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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일상 속 생각

노을빛 장미, 내가 5월을 알아차리는 방법

by peregrina_ 2021.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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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 어스름 녘, 친구를 배웅하고 집에 오는 길. 흐드러진 장미가 노을을 한껏 머금고는 포근한 붉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원본 그 자체로도 어여쁜 색감

 

'아- 예쁘다.'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나의 걸음에 잠시, 노을 빛을 되돌려 보내는 장미를 바라보다 갔다.

 

'5월이구나.'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매월, 그 달의 색감을 알아차릴 때 비로소 그 계절을 온전히 느끼기 시작한다. 물론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그 색감과 시기가 조금 어긋나서 (특히 개나리, 매화, 벚꽃, 진달래 등이 동시에 만개했던 이례적인 3월) 조금 혼란스럽긴 했다. 오늘은 생각지 못한 장소에서 장미빛을 보고서야 달력의 숫자로 이해하는 5월 말고, 마음으로 5월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난해 장미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맞이했는데 오늘은 반팔을 입어야 했을만큼 더운 하루였다. 내년의 장미는 어떤 옷차림으로 마주하게 될까?

 

 


 

그리고 감사하게도 오늘은 장미 같은 우연한 만남이 무려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출근길에 서문에서 만난 고등학교 선배. 변함 없는 뒷모습에 그림자를 좇아가 "00 선배-" 하고 부르니 여전한 특유의 미소로 "어, 안녕! 너도 대학원 다니는구나." 하고 알아차린 그. 몇 년 만에 보는지 모르겠지만 과함 없이 평소 봐온 것 마냥 담백하게 안부를 나누었다. 참 묘한 힘을 얻은 짧은 만남이었다.

 

두 번째는 다른 과 동기. 같은 학교를 다녔음에도 단과대가 달라서인지 연희동은 처음이라는 친구에게 최근 이 곳을 소개해준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들을 함께 거닐었던 여운 덕분일지, 휴가를 보내던 중에 책을 읽고 싶어 연희동에 왔다고 한다. 여기에 오니 내가 생각난다며 예쁜 사진을 보내온 감동적인 연락이었다. 마침 오후엔 재택을 하고 있었던지라, 수업이 끝나고 사뿐 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어제 이 시간이었다면 과제 프로젝트를 마감 하느라 연구실에서 나서지도 못 했을텐데, 타이밍이 참 좋았다. :)

 

친구가 정말 가보고 싶다던 수제 버거집에 들러 버거를 포장해와 공원에서 한껏 피크닉 기분을 냈다.

 

글쓰기가 업인 친구와, 글쓰기를 잠시 부업으로 경험해보고 취미로 즐기고 있는 내가 만나니 자연스레 대화의 주제에도 '글'이 흘러 지나갔다. 본인이 위치한 자리의 무게만큼 글에 진중함을 담아내려는 마음이 많이 느껴졌다. 곁에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이 새삼 든든하고 고마우면서도, 충분한 쉼을 잘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친구야, 지금처럼 글 속에 최대한 편견없이 우리 사회를 투영해줘. 그리고 마음쓰고 있던 지난 일은 이 공원에 내려두고 가길 바라. 내가 바람으로 다 날려줄게!!

 

 

 

영화 속에 있는 것 같았던 해질녘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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