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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일상 속 생각

봄비 내리는 오월의 아침 (feat. 조조할인과 건강검진)

by peregrina_ 2021.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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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봄비가 내린다.

헤이카카오가 내 음성을 잘못 인식한 덕에 김영철의 파워FM 라디오과 함께 색다른 아침을 시작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봄비 소식을 들으니, 이번 5월은 작년과 달리 바람에 흩어지는 기억이 적지 않을까 기대가 됐다.

작년에 예약해둔 건강검진을 받으러 버스에 몸을 실었다. ‘조조할인’ 알림과 함께 거의 마을버스 정도의 승차요금이 찍혔다. 아, 아직 오전 6시 반이구나.

내가 좋아하는, 우리 동네에서 가장 먼저 전기버스로 바뀐 7612 노선


조조할인에는 늘 좋은 기억이 깃들어있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던 날보다도 종종 이른 아침 출근길에서 만난 ‘조조’에 그 기쁨이 더 컸다. 회사 근처로 이사 가면서부터 더이상 이 소소한 행복을 만나지 못해 아쉬웠지만..


오늘은 생각지 못한 이 조조에 더 사뿐한 걸음으로 길을 나서게 되었다. 한산한 당산행 2호선에서 차창 밖도 한껏 감상하면서.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보니 어느덧 올림픽공원에 도착했다. 출발할 땐 비가 거의 안 왔는데 이 곳엔 보슬보슬 비가 내리네. 멀리 이마를 감춘 롯데타워도 보인다.


올림픽공원은 양산이 필요했던 그 날 이후로 두 번째 방문이다. 덕분에 심리적 거리가 한층 가까워졌다. 운치있는 분위기에 흠뻑 젖어있다보니 sol님이 오셨다.

오전 7시 40분에 누군가를 만나다니, 신기함에 웃음이 나면서도 미라클모닝의 힘이 이런걸까 싶었다. 비오는 아침, 단잠을 미루고 와주신 sol님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생각지 못한 센스있는 선물


검진센터까지 잠시 걸었다. 지난 주말 부산에서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때랑은 다른 느낌으로 참 편안했다. 그 때도 친구들과 서로의 첫 인상에 대해 나눴는데, 오늘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산뜻함? 공원의 푸르른 나무들 같은 싱그러움을 전해 받았다.


어느 덧 진료시간이 다가와,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각자의 하루를 위해 발걸음을 달리했다.


접수를 마치고 탈의실에서 27번 락카를 골랐다. 왜인지 그냥 좋아하는 숫자가 27이라서. 아마도 엄마가 스물 일곱에 결혼을 하셔서 어린 마음에 가장 예쁜 숫자라고 생각한 것 같다. 내년엔 이 숫자를 마음껏 누릴 수 있겠군.



첫 검사로 키와 몸무게를 쟀는데 키는 조금 크고(!) 체중은 4~5키로 정도가 줄었다.(헉..) 요 몇 달 간, 보는 사람들마다 살이 빠진 것 같다고 안부를 물었을 땐 “마스크 끼고 있어서 그래 보일거에요~” 했는데 정말이었네.. 몇 년 만에 달라진 앞자리. 어색하다.


오늘 추가적으로 두 가지 검사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해서 고민없이 간과 신장 같은 부분이랑 자궁 초음파 검사를 골랐다.

그저 똑같이 내 몸을 알아가는 과정일 뿐인데,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때는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언젠가 뱃 속에 소중한 생명을 품고 있을 땐 어떤 느낌일까... 한동안 초음파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곤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랜 만에 주사를 (무려 두 번) 맞았다. 주사 바늘에 대한 겁이 전혀 없는데 오늘 따라 눈을 질끈 감게 되네. 양팔 모두...!! 😂

수면 내시경을 위한 마취주사


수면 내시경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물고 있던 호스를 통해 무슨 유취 증기가 들어오더니 3초 만에 기억을 잃었다.

“너무 졸려요 선생님...(꿈뻑)”

마취에서 깨어나 간호 선생님의 부축으로 일어나면서 잠꼬대 마냥 뱉었다. 지난 번에 내시경을 받았을 땐 침대에서 더 자게 해주셨던 기억이 나서 잠시나마 희망을 가져보았다.

“ㅎㅎㅎ 더 재워드리고 싶은데 대기 손님이 많아서 어쩔 수 없네요ㅠㅠ 대기실 소파에서 잠시 쉬시다가 다음 진료 도와드릴게요.”

그렇게 안마 의자보다 푹신한 마약 같은 소파에서 잠시 또 기절을 했다. 아... 졸려.. 잠이 덜 깬 상태로 가만 서서 BMI 검사를 받았다. 이거 약간 고문인데?

모쪼록 모든 진료를 마치고 나오니 매우매우 깨끗하다는 내시경 결과와 함께 기분 좋은 연락이 와있었다.

이렇게 친히 형광펜까지... (감동)




어느새 바깥엔 비가 그치고 산책을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쁜 풍경을 가만 바라보며 샌드위치에 차 한 잔 곁들이는 아침.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기 🌿



p.s. 오후에... 4시간 연강 듣고 집에 오자마자 뻗어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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