것 같다. 10월 달에 백신 2차, 생일, 학회, 중간고사(+ 아마도 99.9% 랩미팅)가 uniform하게 분포해 있어서 벌써 긴장된다ㅋㅋㅋ. 나 추석 맘 놓고 쉴 수 있을까? 놀 수 있는 마지노선 정도가 되겠군..

8) 백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번주 금요일에 화이자 1차 접종을 예약했지만 솔직히 취소할까 심히 고민 중이다. 취소 되는지까지는 못 알아봤다. 미국 FDA에서 화이자 백신을 정식 승인했다는 기사가 갓 따끈따끈하게 나오긴 했지만... 아직도 백신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코로나에 걸리는 건 언제나 무섭지만 백신을 맞아도 걸릴 수 있는데 5년 후 10년 후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전세계 그 누구도 모르지 않나. 건강한 2030에서 화이자 접종 후 안타깝게 운명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게 있어서 솔직히 겁난다. 그들도 '난 아니겠지' 생각하고 맞았을텐데.. 나라고 예외란 법이 있나. 진짜 갓난애기 때 필수적으로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들 외에는 10대 때부터 신종플루도, 독감 주사도 일절 맞은 적이 없어서 내 몸에 알 수 없는 바이러스를 투입시킨다는게 께름칙 한 건 사실이다. 내가 그렇게 느낀다는데 어쩔꺼야ㅠㅠ. 다만 미접종자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들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도 싶다. 결국 백신 접종 부스터샷 말고 'with Corona' 전략으로 가야한다면 백신을 당장은 안 맞고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잔여백신 광클하던 소싯적엔 괜한 오기와 승부욕이 발동해서 그랬지 백신 자체엔 진심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백신이 더 간절했을 분들이 잘 성공해서 받으셨을테니 우선은 다행이다.. 아몰라. 이러곤 그냥 1차 접종은 맞을 것 같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더 가속화 되면 얼마나 많은 Corona-X들이 일상을 공격할까. 그 때도 매번 이런 가치관의 저울질을 해야할 텐데. 참 걱정이다.

9) 영어회화 1년 수강권이 두 달 남짓 남았다. 매주 4.5시간 정도 수업을 들어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보니 못 할 건 아니지만 살짝 도전적이긴 하다. 무엇보다 대면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매일 1시간씩 미팅을 한다는건 생각보다 피로감이 무시무시하다. 한국어로 소통해도 온라인이란 매개가 인터넷 불안정 등등 신경쓸 것들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나는데, 쉴 새 없이 대화를 해야 하니 말해 무엇하오. 그치만 지난 날 내가 맨날 수업을 미뤘기 때문에 이런 핑계를 대는 것 역시 말해 무슨 의미오. 그래서 요즘 더 피곤한갑다. 새로운 튜터에게 매번 내 소개를 하고 어떤 토픽으로 대화를 나눌지 계속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 과정만해도 상당한 시간이 든다. 가끔은 그냥 코스웤 마냥 짜여진 커리큘럼을 수동적으로 따라가고 싶다(강렬히).

10) 다음 주에 드뎌 세브란스 안과 검진을 간다. 지난번 레이저술이 잘 됐는지 등등 확인하기 위한 진료다. 추가적인 망막 박리가 없었으면 하는 소망.. 자나깨나 사지 건강한게 최고다.

11) 열심히 만들어뒀던 밑반찬들이 동이 났다. 김치와 몇몇 가공식품만 남았다. 계속 외식하는 것도 코로나 때문에 조금 조심스러운데 요즘은 신나고 재미나게 반찬들을 만들 기운이(기분이) 아니다. 이미 지난 주말에 요리 할 마음이라도 다잡아보려 했는데 실패했다. 정말이지 혼자 살면서 내 몸 하나 잘 먹여살리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 반찬 가게 가서 반찬을 좀 사오면 되지 않으냐고. 그 생각도 많이 했는데 뭔가 매번 '이 가격에 겨우 몇 끼분 반찬이면 그냥 내가 장 봐와서 많이 만들어 두는게 낫지 않을까'는 사고 회로가 강하게 돌아간다. 흑.. 근데 정말 요즘 같이 머리가 이렇게 뽁작뽁작 할 때는 부엌 드나들기 조차 귀찮다. 그래서 결국 외식과 배달로 해결하게 되는 알고리즘. 주륵. 플라스틱 안쓰고 건강하게 먹고 싶다구~~~~~~

12) 아 맞다.. 집 재계약 자격 서류도 담주까지 제출해야 되네.

13) 생각해보니 9월 초에 빅웨이브에도 중요한 일들이 몇 몇 있다. 일단 그 중 하나로 포컬을 맡아 참석하기로 한 포럼이 있는데 다른 단체랑 같이 사전 메세지 작업을 하기로 했다. 조만간 사전 미팅이 생길지 모르겠군.. 일정은 원래 9월 1일이었다가 다행히(?) 일주일 정도 미뤄져서 시간 여유는 있는데 그거나 그거나 조삼모사, 대동소이, 또이또이한 것 같다. 어쩌면 아싸리 일찍 포럼 마치고 본업과 다른 빅웹 일에 집중 하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아. 근데 항상 본업(대학원생)과 부업(빅웹 운영위)의 경계에서는 1)번과 마찬가지로 인지부조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 글은 수미상관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나 뭐라는거야. 벌써 새벽 2시네. 자자 그냥.


결론) 요즘은 진짜 그냥 조용히 혼밥 하고 싶고 연구실에서도 고요한 공간에서 방해 받지 않고 집중하고 싶다. 카톡도 그냥 용건이 있으면 간단히 전화로 끝내고 싶은 마음. 아니 사실 전화할 일도 없는게 가장 베스트겠지만.. 뭐 지금이 잠시 그렇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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