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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일상 속 생각76

어마무시하게 분주하고 긴장 속에 있다. 정성들여 쓰고 싶은 글도 있는데 가만히 그 생각들을 들여다 볼 수가 없어서 꽤나 아쉽다. 그 때의 감정과 생각은 때를 놓치면 휘발되어 버리는데... 우선 일기장에는 눌러 담아놓았지만 세상 밖으로 내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은,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서 슬픔이 후두둑 쏟아지려 했다. 그래도 정신을 다잡고 저무는 해에 그 감정을 얹어 넘겨보냈다. 언젠가 그 해가 다시 떠오르는 날이 올지라도 오늘을 잘 이겨낸 것이다. - 일을 함에 있어서 감정에 지배되지 않도록 하자. - 공과 사, 그리고 개인과 집단에서의 일을 분리하자. - 프로페셔널 해 보이지 않을까봐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 그럼에도 업무에서 감정은 덜어내자. 이를 미숙하게 타인에게 전달하는 일은 없.. 2022. 2. 17.
치열함이 있는 삶인가 현재 네 삶에 치열함이 있느냐 어제 김 교수님과의 티타임에서 가장 뇌리에 남는 질문. 구체적으로는 현재 연구실 이 공간에 치열함이 있느냐는 물음이었으나 내 삶 전반으로 확대해 볼 수 있는 질문이었다. 맞다. 평소에도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었고 이번에 포항으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더더욱 체감했던 부분을 교수님께서 잘 짚어주셨다. 석사 첫 학기 때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가까운 치열함을 가지고 살았는데, 학기가 쌓이면서 되려 마음이 느슨해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 느슨함이 나태함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를 갉아 먹으면서까지 발버둥 치지 않아도 되는 지혜를 터득한 것에 가깝다. 나를 비롯한 개개인의 마음 가짐은 변화무쌍 하더라도, 내가 경험한 이 공간은 대체로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언제나 서로가.. 2022. 2. 6.
근황 단편 모음집 1. 때아닌 식중독? 지난 주말 48시간 중에서 44시간 가량을 누워서 보냈다. 때아닌 식중독(으로 추정되는 것)에 걸려 배꼽 주변이 시리고 메스꺼움, 두통, 오한, 전신 근육통이 동반됐다. 토요일 오후 1시 47분. 병원을 가보라는 선배의 말에 정신이 번뜩 들어 검색을 해보니 집 주변 내과는 모두 2시에 진료를 마감했다. 다급히 전화를 걸어 "10분 내로 도착해도 진료 받을 수 있냐"고 물으니 "벌써 진료 마감했다", "혈액 투석만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잠시 좌절했지만 다행히 조금 떨어진 곳에 늦은 오후까지 하는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택시를 탈까 고민하다가 총 걷는 거리는 버스랑 대동소이 하겠거니 해서 버스를 탔는데, 꽉찬 좌석에 서있을 힘 조차 부족한 내 자신을 마주했지 뭐람. 식은땀 흘리면.. 2022. 1. 17.
방역 패스 그만하자 이제 3차, 4차, 5차, … 대체 언제까지 맞을건데. 조금만 찾아봐도 이제는 백신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너무 많은데 언제까지 순종적인 국민으로 살아갈건지.. 내 목숨 하나 보장해주지 않는 국가에 너무 헌신적인 것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성인 기준으로 벌써 95%가 접종을 마쳤다. 그런데 집단 면역? 단계적 일상 회복? 지난해 접종률 증진에 박차를 가하던 정부가 기대했던 것들이 이뤄진 게 무엇인가. 계속 변이하는 바이러스에 기존 백신으로는 대항 할 수도 없다는데,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미접종자 보호’를 위한 정책은 아무리 곱씹어봐도 이해되지 않는다. 정말로 그들이 말하는 ‘미접종자 보호’ 패스의 효과를 보이려면 거리두기 정책이랑 분리해서 경과를 살펴 봐야지 지금은 두 정책을 동시에 시행 .. 2022. 1. 13.
크리스마스 기차 여행 모처럼 기차에 몸을 실었다. 버스를 제하고 탈 것을 오래 타는 걸 참 좋아하는 나. 몇 년 만에 한국에 온 언니와 가족들과 함께 외할머니를 뵙고 오는 길이다. 본가에 들르지 않고 혼자 서울에서 곧바로 오가긴 처음이었는데, 표면적으로는 길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서였고 더 근본적으로는 ‘혼자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근래 졸업 준비로 인한 심리 변화로 ‘잠시 쉬었다 뛰기’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기’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때마침 좋은 구실로 서울을 떠날 수 있는 주말을 맞았고 부모님께 “대구에서 보자”고 전하며 기차표를 끊었다. 칼바람이 스미는 크리스마스 아침, 열차를 타니 발 밑에서 뿜어 나오는 히터 열기를 따라 내 마음도 둥실둥실 떠오르는 것 같았다. 내가 가장 좋.. 2021. 12. 26.
