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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습관 만들기/시간 관리

[시간관리법] 6개월 간 매 15분씩 기록하면 달라지는 것들

by peregrina_ 2021.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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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단위로 일과를 기록한지 어느 덧 반 년이 흘렀다. 하루 이틀이 쌓여 이렇게 지난 6개월을 회고하는 시간이 오리라곤 상상을 못 했는데 정말이지 가슴이 벅차다... 6개월을 기념하면서 '15분 일지'를 쓰기 전후로 내 삶에서 어떤 점들이 달라졌는지 정리해 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을 누군가의 가슴에 작은 불꽃이 피어나길 바라면서.



작년 가을이었다. 대학원에 입학하고 늪에서 허덕이는 기분으로 첫 두 달이 흘렀다. 사람을 전혀 만나지 못한채, 온종일 연구실에서만 하루를 보냈음에도 내가 일굴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느꼈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은데 아무리 손을 움켜 쥐어도 시간은 고운 모래처럼 스르륵 새어나갔다.

너무 괴로웠다. 그래도 이번 만큼은 포기하지 말자 싶어서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문득, 중학교 3학년 때 정말 꼼꼼히 플래너를 사용했던 기억이 났다. 그날 그날의 우선순위를 별표에 색을 채운 정도(ex. ★☆)로 나타내고 삼색 볼펜으로 성취 정도를 기록했었다. 노트 한 장에 나의 하루를, 나의 5분을 담으며 처음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눈에 보이도록' 가시화하는 작업을 했던 경험이 있었다.

맞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건 시간의 시각화였다.

매일매일 하루를 꽉 채워보내고 있는데 도무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나는 왜 제자리 걸음인지 이해하고 싶었다. 그렇게 구글 스프레드 시트를 켜고, 하루를 30분 간격으로 나눠 00시 부터 24시까지 드래그를 당겼다. 그리고 나의 단순한 일과를 숭덩숭덩 잘라 넣었다. 수면, 샤워, 등교, 수업, 식사, 연구, 귀가... 며칠 간 이것들을 채워넣고 보니 하얗고 검은 글씨만 반복되는 것이 심심했다. 그래서 하나씩 색을 입히고 테트리스 쌓는 기분으로 빈칸을 채워가다 보니 금새 3주가 흘러 있었다.

내가 참 좋아하는 문구가 있는데, 작심삼일을 일곱번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고 한다.

당시 시간관리에 대한 간절함도 있었고,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기 때문에 일지를 기록하는 데에 어려움이 거의 없었다. 덕분에 상당히 순탄하게 이를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러자 욕심이 생기더라. '30분 간격'에 아쉬움이 들었다. 습관 만들기로 목표했던 3주가 지나고(이전 포스팅 참고), 22일 차 부터는 15분 단위로 일과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1개월, 2개월, 달을 거듭할 수록 카테고리는 조금씩 더 정교해지고 세분화 되었다. 이에 맞춰 색상도 몇 가지 더 추가했다. 가령 예전엔 단순히 '독서'라고 표시했다면 지금은 '독서(책 제목)'으로, '과제'도 '과제(수업명)'으로 바꾸었고 빅웨이브에서 보내는 시간도 '빅웹(업무명)' 등으로 더 구체적으로 분류했다. 형형색색 시트 꾸미기에 점점 재미를 붙이다보니 6개월이 훌쩍 흘렀다.

15분 단위로 하루를 기록한 지난 6개월의 흔적. 사진에는 4개월 치만 담았다.


기록하지 않는 삶은 바람 불면 날아가는 모래알 같다. 올해 들어서는 매일매일 일기도 쓰고 있지만, 그냥 이렇게 사진 한 장에 나의 6개월을 담을 수 있다는 것에 가히 놀라웠다. 앞으로 이 사진에 1년, 5년, 더 나아가 10년이라는 시간도 담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기쁨을 감출 수가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경으로 시작한 일지 쓰기였으나, 지금은 그 덕분에 행복이 가득 깃든 일상을 보내고 있다. 비단 시간관리 하나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시기를 보내면서 내 삶의 정-말 많은 부분들이 화사하게 밝아졌다. 왜냐함은 그간의 기록은,

단순한 시간 관리가 아닌 내 삶을 경영해왔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새해, 새로운 달을 맞이하면서 야심차게 목표와 계획을 세우지만 이내 기억에서 흐려지고 만다. 하지만 일지를 기록하면 자연스럽게 내가 시간을 주로 어디에 할애하고 있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하며 자기객관화(메타인지)를 할 수 있게 된다. '오늘 이걸 못했네' 하고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내가 이 일에 더 집중했구나' 하며 그저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만약 오늘 하루를 바람에 조금 흘려 보냈다면, 내일은 우선순위에 집중해 더 밀도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특히 30분 보다 15분 간격으로 일지를 기록하면서 좋은 점은, 15분이 무언가 하기에 참 적당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공부를 하다가 잠시 머리를 식히거나 화장실을 다녀오기에 더도말고 덜도말고 적당한 시간이다. 조금 더 쉬고 싶을 땐 15분을 덧붙여서 딱 30분을 채우고 자리에 돌아오면 페이스를 금방 되찾을 수 있다.

