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도 마지막 날. 이제 집에서 6시 반에 나오면 눈에 띄게 주변이 어둡고 학교 정문을 지날 즈음이면 세브란스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다.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리발 쓰는 월요일!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에 이번달 수업은 종강을 했는데 아직 여전히 10월이니 오늘은 10월반 수업이라고 해야 할까 11월반 개강이라고 해야 할까? 애매한 날이라 그런지 유독 수강생분들이 많지 않았다. 내심 다들 주말 간 무탈했기를 바라며 수요일에는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원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오리발이라는 버프가 있기 때문에 오늘은 자신있게 선두에서 출발했다. 몸 풀기로 자유형 3바퀴, 접영 발차기&평영 손동작 3바퀴, 배영 3바퀴를 했고 오랜 만에 배영을 하니 재밌었다. 자유형을 할 때는 지난 금요일에 어머님이 알려주신 동작을 떠올리며 최대한 귀와 팔을 붙여서 호흡하려고 노력했다. 오리발이 있으니 아무래도 도움이 많이 된다.
워밍업 후에는 킥판을 길게 잡고(?) 고개를 든 채로 접영 발차기만 4바퀴를 연습했고 다음에는 배영 자세로 접영 발차기 4바퀴를 돌았다. 이 때 저항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오리발을 ㅅ자형으로 포개어 발을 차야 한다. 오리발이 없을 때도 엄지 발가락을 포개기는 마찬가지!
이후에는 한 손 접영으로 오른팔, 왼팔 각각 2바퀴씩 돌았다. 처음에는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굉장히 부지런히 팔과 다리를 움직였는데 강사님이 내가 팔을 너무 급하게 돌린다며 더 여유롭게 해도 된다고 하셨다. 물을 손으로 직접 잡아보고 느껴보라는 말씀이 굉장히 와 닿았다. 그래서 다음 턴 부터는 발차기도 조금 더 천천히 하고 손도 그에 맞게 움직이니까 훨씬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한 손 접영을 하다보니 자유형 자세도 교정이 되는 듯 했다. 아무래도 한 쪽으로만 자유형 팔 돌리기를 하니 귀와 팔을 계속 붙이고 있는게 어떤 느낌인지 비교적 자주 알아차릴 수 있어서인 것 같다. 웃긴게 이 생각을 하고 수영을 하는 동안 '토플도 리스닝만 계속 공부해도 리딩, 스피킹, 라이팅까지 덩달아 점수가 오른다고 하는데 이런 이치일까'라는 생각을 했다는거다. 나 원 참ㅋㅋㅋㅋ. 별안간 수영 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통찰력을 얻어 간다.
수업을 마치고 남아서 자유형을 계속 연습했는데 마침 지난주에 나를 가르쳐 주셨던 어머님을 또 뵀다. 내가 수영하는 걸 언제 지켜 보고 계셨는지 감사히도 또 자세를 교정해주셨다. 내가 자유형 호흡을 하는 동안 왼팔을 최대한 수면에 띄워 놓으려고 힘을 줘서인지 나도 모르게 손바닥을 쫙 벌려서 치켜 들고 있었다더라.
- 손은 힘을 풀고 편안하게 모아주자.
- 팔을 돌릴 때는 두 손을 서로 바통 터치를 하는 듯한 느낌으로 리듬감을 이어가면 된다.
- 그리고 팔을 돌릴 때는 팔뚝이 귀와 볼을 스치듯 붙여주는게 좋다. 이 때 얼굴을 스치며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주면 된다.
직접 뒤에서 내 양 팔 잡고 느낌을 알려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했다. 추가 연습을 하면서는 오리발을 벗고 내 힘으로 발차기를 연습했고 마침 8시 아쿠아로빅 시작 시간이 되어 제일 끝 레일로 옮겨가 자유수영을 했다. 항상 7시 50분에 수업이 끝나면 많아야 한 두 바퀴 정도만 더 돌고 샤워하러 갔는데 오늘처럼 오래 나머지 연습을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오리발 덕에 체력을 아낄 수 있어서 맨발로 자유형을 계속 해도 생각보다 안 힘들었고 확실히 전보다는 훨씬 여유로움이 생겼다. 아직도 많이 배워야 하지만 이런 소기의 성취, 진짜 행복하다. 역시 나는 옆에서 누군가 조금씩 가이드를 해주면 곧잘 받아들이고 내 것으로 소화하려고 하는 노력파 체질인가 보다!
+ 중급반의 에이스 할머니 한 분은 11월부터 다른 수영장으로 옮긴다고 하신다. 이유를 여쭤보니 거기가 시설이랑 수질도 더 좋고 수심이 깊어 다이빙 하기에 좋다고 한다. 또 지금 강습은 본인에게 운동이 많이 안된다고 하시는데 거기는 쉴 틈 없이 계속 운동을 하게 가르친다고 한다. 들어보니 할머니께서는 수영만 40년을 하셨다더라. 내 나이보다도 한참 많은 세월을 수영하며 보내셨구나. 난 겨우 세 달 차인데.. 허허. 다만 이제는 나이가 드니 상급반에서는 속도가 안나서 중급반에서 수영하는거라고 하시던데 내심 든든한 어르신이 떠나신다니 못내 아쉬웠다. 오늘 이야기는 많이 나눴지만 수업 끝나고 마지막으로 인사 드리고 나오려 했는데 어쩌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인사를 못드렸다. 다른 수영장에 가셔서도 부디 꾸준히 건강한 생활 잘 이어가셨으면 좋겠다. 종종 놀러오세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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