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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일상 속 생각

힐링이 필요하다면, 하루하루 문숙

by peregrina_ 2021.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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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활 동안에 365일 중 350일 정도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데에 에너지를 써왔다. 캘린더에 일정이 비워져있으면 상당히 어색했던 7년을 보냈다. 그렇기에 내가 나를 마주하는 시간 보다, 타인에 의해 마주하는 내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미숙함이 많았던 10대 후반, 그리고 20대 초반을 그렇게 나를 모른채 지냈다.

 

모른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된 건 순례길에서 돌아와 열정과 의욕이 가득 넘친 스물 세 살이었다. 세상 제일 갈 것 같은 자신감은 또각- 꺾였고 지난 해 대학원 첫 학기를 보내며 두 번째 굴곡을 맞이 했었다.

 

코로나와 함께 캠퍼스에서 제2의 school life를 보내면서 비로소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물론 모임은 여전히 비대면으로 잦지만) 내가 마주하는 나를 보다 왕왕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그렇게 본 내 모습은 날 것 중의 날 것 마냥 여물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삶의 진리를 담은 책을 꺼내 매일 필사하고 차를 마시며 명상을 시작했다.

 

소가 되새김질을 하며  여물을 소화 하듯, 나 역시 필사했던 글귀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의미가 깊어지고 풍성해지는 것을 느낀다. 가장 큰 깨달음은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것. 그래서 삶은 자연의 섭리를 따라 흐르고, 매년 24절기가 찾아오듯 우리도 저마다의 때를 받아들이면 변화에 동요되지 않겠다는 믿음이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하루하루 문숙이란 채널을 만나며 그 믿음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 특히 우리 몸을 이루는 물의 비중이 지구의 구성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경이로움을 느낄 정도였다. 맞아. 내가 지구과학을 좋아하고 더 깊이 공부하게 된 배경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었다. 어려서 부터 내게 가장 재밌는 놀이는 땅과 맑은 물에 있었으니 자연에 동화되어 있는게 자연스럽고 당연했다. 그 동화되는 마음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 지금 하고 있는 전공 공부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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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 몸이 다시 흙으로, 자연으로 돌아갈 때를 생각 해본다. 플라스틱 더미에, 혹은 미세먼지 속에 둘러싸이고 싶지 않아 깨끗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불편하다는 생각없이 다회용품를 챙겨다니고 빅웨이브 안팎의 소통도 이어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먹는 즐거움은 포기하지 못해서 육류는 즐겨 먹었는데, 이제는 더 가뿐한 몸, 편안한 속을 위해서 식습관을 개선하고 싶다는 의지가 피어오른다. 결국 내 몸이 건강해질 수 있다면 내가 사는 이 지구에도 건강함을 보탤 수 있겠지. 이게 나 개인이 할 수 있는 큰 기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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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거듭하며 무게중심의 음계가 차차 내려가는 것을 느낀다. 그게 지난 과거를 기삐 회상하며 추억을 간직하긴 해도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느끼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점점 여물어가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 아름답게 삶을 물들여가고 싶다.

 

, 닮고 싶은 영혼의 모습을 꼽으라면 20 후반은 나의 친언니, 30-40대는 이효리인데, 오늘부로 50-60대의 삶에 문숙님을 모시기로 했다. 하루하루 문숙에 경의를 표하며, 하루하루 나리를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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