물론 처음 시도해보는 분들에겐 1시간 → 30분 → 15분 단위로 서서히 간격을 줄여나가길 추천한다. 각자 생활패턴의 차이도 있기 마련이니 15분 간격은 그저 하나의 선택지로 남기고 싶다.


그저 나를 받아들임으로서 안정화 된 자존감

앞에서 이야기한 '자기객관화'와 맞닿는 부분이다.

대학원 첫 학기 때 같은 공간을 쓰는 연구실 선배가 두 명 있었는데, 한 명은 완전한 아침형 다른 한 명은 저녁 새벽형이었다. 우리 연구실은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나는 아침형도 저녁형도 아닌 그냥 어정쩡한 고무줄형이기에 처음에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아침형 선배를 보면서는 나의 늦은 출근을 자책하고, 저녁형 선배를 보면선 나의 이른 퇴근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당시엔 그렇게 틀에 맞지 않는 주변에 나를 끼워 맞추며, 도무지 모르겠는 나의 형태를 매일 미워하곤 했다.

자존감이 바닥이었다.

그런데 '자존'이라 함은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내 자신이 부정되거나 혹은 갑자기 존재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살아 숨쉬고 있는 나의 존재 자체라는 말이다. 하지만 뒤죽박죽한 생활 패턴과 온갖 혼란이 혼재했던 시기엔 '자존'의 정의 자체를 가슴으로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나를 '나 자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하루 일지 기록에 있었다. 내가 언제 잠자리에 들어 몇 시간의 수면을 취하는지, 출근해서 일에 몰두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얼마인지, 연구 외에 수업과 과제에 들이는 시간이 하나 둘 씩 눈에 보면서부터 나는 내 자신으로 존재하기 시작했다. (나의 오랜 숙제였던 수면시간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룰 것이다.)


매일의 작은 성취가 더 나은 내일의 나를 기대하게 만든다

"아... 오늘도 늦게 일어났네.."
"이렇게 나태한 태도로 어떻게 살지.."


잠이 많은 나는 (스트레스도 잠으로 풀기 때문에) 매일 아침마다 시계를 보며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조금 전에도 이야기했듯 나의 하루를 시각적으로 돌아볼 수 있음으로써 생활 패턴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보통 이 정도의 수면량이 필요한가 보다', '잠을 줄이려 하기 보단 깨어있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자' 등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미라클모닝이나 심야 공부 등 일과에 조금씩 루틴이 생기며 덩달아 마음에 여유도 생겼다. 거기다 주위에 나와 비슷한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일상에 더 탄력을 갖게 됐다는 사실. 물론 여기엔 zoom에서 매일 열리는 빅웨이브 야심한 공부방의 몫이 8할 정도는 된다. 특히 야공방에서 파생된 새벽공부방은 건재한 하루를 시작하는 데에 정말 큰 힘이 되고 있다. 선한 영향력을 서로 나누어 주는 함께의 힘을 다시 느꼈다.

그렇게 차곡차곡 15분씩 6개월의 시간을 쌓고 보니 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참 스스로 대견하다고 느껴졌다. 한 칸씩 기록을 쌓아갈 때 마다 하루에 24시간*시간 당 4번 = 96번의 성취를 이룬다고 생각해보면 실로 어마어마한 것 아닐까. 천리길도 한 걸음씩 걸어가듯, 내일도 오늘보다는 더 나아가 있을 내 모습이 기대될 법 하다.



(번외) 통계로 보는 나의 수면패턴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잠이 많은 편이다. 혹시나 이것도 일종의 수면 질환이 아닌가 걱정 돼서 최근엔 수면클리닉에서 수면다원검사도 받았다. 다행히 아무 이상은 없었고 체질적으로 잠을 많이 자야 일상적인 생활을 보낼 수 있는 타입이라고 했다.

수면센터를 다니면서도 2주 가량 전자 시계로 수면 패턴을 측정했지만, 6개월 간 직접 기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면 패턴을 분석해 보았다. 아래 왼쪽 그래프를 보면 학기 시작 후 4월에 들어서는 중간고사 기간에 수면량이 절대적으로 감소했고 (그래서 그 무렵 몸살이 나기도 했다) 주말에는 잠을 몰아자는 걸 알 수 있었다.

주간 평균 수면 시간 변화(좌), 요일별 평균 수면 시간(우)



이런 기록은 두고두고 내 삶의 큰 자산이 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가능한 선에서 자신에 대해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기록을 하며 긍정적인 것들을 얻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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