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불쑥 나의 운동 욕구를 불러 일으켜준 고마운 친구 덕분에 수영장을 등록해서 강습을 듣기 시작했다. 사실 엄밀히는 친구가 "지금은 젊어서 운동을 안 해도 티가 안나지만, 조금만 나이 들어보라고. 금방 체력 떨어지는 거 느껴진다"고 팩트를 날리며 2주 내로 운동 등록하고 인증 하라고 해서 시작된 수영이다.
수영은 4년 전에 순례길 다녀온 후로 학교에서 한 학기 배웠고 자유형과 배영까지만 대강 할 줄 안다. 자세가 좋다고는 못해도 어떻게 하는지는 아는 딱 그런 정도. 물론 학교 수영장은 레일의 2/3지점 부터 수심이 급속도로 깊어지는 구조라, 레일을 온전히 자유형으로 완주해 본 적은 없다. 얕은 곳에서 자유형으로 가다가 수심이 깊어지면 배영으로 가거나, 종종 아예 깊은 곳에서 자유형으로 시작해 수심이 얕아지는 지점에 와서는 일어서곤 했다. 폐활량 부족으로 레일을 끝까지 수영 하기에는 늘 숨이 찼다.
8월반은 이미 지난주에 개강했기 때문에 다른 수강생에 비해 1주일 늦게 합류했지만 나 외에도 처음 수영을 배우는 분들이 두 분 더 계셨다. 덕분에 나도 같이 '음파음파' 호흡부터 다시 배우고 발차기와 킥판 잡고 물장구 치면서 호흡하는 것들을 연습했다. 호흡과 발차기는 제각각 따로 하면 잘 하겠는데 동시에 해야 하는 순간부터 어느 하나가 흐트러지곤 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숨이 계속 차서, 호흡 하려고 고개를 들 때 나도 모르게 머리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나보다. 강사님이 내 자세를 재연해주셨는데 너무 웃기고 팩폭에 아프기도 했다. "우리가 공기 중에서 의식적으로 호흡하지 않듯, 물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숨을 쉬면 된다"는 말씀이 와 닿았다. 들숨과 날숨을 부드럽게 해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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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의 첫 수영이었지만 몸이 동작들을 기억하고 있는게 신기했고 물 속에서 나름 명상을 하는 듯한 그 묘한 행복이 느껴져서 좋았다. 새벽 같이 일어나서 오느라 몽롱한 감도 있지만 아침 일찍 운동하고 출근하는 뿌듯함을 오랜 만에 맛 보았다.
그리고 사실 외부 수영장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도 했었는데 금새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오랜 만이라 수영복과 수모를 착용하는 데에 낑낑 거리니 선뜻 도와주시는 어머님도 계시고, 비누 거품 인 손으로 김 서린 거울을 싱글벙글 닦아주시는 할머니도 계시고 꽤나 정감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같이 늦깎이 강습을 시작한 분들과 벌써 동지애가 생긴 것 같다 (강사님은 우리를 이미 3인방이라 부르신다 ㅋㅋㅋ).
나에게는 온통 새로운 공간이지만 이 곳의 체계에 곧 스며 들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된다. 꾸준히 운동해서 건강한 체력을 기르는 그 날까지! 수영 한 번 마스터 해보자~ (수심이 일관돼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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