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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것/언어

[토플] 10월 09일(일) 첫 시험 @풀브라이트 2F (STN13681B)

by peregrina_ 2022.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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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미뤄왔던, 그리고 더 이상 시험을 등록하지 않으면 앞으로 영원히 미룰 것 같아서 본 첫 토플. 시험을 한 열흘 앞두고 결제했는데 그동안 시험 공부에 들인 시간은 총 한 14시간...? 된다. 그 중 절반은 어제 네 개 영역 벼락치기로 실전 테스트를 풀어본 시간이고 보통은 여유가 되는 날에 하루에 1시간 정도 한 영역의 문제 한 세트 풀어본게 전부였다. 한 달 내내 하루에 10시간씩 공부하는 분들도 수두룩한데 난 배짱 두둑하게 듬성듬성 공부를 했다. 다들 초록이 보카 최소 1회독에서 기본 3회독은 하고 간다는데 나는 첫 장 펼쳐본게 전부였다.. 영어에 대해서 믿을 만한 구석이 있어서는 아니고 시험 공부에 올인 할 여력이 안됐다.

지난 5,6월에 주 2회 학원을 다녔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코로나 격리랑 졸업 심사 등등이 겹쳐서 한 3.5주 정도 결석을 했던 것 같다. 전 영역 전 유형을 다 훑어보지 못하고 토플이 이렇게나 몸에 해로운 시험이란 걸 알게 된 시간이었다. 그 때 선생님이 6월 말이나 7월 중에 한 번 시험 보라고 하셨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준비가 되면 봐야지' 하다가 추가 공부는 1도 못하고 거의 3개월이 흘렀다.

원래는 7월에 워크숍이니 뭐니 정신 없는 일들 끝나면 8월에 한 달 정도 연구실에 휴가를 내고 시험 공부를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8월 초에 학회, 중순에 논문 투고 준비, 후순에 연구실 워크숍 진행, 졸업식 등등 휴가의 ㅎ자도 꺼낼 틈이 없었다. 9월도 추가 연구하고 바짝 논문 초고 작성하다 보니 지나있었다. 오뉴월에만 해도 이렇게 나의 첫 토플이 늦어질 줄 몰랐다. 그 사이 환율이 무섭게 올라 $220을 결제하는데 33만 6천원이 들었다. 눈물. 토플에 돈 백 만원은 들일 각오를 했던지라 이 돈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감각이 무뎌지긴 했지만 가슴이 아리긴 했다. (근데 시험 준비를 이렇게 소홀히 했냐 하면... 할 말은 없다.ㅎ)


# 시험장

시험은 다행히 평점도 좋고 집에서도 가까운 공덕 풀브라이트 시험장에서 봤다. 지하 1층 > 2층 > 1층 순으로 좋다고 하던데 나는 2층 B관 (STN13681B)에서 봤다. 생각보다 좁은 대기실에 놀라고 9시 20분에 도착했는데도 많은 인원이 대기 중이라 또 한 번 놀라고 화장실은 한 칸 뿐이라 세 번 놀랐다. 그리고 내가 받은 B-14 번호표의 사물함이 잠겨있어서 네 번 놀랐던 아침. 다행히 사물함은 관리자분이 (상당히 미온한 태도로 늦게 대처 해주시긴 했지만) 마스터 열쇠로 열어주셨고 간식을 선반에 보관해두고 입실했다. 혹시 사물함이 안 열린다면 실수로 잠겨있는거니 시험관께 열어달라고 부탁하자. 암호는 그냥 원하는 숫자 네자리 누르면 자동으로 설정이 된다.

공항 입국 심사보다 더 까다롭게 주머니까지 탈탈 털어 보이고서 입실을 하니 이미 가장 끝 두 줄은 꽉 채워진 채로 모두 시험 응시 중이었고 나는 세 번째 줄의 가장 가장 자리인 B-24에 배정을 받았다 (에어컨 직방 라인이라 손이 얼어가면서 문제를 풀었다. 비도 오고 날도 추운데 여름처럼 파워냉방을 트는 이유가...? ㅠㅠ).

내 차례에 이어서 뒤따라 들어오신 분은 나와 한 칸 건너 띈 자리로 안내를 받아서 처음엔 '오? 한 칸씩 건너 앉으면 시험 때 꽤나 쾌적하겠는데?' 하고 환희의 미소를 지었지만 그건 경기도 오산이었다. 한 5분 정도 늦게 오신 분이 우리 둘 사이에 착석하면서 모든 좌석이 꽉 찼다.

처음에 헤드셋을 꼈을 때는 주변에 별다른 소음이 안 들려서 '오, 헤드셋 방음 대박이다. 리딩 리스닝 할 때 큰 문제 없겠는데?' 했지만 이건 충북 괴산 정도의 착각이었다. 그냥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어서 조용했던 것. 리딩 시작하는데 내 바로 옆 자리 분의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마이크 테스트 디렉션 소리가 다 들리는게 아닌가? 와. 진짜 ㅇ_ㅇ??? 이런 표정으로 리딩 첫 단락 읽는데 몇 번을 읽어도 눈에 안 들어오더라. 심지어 테스트 문장이었던 'Describe the city you live in'에 대해서 옆의 분이 'I live in Seoul ... blah blah'를 들으며 '그거 그냥 Describe the city you live in 반복해서 외치셔도 돼요ㅠㅠ'라는 생각까지 했다 (이건 어제 시험 팁 보면서 익혀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 RC

모쪼록 이런 실전 감각이 없이 첫 시험을 치르다 보니 첫 문제에 시간을 많이 쓴 것 같다. 더미는 리딩에서 나와 18분*4문제 = 72분이 주어졌고 지문당 18분을 계산하면서 풀어서 다행히 못 푼 문제는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용을 다 명료하게 이해하고 풀지는 또 못해서 unofficially 그럭저럭 무난한 점수를 받았다. 앞으로 연구실에서 소음 있는 환경에서 리딩 푸는 연습을 좀 해야겠더라.

