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고 통칭하기엔 어제는 집순이 모드로 하루를 보냈지만.. 오늘은 주부 모드로 장보고 요리하고 청소를 했더니 벌써 하루가 지나갔다. (사실 점심녘에 일어나서 절대적으로 하루가 짧았다.)
어제 전국적으로 함박눈이 내렸는데 베란다 너머로만 설경을 구경하고 현관 조차 나서지 않았던지라 오늘에서야 거리에 쌓인 눈을 밟아보았다. 대로변엔 눈이 다 녹았지만 우리집 앞 골목길은 제설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경사길이 꽤나 미끄럽더라. 저 빙판길을 차로 어떻게 오르나, 부터 생각하는 걸보니 나도 나이를 들었나보다. 동심따위 없음.. 우연히 발견한 눈사람들을 보고 피식 귀여워 하긴 했다.



만 하루 반 만에 햇볕을 쬐고 바깥 공기를 들이 마시니 사람 답게 사는 기분이 들었다. 어젠 온종일 침대와 물아일체 되어 전자기기에 둘러싸여 있었더니 급속도로 피폐해지는게 느껴졌다. 오늘 밖에 나선 이유는 방역패스 기간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는데, 전쟁 식량을 구비하는 이의 마음처럼 비장한 각오(?)로 집을 나선 것 같다. 내일부터는 출근하면 실상 점심이나 저녁을 밖에서 먹기 어려우니까, 도시락을 싸가거나 잠깐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가려면 일주일치 식사 거리는 넉넉히 있어야 했다. 마침 반찬이 정말 다 떨어지기도 했고 어제 종일 본 요리 유튜브 레시피들을 응용해보고 싶어서 근처 이마트에 다녀왔다.
식재료를 하나씩 담다 보니 장바구니 무게가 꽤 나가서 더 사고 싶은 것들이 있었음에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동안은 매번 저녁 늦게 장보러 가느라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오후 일찍 간 덕분에 무거운 짐 하나는 배송을 맡길 수 있었다. 신선 식품이 포함된 장바구니 하나만 손에 들고 가벼운(? 사실 약간 무거웠음)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눈 길을 살금살금 조심해서 걸어야 했던 것도 있었지만 오늘 따라 이마트 오가는 2~3키로 남짓이 왜이리 멀고 에너지 소모가 컸는지 모르겠다. 이럴 때는 정말 차가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택시를 탈까도 했지만 아냐, 그래도 짐 하나는 배송을 맡겨서 수월하게 집에 왔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나는 직접 식재료를 눈으로 보고 고르는 것도 중요하고 불필요한 택배 배송은 일회용품 때문에 꺼리는 편이라 늘 직접 장을 보러갔는데, 결국 배달 서비스도 이용하고 나도 나대로 짐을 들고 오는 과정에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마트에 가서 직접 물건을 보는 건 좋으나 어짜피 택배라는 중간 과정을 이용하는 거라면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내가 아낄 수 있는 자원은 아끼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싶었다. 그간에는 가령 쿠* 로켓배송에 대해 소비자의 편의 이면에 희생되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 거의 이용하지 않았는데, 식재료 몇 개만 간단히 구매하는 경우 말고 간간이 대량으로 장을 볼 때는 효율적으로 활용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느끼는건 로켓프레시 같은 경우는 개별 포장이 아니라 박스 하나에 물건들을 다 담아서 배송해주는 것 같더라….(아마)
이런 생각을 하며 집에 오자마자 먼저 들고온 식재료로 한 시간 여 가량 반찬들을 만들었다. 그리곤 갑자기 진이 다 빠져서 앞치마를 맨 채로 잠깐 잠에 들었다. 일어나자마자 빅웨이브 회의를 잠시 하고, 이마트에서 미처 다 사지 못한 재료들을 사러 근처 마트에 다녀왔다. 늦은 저녁 겸 양배추 계란부침을 끼워 넣어 기깔난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았다. 랩 샌드위치 흉내를 내보려고 유산지 대신 종이호일을 감싸서 테잎을 붙여봤는데 어쩜 접착이 1도 안되고ㅠ_ㅠ 한참을 낑낑 대다가 결국 그럴싸한 폼만 냈다. 그래도 맛은 진짜 좋았고 배도 불렀다!!👍🏻 낼부터 학교에 챙겨가서 아점이나 간식으로 자주 먹게 될 것 같다.


아까 두부 조림, 콩나물 무침, 어묵 파프리카 볶음도 만들어뒀는데 아직 처리 해야 할 애호박이랑 가지, 단호박, 감자, 닭볶음용 닭이 남아있다. 호호.. 미래의 나야 힘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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