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 일.. 꽤 큰 별이 하나 있었다.
감정의 기복이 클 수밖에 없던 별 일이 있었다.
괜찮으려고 애써 힘을 주고 있는게 힘이 들어서 어제 오늘은 술의 힘에 기대 보았다. 잠에라도 쉽게 들까 하여..

오랜 만에 차를 끌고 서해에 갔다. 엄마아빠랑 이렇게 드라이브를 간 것도 올 들어 처음인 것 같다. 나,, 뭐가 그리 중했길래 가족과 보낸 시간이 이리 줄었을까...
원래였다면 오늘도 연구실에 나가 세미나 발표 준비를 했겠지만, 그냥 무념무상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 충실했다. 이 시간이 고마웠다.
모처럼 운전대를 잡으니 마음이 좀 차분해지는 듯 했다. 근데 불쑥불쑥 사고에 대한 상상이 들었는지 왜인지 돌아오는 길에는 손이 조금씩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현재의 내 마음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 하겠다.
우선.. 겁이 많아졌고, 세상엔 영원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을 어느 곳에 둘 수 있는지 모르겠다. 조금 조금씩 나누어 보관했던 마음을 모두 내 안으로 끌어담으려고 하니 다소 버거운 것 같다. 그리고 혼란스럽다. 애도의 시간을 얼마나 가져도 괜찮은지 모르겠다. 마음에서 보내주고 슬퍼하지 않는게 떠난 이를 좋은 곳에 보내는 길이라고 하니, 내 맘 같지 않게 찾아오는 감정을 자꾸 부정하게 된다.
어서 선생님을 뵙고 싶다. 지금 내게 무슨 질문을 던지고 답해 나가면 좋을지 도움을 받고 싶다.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혼자 있는 시간이 조금 견디기 어렵다. 부모님과의 시간을 오래 보내고 싶다가도 이곳에 너무 의지하면 일상으로의 복귀가 벅찰 것 같아서 이만 돌아간다. 바삐 흘러가는 서울에 몸을 담그면 조금 나아지겠지..
ㅡ
서울에 도착했다. 다음 정류장이 집 앞이라 버스가 정차하면 맨 뒷자석에서 일어나 내릴 생각만 하고 있었다. 기사님이 문을 열어주셨는데 내리는 사람은 나 혼자였고, 생각해보니 나는 벨을 누른 적이 없었다. 뭐지. 누군가 벨을 눌렀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생각에 깊게 빠진듯, 멍을 때리는 듯 하다가 집을 지나칠 뻔 했다. 휴우.
교통비 누적금액도 61,000원이 찍힌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대체 어디서 쓴거지, 시외버스비가 포함됐나, 그래도 이럴리가 없는데 참 이상하다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환승할 때 다시 보니 6,100원이었다. 내 머리 어딘가 나사가 하나 풀린 것 같았다.
밤공기에 잠시 걷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오늘 밤은 조금 고단하네.
달이 밝다.
보름달이 찰 때 즈음이면 나도 보름처럼 밝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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