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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일상 속 생각

근황 단편 모음집

by peregrina_ 2022.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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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때아닌 식중독?

지난 주말 48시간 중에서 44시간 가량을 누워서 보냈다. 때아닌 식중독(으로 추정되는 것)에 걸려 배꼽 주변이 시리고 메스꺼움, 두통, 오한, 전신 근육통이 동반됐다.

토요일 오후 1시 47분. 병원을 가보라는 선배의 말에 정신이 번뜩 들어 검색을 해보니 집 주변 내과는 모두 2시에 진료를 마감했다. 다급히 전화를 걸어 "10분 내로 도착해도 진료 받을 수 있냐"고 물으니 "벌써 진료 마감했다", "혈액 투석만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잠시 좌절했지만 다행히 조금 떨어진 곳에 늦은 오후까지 하는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택시를 탈까 고민하다가 총 걷는 거리는 버스랑 대동소이 하겠거니 해서 버스를 탔는데, 꽉찬 좌석에 서있을 힘 조차 부족한 내 자신을 마주했지 뭐람. 식은땀 흘리면서 병원에 도착해서는 10명의 앞선 대기자가 귀가하길 기다리기 까지가 느무느무 힘들었다. 의자에서 미끄러지는 아메바 마냥 반쯤 누운 상태로 버텼다. 의사쌤과 상담 하면서도 정확한 질환명은 알 수 없었고 무엇이 원인이었는지도 여전히 모른다. 금요일 저녁에 연구실 선배들과 치킨에 맥주를 가볍게 곁들인게 전분데 그날 밤부터 (나만) 아팠을 뿐.. 신경성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위장 장애 개선류의 약들을 처방 받고 주사를 한 대 맞으니 좀 살 것 같았다. 덕분에 죽 집에 들를 힘이 생겨 야채죽을 포장해왔고 야곰야곰 반 끼를 먹은 뒤 겨울잠 자듯 계~속 잤다.

일요일은 확실히 전 날 보단 나았지만 뭘 먹은게 없으니 일어나 움직일 기력이 없었다. 근육이 숭숭 빠져나간다는게 이런걸까 싶었다. 늦은 점심으로 남은 죽 반 끼를 먹고 나니 입이? 위가? 헛헛 했다. 꼭 옛날에 링거 꽂고 며칠 간 물만 허용된 금식을 할 때, 배는 안 고픈데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없으니까 계속 허-했던 느낌이랑 비슷했다. 그러다보니 괜시리 자극적인 음식이 더 땡겼는데 양보하고 또 양보해서 팔* 비빔면이 너무 먹고 싶더라. 근데 주변에서도 말리고 내 스스로도 그것까진 아직 과하단 생각에 무난하게 국밥 한 그릇을 포장해 와서 한 1/3끼를 저녁으로 먹었다. 원래였으면 공기밥까지 한 그릇 그 자리에서 설거지 가능인데 더는 잘 들어가질 않더라. 그리고 평소엔 못 느끼다가 어제따라 유난히 국밥이 비리고 내장을 보는데 왜 돼지가 생각나면서 못 먹겠던지...ㅠㅠ 무슨 입덧인 줄!! 아무튼 이래저래 식욕을 제대로 충전시키지 못해 못내 아쉬웠던 주말을 보냈다.

다행히 배꼽 주변이 시리는 느낌은 월요일이 되면서 99% 정도 괜찮아졌다. 덕분에 친구랑 점심으로 분식을 잔뜩 시켜 먹고 (짜릿해!!!) 엔돌핀 상승. 물론 그 엔돌핀은 점심 직후 근로를 2시간 하면서 다 소진됨...ㅎㅎㅎ 이틀 내리 누워만 있던 사람에게 갑작스런 과한 활동이 분명 무리였는지 연구실에 복귀 해서는 한 30분 간 뻗고 말았다.


2. 연구실 자리 이동 (a.k.a. 레벨업)

같은 방을 쓰던 박사과정 선배가 졸업을 앞두고 오늘 다른 층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연구실에서 제일 좋은 자리가 비게 되었다. 다른 선배들은 현재 자리에 만족하는 것으로 보여 아무도 쓸 사람이 없으면 내가 그리로 옮기겠다고 찜을 했다.

지금 내 자리는 출입문에서 곧바로 보이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옆방이랑 이어지는 내부 문에서도 직선 상에 놓인 (=내 등이 옆방 문을 향하는) 위치인데, 평소에 잘 놀라는 1인으로서 갑작스런 후방의 인기척에 매일 화들짝 놀라기 일쑤다. 모니터만 보고 있다가 등 뒤에서 "Hi Nari" 혹은 "나리씨!" 이런 부름이 들리면 "엄마야"를 외치는 나. 측면에서 얼굴 보이게 불러 주시지 않는 한, 후면 자극은 매번 적응이 안 된다.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점점 뒷방에서 걸어 나오는 소리가 들리면 온 신경을 등으로 보내는 일이 잦아졌고, 이게 상당히 집중력에도 좋지 않고 에너지 소모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자리를 옮기고 싶었다. (여전히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 근육이 잔뜩 긴장한다.)

대학원생 중에선 지금 연구실에서 제일 막내 신분이지만 되려 팀장직을 맡은 만큼, 졸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자리의 혜택 정도는 누릴 수 있지 않겠나. 지금 내 자리는 나 보다는 주변 환경에 좀 무던한 사람이 쓰면 참 좋을 것 같다. 탕비 공간이랑도 가까워서 얻는 장점도 많으니까. 아무튼 내일 한 껏 열심히 이사하고 새로운 자리에서 언니처럼 멋있는 졸업에 성공해야지.


3. 보름달 소원 빌기


다섯 번의 보름달이 차고 기우는 동안, 부치지 못하고 묵혀둔 편지를 오늘에서야 바람에 흘려보냈다. 편지 봉투 앞뒷면에 각각 비워내고 싶은 것과 바람들을 적어 보름달에 띄워 올렸다. 홀가분하다. 연구실 자리도 그렇고 이제 내 마음 속에선 오늘과 내일이 연말과 새해와 같이 구분지어질 것 같다. 잘 있어라 2021.

2022에는 좋은 기운들이 계속 밀려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 I belive the 444 and 555 angel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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