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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습관 만들기/운동

[수영] 27일차 11월 02일(수) - 평영/고통의 물리치료 @연희아산 위풍당당 재활의학과

by peregrina_ 2022.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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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수영 가려고 일어나는데 하반신이 경직돼서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상당히 뻐근하고 근육통 같은 저릿거림이 있었다. '이게 뭐야.' 너무 놀랐지만 몸을 옆으로 돌아 누우니 일어나기가 한결 나았다. 엊그제 월요일 오후부터 연구실에 앉아 있을 때 아래 허리가 계속 쑤시고 아팠는데 하루 아침에 생각보다 너무 큰 고통이 주어진게 아닌가. 어느 정도였냐면 직립 보행이 아닌 허리를 움직이는 모든 동작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상체를 살짝 숙인다거나 양말을 신으려고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는 것 마저 어려웠다.

수영을 가야 하나, 잠시 망설였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일단 집을 나섰다. 수영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접영 허리 통증' 이런 키워드를 검색하니 생각보다 나랑 비슷한 경험의 게시글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일단 강사님께 내 몸 상태를 말씀드리는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했고 샤워하는 동안 옆에 계시는 고수 이모님께도 조언을 구했다.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모님께서는 "아이고!! 접영 잘못하면 허리 다쳐!!!ㅠㅠㅠ 강사님한테 말씀드리고 자세 잘 잡아달라고 해봐요." 라며 적극적으로 꽤나 위로가 되는 대답을 해주셨다. 심지어 나는 접영'만' 한게 아니라 발차기는 접영, 팔젓기는 평영으로 했기 때문에 허리에 무리가 갈 만한 영법 두 개를 동시에 했으니 오죽하겠냐며. 준비운동도 열심히 하고 끝나고 물리치료도 받아보라고도 의견을 나눠주셨다. 역시 우리 수영장 어른들은 따수우셔...💞 그래서 수업 시작 전에 강사님께 허리가 많이 아프다고 말씀드리니 그럼 다른 영법으로 연습해도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오늘은 몸풀기로 자유형 4바퀴, 배영 3바퀴 후 접영이 아닌 평영 발차기를 연습하게 되어 그냥 킥판 잡고 쫄래쫄래 따라갔다. 갈 때는 평영, 올 때는 자유형으로 킥판 잡고 발차기를 4바퀴 정도 했고 이후에는 유아풀로 넘어가서 발차기만 따로 연습했다. 턱에 걸터 앉은 채로 무게중심은 최대한 뒤로 보낸 채로 발 뒷꿈치를 벽에 대고 평영 발차기를 하는 것이다. 무릎은 최대한 벌어지지 않게, 가급적 두 주먹 간격 이내가 되도록 하고 시작할 때 꺾여있던 발은 발차기를 하면서 쭉 펴주어야 한다. 원을 드리듯 힘차게 물살을 밀어내자. 사실 이 연습을 할 때도 상체를 뒤로 젖혀야 해서 코어에 힘이 들어가다보니 허리 통증이 계속 느껴졌는데 참을만 해서 그냥 끝까지 강습을 마쳤다. 마무리로는 다시 메인풀로 넘어와 앞서 했던 발차기를 2바퀴 정도 돌고 마쳤다.


샤워하고 천천히 나오니 8시 반 정도 되었는데 나온 김에 정형외과를 바로 들리려고 하니 모두 진료 시작이 9시더라. 가서 기다리더라도 대기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많을 것 같기도 하고 10시에는 수업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바로 돌아왔다. 수업을 잘 끝마치고 연희동에 새로 생긴 정형외과를 바로 찾아갔다. X-ray를 먼저 여러장 찍고 원장님 진료를 보러 들어가니 척추 측만증에 더해 4,5번 디스크가 많이 붙어있어서 디스크 위험이 있다고 한다. 오마이갓. 척추 측만이야 어렸을 때부터 있기도 했고 성인이 돼서는 악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근데 디스크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데 꽤나 충격이었다. 서있거나 누워있는게 가장 좋고,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씀도 하셨다. 저 토요일에 4시간 동안 시험봐야 하는데요 선생님... 공부는 서서해야 할까요....ㅠㅠ 근데 디스크면 그럼 수영 때문에 아픈게 아니라 서서히 안 좋아졌던걸까? 아니면 잘못된 수영 자세가 디스크에 영향을 준걸까. 무튼 오늘은 일단 신경주사를 맞고 내일 다시 경과를 살펴보는게 좋겠다고 하셨다.

신경주사는 처음인데 4,5번 디스크 근처에 총 여섯 방의 주사를 맞았다.ㅠㅠㅠ (한 대당 대략 만원꼴이다.. 덜덜) 주사 맞을 때는 몸에 힘을 풀어야 안 아프다고 해서 심호흡을 크게 내쉬면서 첫 방을 맞으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는데 점차 주사 부위가 꼬리뼈 쪽을 향해 내려가면서는 바늘이 살에 닿을 때마다 내 몸이 너무나 강하게 '움찔' 거렸다. 근육에 잔뜩 힘이 들어가니 주사 통증은 덩달아 커졌고 번번이 힘을 푸느라 좀 애를 먹었다. 어후야. 주사를 맞고 나서는 도수치료랑 물침대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도수치료는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치료사님이 허리 곳곳을 누르니 '억' 소리가 절로 나더라. 주먹을 꽉 쥐면서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고 너무 아플 땐 말씀을 드렸다. 사실 물침대도 처음이었는데 따땃한 물 매트에서 투투투투 뽀글뽀글 전신을 마사지 해주니까 아픔은 잊혀지고 너무 좋더라. 물론 일어날 때는 코어에 힘이 들어가니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다. ㅠ.ㅠ.

진료를 마치고 나오니 12시 반이 넘어있었고 세월아 네월아 걸어서 등교 해서는 서브웨이 단숨에 먹어 삼키고 곧장 또 수업을 들으러 갔다. 다행히 강의실 의자가 등받이 탄성이 좋아서 허리는 조금 덜 아팠다. 그리고 주사의 약효가 서서히 올라오는지 3시간 짜리 강의가 끝나고는 꽤 걸을만 했다. 물론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하중이 실려서 통증이 느껴지기 때문에 연구실에 돌아와서는 책장을 스탠딩 책상 삼아서 공부하다가 퇴근을 했다.

집에 오니 병원에서 친절히 "주사 맞은 곳은 괜찮으시냐"며 이후 진료 안내 문자까지 보내왔다. 아니 선생님. 이 주사를 또 맞으라고요...?ㅠㅠ 으악.. 그래도 최근에 지어진 곳이라 시설도 너무 좋고 쌤들도 모두 친절하셔서 근처에 괜찮은 정형외과 하나가 생겨 다행이었다.

진짜 자나깨나 건강하자. 겉모습은 멀쩡한 20대 청년인데 그 누가 내가 이렇게 아프다고 생각할까. 대중교통에서 가끔 노약자석에 앉아있는 젊은이들을 보면 이해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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