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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발 담그기를 좋아하는 마음, 똑 닮아있는 내 삶 유난히 물에 발을 담그는 것을 좋아한다. 바다도, 온천도, 냇가도 모두. 문득, 이러한 마음이 내 삶의 발자취랑 무척 닮아있다고 느꼈다. 수온을 전혀 가늠치 못하고 발을 담갔을 때, 그 놀라움에 대한 기억이 또렷하다. 금새 적응을 하는가 하면, 반사적으로 화들짝 빼고는 한동안 얼얼함을 느끼기도 한다. 다시 발을 담그기 위해선 마음의 준비가 크게 필요한 편이다. 신중하고, 천천히, 스며들어야 한다. 설령 수건이 없다 한들 개의치 않는다. 살랑이는 바람이 산뜻하게 말려주기도 하고 모래나 바위에 툭툭 털어내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물에 닿는 촉감으로 얻는 행복이 나에겐 더 소중하기 때문에. 20여 년을 살아온 나의 방식도 그러했다. 담그고 싶은 물을 보면 거리낌 없이 양말과 신을 벗어던졌다. 저마다의 체감 온도.. 2020. 7. 6.
배움 앞엔 왕도가 없다 - 엄마의 자전거 도전기 6월 27일, 우리 가족에게 역사적인 날 엄마가 일평생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게 된 날이다. 그간 나는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배워야 하는거라며 엄마 나이엔 넘어지면 큰일난다고 방방뛰었다. 모처럼 근 두 달 만에 본가에 내려왔는데, 터미널에 마중 나온 엄마는 첫 인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점심 먹고 자전거 사러 가자" 엄마가 자전거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지 알았기에 그러자고 했고 한 시간 가량 고민 끝에 산악자전거를 골랐다. 앞에 바구니 달린 예쁘장한 자전거가 아니라고 겁이 잔뜩 난 엄마를 한참을 달랜 것 같다. 이와중에 아빠는 배시시 웃으며 싸이클 자전거를 사겠다고 계산대로 가져오면서, 그렇게 역사의 일막이 시작됐다. 아빠엄마나, 세 가족이 해질녘 자전거를 끌고 강변으로 향했다. 엄마가 자전거랑 친해질 .. 2020. 6. 28.
건강함이 묻어 나오는 사람 - 내면의 채움 "나리님, 건강해보여서 좋네요. 언제 커피 한 잔 하러 와요." 2년 전 크루즈에서 만난 그(녀)로 부터 메세지가 왔다. 의례적인 인삿말이 된 "언제 밥 한 번 먹어요"가 아니라 근처에 지나갈 일이 있으면 커피 한 잔 하러 잠시 들리라고. 부담이 없었다. 모처럼 쉬는 날이기도 했고 그가 풍기는 건강한 아우라를 받고 싶었다. 그에게 잘 어울릴 듯한 꽃다발을 준비해서 작업실로 향했다. 대신 꽃 줄기는 철사로 묶지 않고 불필요한 포장은 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그는 철사 아티스트지만, 버려질 철사를 선물하고 싶지 않았다. 작업실에 들어섰을 때 꽤나 놀라웠다. 그간 환경문제를 예술로 풀어내는 작가들을 보긴 했지만, 작업 공간에 방문한 적은 처음이었는데 공간 전체에서 그의 세계관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 했다. 미.. 2020.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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