주중에도 이어지는 주부 모드 feat. 알보칠 아직까진 생각보다 순탄한 방역 패스 기간을 보내고 있다. 점심 저녁 모두 연구실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는데 아침마다 도시락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건강하고 맛있는 두 끼를 위해서라면 이정도야 거뜬하다.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학과에서 근로를 시작했다. 동기는 잠시 유럽으로 떠났고 그동안 업무를 대신 맡기로 됐다. 인수인계 동안엔 간단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혼자하려니 은근히 긴장되더라. 거기다 인계 받을 때는 없었던 매뉴얼에만 적혀있는 업무를 하게 돼서 더욱 긴장했던 것 같다. 이래저래 학교 곳곳을 심부름 다니고 보니 2km를 가뿐히 넘겼다. 캠퍼스가 큰 것은 과연 장점일까 아닐까 학부 때부터 고민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분명한 건, 산책 할 땐 좋고 일 하거나 연강을 들.. 2021. 12. 21.
인스타그램 금단 현상 을 물어본다면 '없다'. 그리고 매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종의 사유로 근래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물론 평소에도 자주 앱을 지웠다 깔았다하긴 했지만 그건 대부분 시간관리를 위한 방도였고, 기억상 이렇게 오래 지워두고 다시 깔고 싶은 생각이 그리 안들기는 처음이다. 그래보았자 꼬박 닷새지만 인스타그램 속 평행세계의 시간으로는 한 달은 흐른 느낌이다 (+그리고 이후로 한 달 넘게 인스타그램 근처도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기도 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번주는 '인수인계 주간'이었다. 현재 랩실 팀장을 맡고 있는 친구가 졸업과 함께 연말까지만 연구실에 나오면서 예견보다 일찍 내게 팀장직이 주어졌다. 차근차근 할 일들을 인계 받은 후 나만의 체계를 구축해서 미리 세부 업무 .. 2021. 12. 17.
좋아하는 계절, 사계절 작년 정도까지만 해도 좋아하는 계절에는 겨울이 없었는데, 이젠 사계절이 다 좋다. 봄은 화창하게 피어나는 꽃을 즐길 수 있어서 좋고, 여름엔 더우면 더운대로 예쁜 옷을 입을 수 있어서 좋고, 가을은 맑은 하늘에 형형색색 물든 단풍을 음미할 수 있어서 좋고, 겨울은 겹겹이 포개어 입은 옷과 거리마다 즐비한 노란 전구에서 전해오는 따스함이 좋다. 하지가 지나고 해가 눈에 띄게 짧아지는 11월의 어느 날들만 잘 보내면 금새 짙은 어둠 속 포근함, 캐롤,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진다. 거리의 이 분위기가 좋아 가끔은 매일이 연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끝이 있음에 더 애뜻한거겠지. 동지가 지나고 크리스마스도 막이 내리면서 서서히 길었던 어둠도 걷힌다. 그리고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기까지 그 며칠의 시간이 내겐 공연.. 2021. 12. 12.
연흔 이곳도 오랜 만이다. 먼지 쌓인 방을 닦고 잠시간 향초도 켜두어야겠다. 그동안 종강이 아닌 것 같은 종강을 하고 조교 수업도 잘 마무리를 지었다. 이로서 석사과정 코스웤이 생각보다는 끝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게 끝이 났다. 이제 정말 졸업 준비만 남았는데 아직은 실감이 잘 나지 않고 그래서 더욱 마음에 여유가 남아있는 것 같다. 사실 지난 한 달 간은 마음이 다른 것들로 많이 차있었고, 티스토리 뿐만 아니라 일기장, 감정 달력, 인스타 부계정 등 다원화 된 대부분의 기록지에 소홀했다. 내 안을 들여다보기 보다는 나의 겉을 드러내는 데에 더 힘썼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그만큼 감정이 많이 일렁였고 차분히 내실을 다지기 어려웠다. 종강과 함께 나의 백사장에 바닷물이 수차례 밀려 올라왔다. 비슷한 검푸른 색 바다.. 2021.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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