# LC

더 큰 문제는 리스닝이었는데 LC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서 파트 당 컨버+렉처로 구성되는 건 알았다만 시간 제한도 파트 마다 걸려있는지는 몰랐다. 그래서 처음에 첫 파트 컨버 풀면서 잔여 시간이 되게 애매하게 넉넉하길래 남은 문제 수랑 매치도 안되고 '대체 이제 무슨 경우지??' 싶었다. 컨버에서 여유 부리다가 렉처가 뒤따라 나오는 걸 보고 조금 스피디하게 문제를 풀었다. 아마 파트1에서는 한 문제를 못 푼 것 같다.

파트2에서라도 시간 관리를 잘 했어야 하는데 첫 파트에서 크게 당황해서 그런지 또 애매하게 세팅 된 잔여 시간을 보고 여전히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하고 문제를 풀었다. 마찬가지로 시간 분배를 잘못하다가 마지막 렉처는 찍다시피 했다. 심지어 이쯤에는 뒤에 앉은 분들이 스피킹을 시작해서 집중력까지 떨어졌다. 결국 총 4문제 정도는 손도 못 대고 리스닝이 끝났다. OMG. 컨버에 2분, 렉처에 4분 잡고 시간 관리 해야 한다는 말이 집에 오는 길에야 이해가 됐다 ㅎㅎ... 마지막 렉처는 예전에 학원 다니면서 공부했던 다람쥐랑 곰 동면 주제가 나와서 반가웠는데 다 풀지 못해서 미안하다 친구들.

# SP

스피킹은 쉬는 시간에 나갔다 오는 동안 귀틀막을 하지 않는 이상 다른 분들의 답변이 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키워드 정도는 유추 해볼 수 있었으나 많은 후기에서 그러듯 그 정보에 너무 기대면 실제 다른 질문이 나왔을 때 당황하게 된다고 했는데 나 역시도 디테일은 달랐다. 그래도 디렉션 시간까지 활용해서 최대한 준비 시간을 확보했고 가~~~장 걱정을 많이 했던 영역이었지만 그래도 오디오를 어떻게든 채운 것 같다. 한 마디도 못하고 나오면 어떡하나 우려했던 것에 비해서는 일단 만족스럽다. 점수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문제는 기억이 맞다면 1) 대학교 1학년 때 라이팅 수업 필수 수강 동의/비동의 2) 노인분들께 무상으로 대학 수업 참여권 드리는 공지문에 대한 학생의 의견 이 나왔고 3) 4) 번은 기억이 안 난다. 시험이 끝남과 함께 새하얗게 잊어버렸다.

아참 마이크 테스트 할 때 본인의 볼륨이 적당하면 ■■■■■□□□□□ 이런 식으로 볼륨 크기가 보이는데 나는 처음에 테스트 할 때 한 칸도 안 채워져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 감독관이 SP 때는 더 크게 말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셨다. 실제 시험을 볼 때도 한 번 더 체크를 하는 데 그 때는 마이크를 더 가까이 당겨서 크게 말했더니 적정한 레벨로 볼륨이 책정 됐다.

# WR

라이팅은 네 개 영역 중 그나마 부담감이 덜 했다. 연구실에 있으면 영작할 일이 많기 때문에 비교적 일상적인 훈련이 되어 있는 편이었다. 통합형에서는 렉쳐에서 숫자 디테일이 살짝 헷갈렸던 게 있는데 그게 감점 요인이 됐을 순 있겠지만 단어수가 조금 부족했던 것 외에는 뼈대는 다 채웠다. 독립형도 오프 토픽만 아니라면 무난히 썼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부족해서 마지막 본론 디테일을 쓰다가 끊긴게 마음에 걸린다. 한 두 문장 정도만 더 쓸 수 있었어도 본론은 완성되는 건데 어느 문장이 주어 서술어 쓰다가 잘려서 감점이 크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제출 시 기억하기로는 문제에서 제시한 최소 단어수에서 3단어 정도 부족했다.

독립형은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도 실력이지만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던 어려움은 문법 오류나 스펠링 체크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사전을 늘상 켜두고 계속 검색해서 쓰거나 Grammarly가 자동으로 변환 시켜주는 데에 익숙해져 있던게 살짝 약점이 되었다.

시험 문제는 1) 고대 어느 왕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발견된 내용에 대한 주장과 반박 2) 학생 스스로 리딩을 하는 것은 학교 과제로 리딩을 하는 것 만큼이나 혹은 더 중요하다는 데에 동의/비동의 가 나왔다.


스피킹 라이팅에서 큰 감점만 없다면 아마 High-Intermediate 점수대가 나올 것 같다. 실전 감각을 더 익히고 리딩, 리스닝 위주로 기본기를 다져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얼마나 공부하는 데에 시간을 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액츄얼 테스트만 다 풀고 검토해도 최소 3점씩은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화이팅!!!!!!!!!!!!

https://youtu.be/w_YCFu4vp4o


애용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인데 실제로 노트 테이킹 하는 영상이 담겨있어서 이거 보면서 공부할 생각이다. 무료 자료집도 많이 풀어주고 뻔한 템플릿 대신 만점을 받을 법한 모범 답안도 포함돼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