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7월을 보내고 싶어?”
“난.. 정리하는? 달이 됐으면 좋겠어”
7월의 첫 날 친구와 점심을 먹으면서 어떤 한 달을 보낼지 그려봤었는데 벌써 월간 정리의 시기가 왔다. 7월을 요약 하자면 -sine 함수 (0 < x < 3/4pi)가 정확할 것 같다. (이과 잠시 실례..)
월 초엔 내심 기대했던 석사 1년차 모습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상당히 우울했다. 그 때 먼저 이 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의 위로와 운동, 그리고 논문을 몰아 읽는 시간을 통해서 깊었던 감정을 점차 수면으로 회복시켰다.
그 즈음 약속 없는 주말을 연거푸 보냈다. 적적함이 다소 깃들긴 했지만 본가에 가거나 친구들에게 연락하기 보단 내 모습을 가만 바라보기로 했다.
‘지금 네 기분이 어때?’
‘왜 공허함을 느끼는 것 같아?’
‘뭘 하면 재밌어질까?’
‘아무래도 이건 네 취향이 아니야?’
대학생 때의 나였다면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내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되기’를 연습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생각으로 그치기 보단 말로 그리고 글로 담아낸다. 그렇게 티스토리를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고 그 간 쓴 글도 130편 정도가 된다. 그 중 대부분을 올 상반기에 썼으니 2-3일에 한 번 꼴로 기록을 남긴 셈이다.
덕분에 부쩍 내 자신과 가까워지고 사이가 조금 더 돈독해졌다. 얼마 전 친구가 “나리는 나리랑 친해?”하고 물었을 때 고민없이 그렇다고 답할 정도는 되었다.
그래서 그냥, 요즘 연구도 점점 재밌어지고 무탈히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친구로부터 ‘너 요즘 스트레스 받는거 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리의 7월’이 막바지를 향해가는데 일부는 시작조차 않고 있으니 은연 중에 스스로 압박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이번 달엔 뭘 그렇게 정리를 하고 싶었던 걸까..
때마침 은별언니가 빅웨이브에 ‘내 마음 속 작은 숲 가꾸기’ 프로그램을 소개해줘서 냉큼 지원을 했다. 여기에 단번에 매료 됐던 이유는 모든 프로그램이 소개 부터 힐링 그 자체였고 내가 나를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서였다. 원래는 서대문구에서 미취업자 대상으로 열리는 과정이지만 어디서나 사각지대에 있는 대학원생은 ‘밑져야 본전’ 마인드로 일단 찔러 보았다. 여차저차 끝에 감사히 수강 자격을 얻었다.
🌿 나를 지키며 건강하게 소통하기
🌿 나의 강점 발견과 자라기
🌿 나를 만나는 글쓰기
🌿 몸과의 대화
위의 네 가지 프로그램 중에서 아래 세 개를 신청했고 이번 주에 모두 첫 회차가 시작 됐는데, 왜 네 개 다 수강하지 않았는지 통탄스러우리 만큼 기대 이상의 컨텐츠로 채워져 있었다. 세션도 zoom과 같은 보편적인 플랫폼이 아니라 discord라는 곳에서 열리는데 zoom, telegram, jandi나 slack의 기능들이 총집합 되어 있다(놀라운 건 잡다한 느낌이 없음). 좋아요정인 나로서는 이모티콘의 제약없이 무수히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다.
잠시 플랫폼에 대한 각설이 길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내면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아직 본명도 얼굴도 잘 모르지만) 함께하는 동기들과 짙은 감정의 교류를 할 수 있어서 가슴이 벅차 오른다. 이 곳에선 과한 친절함을 갖추거나 타인에게 잘 보이려는 행동을 하거나, 나를 포장하는 일체의 수고가 모두에게 없다. 그저 나 그 자체로 존재할 뿐이다.
오늘 프로그램의 모토처럼 ‘그냥 하기, 잘하려고 애쓰지 않기’가 기대되는 8월이다. 모두에게 그런 은은한 여름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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