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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습관 만들기/운동

[복싱어게인] 016일차 8월 25일(수) -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by peregrina_ 2021.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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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무 글 아무 근황에 적힌 것 중 하나가 단시간에 밀도 높은 압력을 주어 스트레스가 꽤 높은 하루를 보냈다. 사실 연구에 집중하기도 부족할 시간인데 과한 책임감 하나로 다른 곳에 시간과 에너지를 지나치게 쏟고 있었던 거다. 내 역할은 그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A를 수합해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건데, A가 잘 모이지 않으니 내 책임도 있는 것 같아 사람들을 회유 하면서 어렵게 어렵게 끌어 모았다. 결과적으론 그다지 높은 성공률을 보이진 못해 조금 속상키도 했고, 내 1순위 강점인 '화합'이 오버 액션 한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안그래도 요 며칠 피로가 잘 풀리지 않던 참이었는데 이른 오후부터 진을 다 빼고 나니 저녁 시간 무렵 힘이 하나도 없었다. 머리가 띵해서 환기를 시킬 겸 테라스에서 잠시 바람을 쐬다보니 일단 잠시 학교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탈까 조깅을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저녁을 먹지 않은 상태라 운동할 때 기운이 없으면 어쩌나 했지만 오늘만큼은 공복이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관장님 식사 시간 전에 가서 먼저 코치를 조금 받고 체력 훈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 6시 40분쯤 도착했지만 관장님은 곧 식사를 가야 한다며 오늘은 그간 했던 것들을 되새기며 혼자 연습해보라 하셨다. 코치를 받을 수 없다니, 꽤 아쉬웠다. 그래도 나를 포함해 체육관에 두 명 뿐이라 귀가 고요하니 참 좋았다. 온 종일 소리 없는 아우성에 머리가 소란스러웠는데 이 시간 만큼은 조용히 나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됐다.

 

평소보다 몸 풀기와 근력 운동에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 샌드백도 이리 저리 옮겨가며 총 10 라운드 정도 뛴 것 같다. (보통 디폴트로 여섯 라운드를 뛰는 편이다.) 어제 했던 계속 스텝 뛰면서 100회 연속 원투 펀치하는 연습을 포함해서 생각나는 건 다 했다. 그리고 관장님이 돌아 오시면 마지막으로 꼭 1:1 코치를 받고 귀가해야지 했는데 오늘따라 유독 관장님이 힘들어 하시는게 아닌가.. 체육관에 온지 1시간 반만에 조르고 졸라 딱 한 라운드를 관장님과 함께 뛰고 미련없이 운동을 마무리 했다.

 

어김없이 연결 동작을 연습했고, 숙이면서 피하기와 빠지기를 제대로 하는 것에 집중했다. 역시 관장님이 팔을 훅- 훅- 휘둘 때 상체를 숙이면서 피하는 동작이 제일 재밌다.

 

운동을 마치곤 김밥 한 줄을 포장해서 연구실에 돌아왔다. 마침 모두 퇴근하고 없어서 고요히 낮 시간에 못한 연구를 마저 하고 귀가했다. 이제 좀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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