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번 학기 첫 중간 발표 하나가 마무리 되고 9월도 마지막 날을 맞았다. 어제 발표 준비 한답시고 새벽 2시까지 학교에 있다가 퇴근했더니 오늘 아침 맞이가 참 힘겨웠다.
그래도 어찌저찌 발표가 잘 끝났다. 머리로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말자고 되새기면서, 이 쫀득 거리는 심장을 얼른 달래주고 싶었다. 만약 교수님께서 첫 발표자를 자원 받으시면 번쩍 손 들어야지 다짐했지만 역시나 발표 순서는 가나다 순으로 정해졌다. 내 차례까지 오기엔 3시간의 수업 중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OTL. 다음번 발표는 역순으로 하자고 말씀드려야지. 다들 한 번씩 경험해봤겠지만 사실 내 순서가 오기까지 앞선 발표들은 집중이 잘 안된다. 그렇다고 내 발표를 보완하기엔 이미 정해진 틀을 고치고 싶지 않았고 괜히 손 보다가 실전에서 혀가 꼬일게 싫었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공중에 붕 뜬 채 2시간을 보냈다.
예상치 못하게 내 차례 직전에 쉬는 시간이 주어졌고 고통의 시간(?)은 배로 늘어났다. 8분 시간 참 안 가더라. 이쯤 되니 떨리기보단 그냥 초연해진 상태가 되었다. 근데 발표 시작과 함께, 내가 앞선 발표 내용들을 랩업하며 이것들이 내 주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애드리브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ㅋㅋㅋ. 사실 직전까지도 발표 주제에 대한 반신반의 함이 조금 있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매끄럽게 물꼬를 텄다. (스스로에게 놀람.) 기분 좋은 시작은 명료한 결론으로 이어졌고 요 며칠 나를 방전 시키던 아이 하나가 시원하게 떠나갔다. (다음 주에 시험으로 다시 만날 친구들이지만..)
그래도 긴장을 꽤 했던 모양인지 연구에 쏟을 기력이 아직 조금 부족한 상태이다. 다음주 초에 학회 발표자료를 제출하려면 늦어도 내일 오후엔 교수님과 미팅을 해야 하는데...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을 비워내면 심신의 여유를 조금은 더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다.
사실 조금 전까지도 조교 업무를 보느라 저녁 먹은 힘의 절반을 쏟아냈기 때문에, 이렇게 블로그를 하면서 시간 사치를 부려보고 있다. 요즘은 에너지 소모의 역치가 상당히 낮아져서 금방금방 방전이 되네..
10월은 본격적인 발표의 달이 되겠지만,, 다음 주만 지나면 잠깐 흡! 하고 숨 한 번 들이쉴 수 있겠지. '잘' 말고 '그냥' 해보자.

오늘의 브금
https://www.youtube.com/watch?v=8QFqUkaKmP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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